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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의심·희망을 반복하며 사는, 모든 사람 이야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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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연극 ‘분장실’에 출연 중인 우정원. “어렵고 외로운 작품”이라고 했다. [사진 T2N미디어]

연극 ‘분장실’에 출연 중인 우정원. “어렵고 외로운 작품”이라고 했다. [사진 T2N미디어]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분장실’은 여배우만 나오는 연극이다. A부터 D까지 알파벳으로 표현되는 인물들의 역할은 ‘배우’다. 배경은 연극 ‘갈매기’ 공연장 뒤편의 여배우 분장실이며, 주인공 니나 역의 배우와 니나 역을 꿈꾸는 배우들의 무대에 대한 갈망을 그린다. 희곡 작가는 시미즈 쿠니오. 1977년 일본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연극 ‘분장실’ 출연하는 우정원 #여배우 ‘C’로 무대 뒤의 배우 그려 #“내 모습이 많이 들어있어 울컥”

배우 우정원(38)은 여배우 ‘C’로 출연하고 있다. 다른 배역들이 선망하는 니나 역할을 맡아 분장실에서도 끊임없이 대사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지난 12일 전화 인터뷰로 만난 우정원은 “배우로서 배우를 연기하고, 특히 여자 배역이 적었던 1970년대 희곡의 여배우를 연기하면서 여성 배우 정체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우정원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2015년~올해), ‘인형의 집’(2018년)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최근엔 TV 드라마에서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인물을 그려내곤 했다. ‘스카이캐슬’ 마지막 장면에 새로 이사 온 민자영, ‘괴물’ 여진구의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환자에게 참담한 사실을 무표정하게 알리는 산부인과 의사로 나왔다. 이번 연극 ‘분장실’에는 배종옥·서이숙·정재은·황영희 등과 함께 캐스팅됐다.

우정원은 “‘분장실’은 배우로서 내 모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 감정이 격해져 울컥하는 일의 반복”이라며 “여성 배우 사이의 관계 변화를 작품에 반영하고 싶었다”고 했다. “원작에는 여배우 사이 질투. 시기가 많이 담겼지만 요즘엔 ‘여성의 적은 여성’이란 생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여배우들에겐 어떻게 사회적 어른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많다.”

우정원은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다가 졸업 1년 전 무대 데뷔를 했고, 경기도립극단과 국립극단의 단원을 거쳤다. “오디션에서 머리 기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여배우가 파마를 하면 세게 보인다고도 했다. 긴 생머리에 눈이 큰 강아지상 여배우들이 인기가 많았다.” 큰 키에 짧은 머리를 좋아했던 우정원은 “머리뿐 아니라 옷, 평소 생활까지 의식적으로 ‘여배우 상’에 끼워 맞춰야 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배우 역은 할머니, 엄마, 창녀라고 할 정도였다. 서사가 없는 여성 역할이 많았다. 못된 여자, 누구의 엄마 같은 역을 주로 맡았다.”

‘분장실’에서 우정원은 무대에 오를 땐 긴 머리 가발을 썼다가 분장실에서 벗고, 화장도 지운다. 그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시대가 변해서인지 예전만큼 획일적인 여배우 상을 강요받진 않는다”며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걸 찾아 많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분장실’에 대해 우정원은 “남 보기에 화려한 인생의 외로움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에 대한 의심과 희망을 반복하면서 꾸준히 가야 하는 모든 사람 이야기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이며, 다음 달 19일부터는 남자 배우만 나오는 버전이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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