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중앙시평

기후위기 티핑 포인트, 어디쯤 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 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 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지난 2월부터 유튜브에는 지구촌의 재난 실황을 담은 지구의 분노(The Rage of Earth)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필자는 1991년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을 쓰고 환경부에서 일한(1999~2003년) 인연으로 기후·환경을 다룬 지 30년이 됐다. 그사이에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로 바뀌고,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신 개도국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됐다(2016년).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기온상승, 예상보다 10년 빨라져 #2040년까지 1.5도 넘을 것 예측 #국가간 대응역량 격차 해소 관건

기후위기 용어를 쓴 것은 1980년대 앨 고어였고, 2004년 기후위기연합이 공식화했다. 2019년에는 ‘언론매체가 기후위기라고 써야 한다’는 시위(‘Call it a Climate Crisis’)가 있었고, 미국 의회가 기후위기 하원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같은 해 영국의 가디언은 기후비상사태, 기후위기, 기후붕괴란 용어에 더해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지구열화(global heating)로 부르겠다고 선언하고, 옥스퍼드 사전에 기후위기가 ‘2019년의 어휘’로 등재됐다.

곧바로 2020년 기후 리스크가 유발하는 코로나 팬데믹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그런데 작년 평균기온은 비상 봉쇄조치로 인한 탄소배출 감소와 라니냐(적도 동태평양에서의 저수온 현상)의 기온하강 효과에도 불구하고 기온 측정 이후 최고치인 2016년과 같았다. 2020년도 기온 섭씨 14.9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25도 높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1.5℃ 지구온난화 특별보고서’(2018년)가 제시한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의 억제 기준에 가깝다. 그렇다면 얼마나 큰 위협일까? 2만 년 전 빙하기의 지구 평균기온은 7.8도였고, 온난화로 공룡이 멸종된 6500만 년 전의 기온은 지금보다 4도쯤 높았다. 지구는 45억년 역사에서 다섯 차례 대멸종을 했고, 원인은 결국 극심한 기후붕괴였다.

기온상승을 일으킨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등) 농도도 2019년에 최고치였다. 1990년 이후 온난화를 일으키는 복사강제력(지구로 들어오는 복사에너지와 밖으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의 차이)은 45% 증가했고, 그중 이산화탄소가 66%를 차지했다(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2020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13ppm으로 360만년 중 최고였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5년~200년 동안 머물며 누적 효과를 나타낸다.

자연적 요인도 기후변화의 원인이다. 태양 흑점활동 변화로 인한 에너지 변화, 우주선(宇宙線), 화산폭발의 화산재와 가스, 엘니뇨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18세기 1차 산업혁명 이후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 그래프는 자연적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맞아떨어진다. IPCC는 2014년 인간활동이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일 확률이 95% 이상으로 ‘지극히 높다’고 결론지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해마다 화산폭발보다 100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면서 이를 흡수할 지구의 온도조절 메커니즘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과학자들은 지난 10년간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 지표들이 위험하다고 진단한다. 그린란드의 빙하 소실, 북극 해빙(海氷)의 면적 감소, 동토층의 해동, 북방 수림대의 화재, 대서양 해류순환의 느려짐, 아마존 우림의 잦은 가뭄, 산호초의 대규모 폐사, 남극 서부의 빙상 감소, 남극 동부의 윌키스 분지 소실이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Stefan Rahmstorf, 2021년).  이들 티핑 포인트는 서로 연결돼 있어 도미노 현상까지 우려된다.

IPCC는 2014년에 21세기 말 지구가 지난 1만년 동안 겪은 것보다 더 큰 기후변화를 겪을 것이며, 생태계 붕괴, 흉작과 기근, 질병, 폭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갈등의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했다. 현재 IPCC 의장은 2015년에 선출된 한국의 이회성 박사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내년 9월에 AR6(Assessment Report)가 발표된다. 그에 앞서 8월에 나온 실무 보고서는 기온상승이 당초 예상보다 10년 빨라져 2040년까지 1.5도를 넘어설 것이라 한다.

기후행동의 실패가 초래할 파국은 막아야 한다. 그 긴박함에서 그린뉴딜, 탄소중립(넷 제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등의 키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가치관의 대전환이 답이 될 것이지만, 이들 제도적 접근이 기후위기 대응의 사회적 티핑 포인트가 돼야 한다. 파리협정에 서명한 195개국이 모두 참여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기술혁신과 산업기반, 재정투입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국, 개도국, 저개발국의 대응역량의 격차가 너무 크다. 백신이나 마찬가지로 기후 관련 특허와 표준도 선진국이 선점하고 있다. 기온상승은 산업화 이후의 이산화탄소의 누적 배출량에 비례하는데, 경제발전도 못 해본 저개발국과 다수의 개도국이 대응 수단도 없이 감축에 동참해야 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빈곤국가들에 훨씬 더 가혹하다. 이런 구조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