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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도 이어진 ‘변형 집회’…광화문 봉쇄에 곳곳서 실랑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D타워 인근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에 참여한 시위참가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다가 경찰에 가로막히자 대치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D타워 인근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에 참여한 시위참가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다가 경찰에 가로막히자 대치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전날에 이어 ‘1인 걷기 운동’ 등 보수단체가 주도한 변형된 형식의 집회가 이어졌다. 경찰버스와 철제울타리로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청 광장이 원천봉쇄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의 집회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광장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에선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시민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차벽과 철제울타리로 봉쇄된 광화문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차벽이 설치돼 있다. 우상조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차벽이 설치돼 있다. 우상조 기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의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이 예고된 이날 서울 도심 일대는 집회 차단을 위한 검문소가 들어서고 시민들의 통행이 일부 제한됐다. 전날 오전 6시부터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 행사를 진행했던 국민혁명당이 이날 오후에도 동일한 방식의 행사를 예고하면서 광화문 광장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울역에서부터 서울시청과 광화문을 잇는 세종대로에는 경찰버스로 긴 차벽이 만들어졌고, 인도에는 철제울타리가 촘촘히 세워졌다. 이를 위해 경찰은 이날 540여대의 경찰버스를 비롯해 186개 부대의 경찰 1만여명을 동원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경찰은 ‘1인 걷기 운동’을 변형된 불법집회로 보고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에 차단벽을 세워 오가는 시민들에게 행선지와 이유를 물었다.

“자유 되찾은 광복절에 국민 탄압”…곳곳서 실랑이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D타워 인근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에 참여한 한 시위참가자가 경찰과 대치하다가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이가람 기자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D타워 인근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에 참여한 한 시위참가자가 경찰과 대치하다가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이가람 기자

이날 오전에 방역지침을 어기고 강행된 사랑제일교회의 대면예배를 마친 신자들이 광화문으로 집결하면서 낮 12시부터 종각역과 시청역 일대에선 시위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종각역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인도에 차단벽이 세워지자 한 시위참가자는 인도에 드러눕는 방식으로 항의하다가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차단벽 주위로는 통행이 가로막힌 시위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문재인 정권과 경찰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1인 걷기 운동을 위해 광화문에 나왔다는 심모(69·서울 종로구)씨는 “젊은 사람들은 다 지나가게 하면서 노인들만 못 들어가게 경찰이 방패로 막고 있다”면서 “경찰조차도 저렇게 몰려있으면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1인 시위를 막겠다는 건 결국 정치방역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장에선 경찰을 폭행한 시위참가자들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되는 일도 잇따랐다. 오후 2시쯤 국민혁명당 당원인 60대 남성은 태평로 교차로 인근에서 현수막을 설치하려다 제지당하자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오후 5시에는 종로구 일대 시위 현장에서 또 다른 60대 남성이 경찰관을 폭행해 서울 종로경찰서 관할 지구대로 연행됐다.

국민혁명당, “文정권에 국가 배상 청구할 것”

15일 오후 2시50분 국민혁명당 관계자들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기자회견 예정 장소인 동화면세점 앞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가람 기자

15일 오후 2시50분 국민혁명당 관계자들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기자회견 예정 장소인 동화면세점 앞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가람 기자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국민혁명당은 오후 2시50분쯤 새문안교회 앞에서 집결해 세종대로 사거리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으나 이내 경찰에 제지를 당했다. 국민혁명단은 경찰에 가로막힌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명규 국민혁명당 국민특검단장은 “문재인 정권의 방역은 오로지 정권을 지켜주기 위한 안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16일 도심봉쇄, 통행차단, 검무검색 등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문재인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국가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등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광복76주년한반도자주평화통일을위한8.15대회추진위원회’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와 종로구 일대 등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지만 이날은 온라인 행사로 대체했다.

“이 시국에 꼭 강행해야 했나”… 시민 불편도 이어져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에서 경찰이 시민에게 목적지와 이유를 확인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에서 경찰이 시민에게 목적지와 이유를 확인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광복절 연휴를 맞아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은 변형된 집회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 중인 ‘1인 걷기 운동’을 처음 듣는다는 장모(28)씨는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돼 집회와 시위가 모두 금지된 줄 알고 있었다”며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위로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4살 딸을 데리고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하던 정모(33)씨는 “뉴스를 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경비가 삼엄할지는 몰랐다”며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에서 집회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통행도 제한돼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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