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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을 연기한 황정민 “실제 나라면 더 잘 싸웠을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영화 ‘인질’은 톱스타 황정민이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당한 상황을 그린 스릴러다. 배우 황정민이 본명으로 직접 주연을 맡았다. [사진 NEW]

영화 ‘인질’은 톱스타 황정민이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당한 상황을 그린 스릴러다. 배우 황정민이 본명으로 직접 주연을 맡았다. [사진 NEW]

황정민(52)이 황정민을 연기했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은 괴한 무리에 납치당한 톱스타 황정민이 목숨 건 탈출에 나서는 액션 스릴러. 새벽 서울 강남 복판에서 납치된 황정민은 낯선 산속으로 끌려가 몸값을 요구하는 젊은 인질범 무리와 두뇌 싸움·육탄전을 벌인다.

18일 개봉하는 액션 스릴러 ‘인질’ #납치된 톱스타의 목숨 건 탈출극 #원테이크로 찍은 맨몸 액션 짜릿 #납치범 뽑는 데 1000대 1 경쟁률

황정민과 ‘베테랑’ ‘부당거래’ ‘군함도’를 함께한 영화사 외유내강이 제작하고, 신예 필감성 감독이 각본을 겸해 연출했다. 장편 데뷔작. 30년 넘는 연기경력에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의 천만 배우 타이틀까지 현실의 배우 황정민을 캐릭터에 녹여냈다.

사제 총기·폭탄으로 무장한 납치범에 맞서 산기슭을 나뒹구는 맨몸 액션은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실감을 높였다. 맨몸 액션, 골목을 누비는 자동차 추격전 등 황정민의 액션이 상영 94분 동안 압축적으로 펼쳐진다. 납치범들의 정체는 뭘까. 황정민은 먼저 납치돼있던 취업준비생 소연(이유미)까지 구할 수 있을까.

지난 5일 시사 후 간담회에서 황정민은 “철저하게 황정민으로서 연기했다”면서 “차라리 가상 인물이면 마음대로 감정을 만들겠는데 실제 황정민이니까, 이게 진짜인가 가짜인가 고민되고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황정민(左), 필감성 감독(右)

황정민(左), 필감성 감독(右)

실제 납치됐다면 어떻게 했을까.
“영화 속 황정민처럼 용기 있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많이 고민하고 되물었다. 이 영화가 정답이다. 필 감독님과 ‘나는 이렇게 안 할 것 같다, 할 것 같다’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 결론이 이거다.”
탈출 과정에서 맨몸 액션 강도가 높다.
“실제 황정민이라면 지금(영화)보다 더 잘 싸우지 않을까. (웃음) 무술감독님과도 여기서는 액션 느낌이 절대 안 나면 좋겠다.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고 겁에 질린 사람이라 합은 있는데 없는 것처럼 느껴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진짜 고통스러웠던 건 (포승줄을) 피가 안 통하게 꼭 묶었다. 그렇게 안 하면 느낌이 쉽게 와 닿지 않아서. 줄 묶고 푸는 게 힘들었다.”

평소 팬을 만났을 때 상황을 반영했나, 싶은 대목도 있다. 극중 한 인질범이 묶여있는 황정민에게 영화 ‘신세계’ 속 명대사를 주문하는 장면. “‘드루와, 드루와’ 그거 한 번만 해달라”고 한다.

현실에 있었던 일인가.
“가끔 그런 분들도 있지만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배우 박성웅도 함께 출연한 ‘신세계’ 속 대사 “브라더!”를 외치며 본명으로 깜짝 등장했는데.
“제가 부탁했다. 대본상 대사도 있고 해서 성웅이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다. 관객들도 반가울 것 같았다.”

“실감 나네, 역시 천만 배우.” 읍소하는 황정민을 이렇게 비꼬던 인질범들이 점점 황정민의 감쪽같은 연기에 헷갈리는 상황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 장면은 황정민의 아이디어였다고.

촬영에 쓴 에코백도 평소 쓰던 것을 가져오는 등 실제 자신과 극 중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저 말고 다 모르는 사람이어야 이 영화가 더 새롭게 와 닿을 수 있다”는 판단에 인질범, 경찰·형사 등은 그간 스크린에서 자주 보지 못한 새 얼굴을 캐스팅했다. 극 중 황정민과 함께 탈출하는 소연 역의 이유미는 영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등 탈선 청소년 역할로 얼굴을 알린 실력파. 뮤지컬로 먼저 이름난 김재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류경수, 영화 ‘청년경찰’의 이호정, 신인 정재원, 이규원 등이 1000대 1 경쟁률을 뚫고 납치범 무리로 캐스팅됐다. 황정민이 필 감독과 오디션에서 배우들을 선택해 촬영 전 2주간 연극하듯 리허설로 동선과 합을 맞췄다.

“제가 주인공이지만 영화가 저 혼자 되는 게 아니고 조화가 중요하죠. ‘인질’에 황정민만 보이는 게 아니잖아요. 인질범·형사들 연기 잘하는 게 보이는 종합선물세트 같아서 너무 행복해요.”

필 감독은 “해외 범죄 다큐를 보다가 톱스타가 납치됐다 하루 만에 경찰에 의해 구출된 실화를 보고 흥미로웠다”고 영화 출발점을 밝혔다. 2004년 중국 배우 우뤄푸 납치 사건으로, 2015년 홍콩 배우 류더화 주연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로도 만들어졌다.

필 감독은 “자연스럽게 황정민 배우가 떠올랐다. 초중반에 계속 (몸이) 묶여서 진행되는데 상반신만으로 감정의 스펙트럼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배우 1번은 황정민”이라 했다. 또 “‘드루와 드루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등 관객이 아는 유행어로 사실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황정민 배우와 고민 없이 함께했다”고 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 ‘이대근, 이댁은’ ‘차인표’ 등 그간 실존 배우가 자신을 모델로 주인공을 맡은  영화 제목엔 해당 배우의 이름이 들어갔다. ‘인질’은 왜 제목에 ‘황정민’이 없을까. 필 감독은 “‘황정민이 납치됐다’도 좋지만, 자칫 코미디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예고편을 보기 전까지 코미디로 알았던 분들이 이렇게 진지한 영화였어, 하더라”며 “시나리오 쓰면서 ‘인질’이란 가제가 입에 붙어 자연스럽게 제목이 정해졌다”고 했다.

‘인질’은 코로나19로 관객 수가 급락한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모가디슈’ ‘싱크홀’에 이어 개봉한다. 황정민은 어려운 시기, 주인공이 ‘황정민’인 영화를 선보이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솔직히 이런 시기니까 (흥행이) 더 부담되고요. 보란 듯이 잘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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