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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자꾸 꼬이는데, 문 대통령 “10월 70% 접종완료”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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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역시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도 목표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며,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입니다.”

한국, 접종 완료율 15% 겨우 넘어 #남은 기간 매일 36만명 맞아야 가능 #모더나 9~10월 공급 물량 불확실 #18~49세 낮은 접종 동의율도 변수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 일부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대한 자평과 백신 접종의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쓴소리를 했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40일째 네 자릿수 확진자를 기록하면서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면서다. 특히 코로나19 극복은 방역과 백신 접종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백신 접종률이 지지부진한 데 더해 그동안 잘 버텨온 방역마저 흔들리면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유효했던 ‘K방역’ 수칙은 6월 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가 국내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7월, 완화된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편안에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제재가 빠져 있는데 정부가 4차 대유행 상황임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해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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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상황은 더 안 좋다. 주요 선진국들은 접종 완료율이 모두 50% 안팎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62.3%, 영국 57.8%, 독일 54.1%, 미국 49.7%인 데 반해 한국은 15.1%에 불과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존보다 한 달 앞당긴 ‘10월 내 국민 70% 2차 접종 완료’ 목표를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1차 접종을 완료한 이들이 모두 10월 안에 2차 접종을 완료한다고 가정하면 우선 2222만 명이 접종을 마치게 된다. 국민의 70%인 3600만 명까지 1378만 명이 더 채워져야 한다. 2회 접종을 전제로 두 달 반 동안 매일 36만 명 이상이 맞아야 가능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백신만 있으면 하루에 36만 명씩 접종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백신 도입 물량과 접종 동의율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목표를 당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를 좌우하는 건 외부적 요인이다. 즉 백신 공급 상황에 달렸는데 좀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반기 주요 백신인 모더나의 수급 지연이 이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모더나 8월 공급 물량(850만 회)은 반 토막이 난 데다 9~10월 물량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부스터샷 시동을 거는 것도 백신 수급에 불리하다. 이스라엘·영국·독일은 이미 부스터샷을 공식 도입했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일 첫 부스터샷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백신 물량이 부족한 한국은 아직 부스터샷 접종 대상과 시기를 검토하는 단계다.

하반기 주요 접종 대상자인 18~49세 연령층의 접종 동의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관건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9일부터 ‘10부제’로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데 생년월일 끝자리가 9, 0, 1, 2, 3인 이들의 중간 집계 예약률은 60.4%에 불과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 때문에 인구의 70%를 접종 완료해도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건 계속해서 대두된 문제”라며 “정부가 현실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연초에 계획했던 수치에만 연연하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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