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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코로나19 방역, 확진자 수 아닌 중환자 치료로 전환하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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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집단면역은 불가능해졌다. 델타 변이의 높은 전파력과 백신에 대한 저항력 때문에 전 국민이 접종해도 집단면역에 도달하지 못한다. 정부가 목표한 집단면역 접종률 70%에 근접한 영국과 이스라엘에서는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전 국민의 60%가 접종을 마쳤지만, 우리나라 인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3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적어도 몇 년 동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코로나19 재유행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같은 거리두기는 피해 극심 #다중이용시설 규제부터 풀어야

지금 같은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4단계 거리두기를 계속하면서 살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거리두기는 효과에 견줘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보다 4배나 많은 사람이 거리두기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돌봄이 중단된 노인과 장애인의 고통, 등교하지 못해 생긴 계층 간 학력 격차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피해는 훨씬 더 크다. 지난해 거리두기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는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매년 보상해줄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치명률이 크게 낮아졌다. 작년에 1.5%를 넘나들던 치명률은 올해 7월에는 0.2% 이하로 낮아졌다. 노인과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으로 방역의 환경이 바뀐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무서운 감염병이 백신의 효과로 독감과 비슷한 병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제 거리두기를 완화해 확진자가 늘어나도 중환자를 잘 치료하면 사망자는 별로 늘지 않을 것이다. 독감 수준으로 치명률을 유지하면 앞으로 매일 3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사망자 수는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확진자가 180명 남짓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백신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이제 지속가능한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확진자를 줄이는 방역이 아니라 중환자를 잘 치료해 사망자를 줄이는 방역으로 돌아서야 한다. 국민의 피로감이 큰 사적 모임 규제와 경제적 피해가 큰 식당과 카페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규제를 먼저 대폭 완화해야 한다. 마스크 쓰기 같은 개인 방역과 확진 검사와 접촉자 관리는 계속해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는 50대 이상에서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9월 중순에는 확진자 수가 아니라 중증 환자와 치명률을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 치명률은 더 낮아져 독감 수준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환자가 늘어나도 치료할 수 있는 병상과 인력, 검사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전체 중환자실의 15% 정도를 확보하면 하루 확진자 1만 명이 발생해도 병상이 부족하지 않게 된다. 응급 환자도 아니고 중증 환자도 아닌 환자의 입원과 수술을 잠시 미루면 이 정도의 중환자실은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양치기 소년 같은 방역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 목표도 전략도 없이 ‘2주만 더’를 되풀이하는 방역에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굵고 짧은 4단계 거리두기는 이제 6주째 계속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리두기는 방역의 효과도 떨어뜨리고 있다. 4단계 거리두기가 계속되는데도 확진자가 오히려 2000명대로 다시 늘어난 것이 그 증거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의 목표와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언제부터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저녁 늦게까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함께할 수 있는지 말해줘야 한다.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잡기 위해 코로나19의 치명률과 사망자를 어느 수준 이하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인지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방역체계를 전환하려면 행정적 준비뿐 아니라 국민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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