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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해보니, 안 되는 건 드물더라" 이들 올림픽이 보고싶다

중앙일보

입력

2000년대 중반부터 수영 종목 국가대표를 지낸 최나미 선수는 2009년 양궁으로 종목을 전환했다. 55세의 최 선수는 국가대표만 12년을 지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00년대 중반부터 수영 종목 국가대표를 지낸 최나미 선수는 2009년 양궁으로 종목을 전환했다. 55세의 최 선수는 국가대표만 12년을 지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도전해봐서 안 되는 건 드물다.”
오는 24일 열리는 패럴림픽 출전을 앞둔 최나미(55) 선수는 자신의 12년 국가대표 인생을 이렇게 설명했다. 3살 때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최 선수는 2008년 패럴림픽 수영 종목에 출전한 데 이어 종목을 바꿔 이번엔 양궁 국가대표로 경기장에 선다. 올해 55세로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내 인생은 언제나 도전이었다. 이번에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나미 선수뿐만 아니다. 장애를 가진 채 운동선수로 제2의 삶을 살며 인생 자체가 도전이었던 선수들은 이제 패럴림픽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우리의 올림픽은 이제 시작”

 2012 런던·2016 리우 패럴림픽에 이어 패럴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유도 종목의 최광근(34) 선수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유도를 시작한 최 선수는 고등학생 때던 2003년 훈련을 하다 각막을 다쳐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한국 장애인 유도의 간판 최광근 선수가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2012·2016 패럴림픽에 이어 도쿄 패럴림픽에서 3연패를 노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 장애인 유도의 간판 최광근 선수가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2012·2016 패럴림픽에 이어 도쿄 패럴림픽에서 3연패를 노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유도 시각장애 남자 100㎏급에서 오랜 시간 최정상을 지킨 최 선수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무릎 인대 3개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인대 2개가 끊어진 상태로 아시안 게임 결승전을 치르다가 하나가 더 끊어졌다. 병원에선 ‘최악의 무릎 부상으로 선수로서 재기할 확률은 3%’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는 그는 “유럽과 남미에서 금메달을 땄으니 아시아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재활에 전념했다”며 “올림픽은 이제 시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목표 생기니 장애 작게 보였다” 

패럴림픽 출전 선수들은 운동을 통해 장애를 받아들이고 극복하게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핸드사이클 종목에 출전하는 윤여근(38) 선수는 “19살 때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장애인이 되고 앞이 깜깜했다.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방황을 하다 운동을 시작했고, 목표가 생기니 장애라는 부분이 작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더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충남 부여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윤여근 선수는 ″생애 첫 패럴림픽 출전이다. 갖고 있는 역량의 100% 이상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제공

충남 부여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윤여근 선수는 ″생애 첫 패럴림픽 출전이다. 갖고 있는 역량의 100% 이상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제공

배드민턴 스탠딩 종목에 출전하는 신경환(34) 선수는 “장애를 갖기 전 배드민턴 선수 생활을 해서 배드민턴이 얼마나 격렬한 운동인지 알고 있었다. 다시는 일어나서 배드민턴을 못 할 거란 생각도 들었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실제로 해보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로 장애를 얻었지만, 선수로서 더 큰 영예를 얻었다. 장애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신 선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교통사고로 하지 장애를 앓게 됐다.

"도쿄올림픽 감회 새로워…파란 일으킬 것" 

패럴림픽을 앞두고 출전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신경환 선수는 “도쿄올림픽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 1위를 꺾으며 이변 일으킨 허광희 선수 경기를 감명 깊게 봤다"며 "‘나도 최정상 자리에 설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배드민턴 중 스탠딩 종목에 나서는 신경환 선수. 배드민턴이 처음으로 정식 채택된 도쿄 패럴림픽에서 그는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제공

장애인배드민턴 중 스탠딩 종목에 나서는 신경환 선수. 배드민턴이 처음으로 정식 채택된 도쿄 패럴림픽에서 그는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제공

2020 도쿄올림픽에선 여자배구 대표팀,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 등이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주목받았다. 최나미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내게 용기를 줬다.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신을 많이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패럴림픽으로도 관심 이어지길” 

김병인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육성부 과장은 “좋은 결실을 보기 위해 선수들이 5년간 땀을 흘렸다”면서 “패럴림픽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통합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상파 중계방송들이 늘어나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패럴림픽까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패럴림픽에 한국은 14개 종목 86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은 금메달 4개, 종합순위 20위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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