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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과 하의도행 배 탄 이재명…'백제 발언' 정면 돌파 시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전남 여수시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전남 여수시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호남이 진심으로 바라는 대동세상의 꿈을 실천해왔고, 앞으로도 더 강력하게 해나갈 것입니다.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15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남 여수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엑스포센터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호남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지지율 1위인 이유가 무엇이라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지사는 전날(14일) 목포·신안에 이어 이날 여수·순천까지 이어지는 1박 2일 전남 일정을 통해 호남 민심 굳히기에 나섰다.

이 지사가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호남에 방문한 것은 지난달 2일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방문에 이어 두 번째다. 그 사이 ‘백제 발언’ 논란 등으로 한동안 호남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지지율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다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호남 지지율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제 다시 1위를 굳혀가는 흐름”이라며 “이번 호남 행보는 그런 기세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① 김대중 정신

지난 14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행 여객선 내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김홍걸 의원(무소속)이 건넨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 현대사' 책을 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행 여객선 내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김홍걸 의원(무소속)이 건넨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 현대사' 책을 보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호남 일정 첫날의 방점을 김대중 전 대통령(DJ) 생가가 있는 신안군 하의도 방문에 찍었다. 그의 생애 첫 하의도행에는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동행해 힘을 실었다. 하의도행 배에서 김 의원이 아버지의 업적을 다룬 책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를 선물하자, 이 지사는 책장을 유심히 넘기며 “김대중 대통령은 ‘인동초’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리는 분”이라고 화답했다.

하의도에 도착한 이 지사는 DJ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생가 앞 길목에 전시된 1971년도 대선 벽보를 보며 “어릴 적 동네에 담배 말리던 흙벽에 이 벽보가 붙어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하는 식이었다.

“김 대통령께서 목숨 걸고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해 민주주의의 새 지평이 열렸고, 그 공간 속에서 저도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쳐 이 자리에 왔다”라고도 했다. 이 지사는 목포로 돌아가는 배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김 전 대통령이 가진 상징성, 개혁성, 국민과 나라에 대한 열정이 이번 선거에서도 결국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제가 그 은혜를 좀 누리고 싶다”라고 웃어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전남 목포시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전남 목포시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 지역주의 돌파

'영남 역차별론'과 '백제 발언' 등으로 한동안 따라붙었던 지역주의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도 일정 내내 계속됐다. 이 지사는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둘러본 뒤 “박정희가 당선된 후 영구 집권하기 위해 영남을 우대하고, 호남을 홀대하면서 지역 갈등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 지역주의 망령이 무덤에서 살아나 배회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공원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공원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략기지로 육성하겠다” 등 호남을 겨냥한 정책 약속들도 내놨다. 이 지사는 14일 목포 신항만 전망대에서 해상풍력단지 조성 관련 브리핑을 청취한 후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 절차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것 같다”며 “대대적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호남 주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가서도 신안군을 절대 잊지 말아달라” 등 현장에 몰려든 지지자들의 대화·사진 요청에 응하느라 일정이 번번이 지체되기도 했다.

③ ‘미래지향’ 전략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공원 내 항일독립운동기념탑에서 여수지역 항일운동 역사를 기록한 표지석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공원 내 항일독립운동기념탑에서 여수지역 항일운동 역사를 기록한 표지석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각종 현안에는 ‘미래지향성’이란 일관된 기조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일제가 남긴 상처는 여전히 아물고 있지 않다”면서도 “'과거 청산'이란 과거에 얽매이거나 보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같은 메시지의 의미에 대해 그는 여수 엑스포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정치에는 어떤 사적, 개인적 욕망도 투영해선 안 된다”며 “한·일관계는 과거지향적인 보복 감정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발전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과거를 묻고 갈 수는 없고, 진상 규명과 사과, 국민 모두가 동의할 만큼의 (일본의) 반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보은 인사’라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이전과 같았으면 제가 뭐라고 반격했을 텐데, 이제 그런 것(네거티브)을 안 하기로 했다”며 “(네거티브도) 손바닥이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안 날 테니,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국민만 믿고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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