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대결 대신 협력 강조한 8·15 경축사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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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강경 발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일본과의 협력을 언급함으로써 임기 초·중반의 강경한 대일(對日) 자세와는 자못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4년간 대일 강경책 실패 자인한 셈
관계 개선에 일본도 열린 자세로 나와야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분업과 협력을 통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양국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한·일 간 공통의 가치를 강조하고 갈등보다는 대결을,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어떤 정부가 집권하든 한·일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 기본이 돼야 할 인식이다. 문제는 왜 이런 당연한 인식과 발언이 나오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느냐는 점에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 협력보다는 대결적 자세를 보여 왔다. 취임 첫해인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한·일 관계의 걸림돌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격화했던 2019년 광복절에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짐한다”고 했다. 그 무렵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대일 인식은 과거사 문제를 주축으로 일본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년간의 강경 일변도의 대일 정책으로 이뤄낸 성과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사 문제에 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그토록 압박했지만 얻어낸 것은 전혀 없다. 돌아온 것은 정상회담조차 성사시키지 못할 정도로 냉각된 양국 관계의 경색뿐이었고, 한·일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은 극도로 악화됐다. 결과를 놓고 볼 때 지난 4년간의 대일 정책은 목표로 삼았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실패작이었던 셈이다.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지난 4년간의 경험에 대한 냉엄한 평가를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라면 남은 것은 실천과 행동으로 보이는 일이다.

물론 한·일 관계 악화는 양국 정부 모두에 똑같이 책임이 있다.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일본이 달라질 기미는 전혀 없다. 그뿐 아니라 일본 정부는 거듭된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도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대화와 협력의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도 기존의 대한(對韓) 강경 입장에서 물러나 유연한 자세를 보이기를 촉구한다. 한·일 양국이 다함께 열린 자세로 대화의 문을 열 때 비로소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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