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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펑크에도 "10월 국민 70% 접종"…文의 자화자찬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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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열어왔습니다. (중략) 코로나19 위기 역시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도 목표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며,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한 후 인사를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한 후 인사를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 일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상황에 대한 자평과 백신 접종의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17명을 기록하며 주말 최다 확진자 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쓴소리를 했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40일째 네 자릿수 확진자를 기록하면서 4차 대유행 확산 세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인식을 보여줬다면서다.

특히 문 대통령이 말한 보건의료적 관점에서 코로나19 극복은 방역과 백신 접종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백신 접종률이 지지부진한 데 더해 그동안 잘 버텨온 방역마저 흔들리면서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까지 방역 컨트롤 잘 됐지만…

토요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토요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실 수치적으로 보면 지금 당장의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12일 방대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당 최근 7일(8월 2일~8월 8일)간 발생한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는 한국이 선진국보다 적다. 확진자 수의 경우 ▶이스라엘 2853명 ▶영국 2736명 ▶미국이 2219명 ▶일본 719명 ▶독일 235명인데 한국은 218명을 기록 중이다. 사망자 수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0.4명인데 반해 미국은 10명, 영국 9.2명, 이스라엘 6.4명, 독일 1.5명, 일본 0.6명으로 더 많은 사망자가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이 지나치게 일찍 방역 수칙을 풀어 타격이 크게 왔다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국민들이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수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확진자를 잘 통제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동안 유효했던 방역 수칙이 6월 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인도)형 변이가 국내에서 확산을 시작한 7월, 완화된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번 개편안에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제재가 빠져있는데 정부가 4차 대유행 상황임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해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며 “자화자찬하면서 두고 보기만 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환자가 증가하면 단계를 올리면서 정부가 컨트롤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확진자가 폭증해도 추가 방역 조치가 나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10월 내 국민 70% 접종 완료?…백신 접종 상황 먹구름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 극복의 또 다른 축인 백신 접종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등장하는 국가들은 일본을 제외하면 백신 접종 완료율이 모두 50%에 육박한다. 이스라엘은 62.3%, 영국 57.8%, 독일 54.1%, 미국 49.7%인데 반해 한국은 15.1%에 불과하다. 백신 도입 초반, 접종률이 지지부진했던 일본도 현재 32.9%의 접종률을 보이며 한국을 추월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존보다 한 달 앞서 ‘10월 내 국민 70% 2차 접종 완료’라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단순계산했을 때 현재 1차 접종을 완료한 이들이 모두 10월 안으로 2차 접종을 완료한다고 하면 우선 2237만명이 접종을 마치게 된다. 3600만명까지 1363만명이 더 채워져야 한다. 하반기 주요 백신인 mRNA 백신의 경우 2번의 접종이 필요하므로 두 달 반 동안 최소 2726만 회의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매일 36만명 이상이 맞아야 가능한 수치다.

모더나, 7~8월 연이어 수급 지연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백신만 있으면 하루에 36만명씩 접종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백신 물량 도입과 접종 동의율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백신 접종 속도를 보면 국민이 만족할만한 속도는 아닌 것 같다. 목표를 당길 수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를 좌우하는 건 외부적 요인이다. 즉 백신 공급 상황에 달렸는데 좀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7~8월 들어 하반기 주요 백신인 모더나의 수급 지연이 계속 이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모더나사는 생산 차질을 이유로 지난달 공급 물량 중 196만회를 이달로 미뤘다. 이후 지연됐던 130만 회분이 들어오면서 수급이 안정화되나 싶었지만 지난 9일 방역당국은 8월 공급 물량(850만회)의 절반만 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9~10월 물량도 불확실하다.

그 외에 하반기 주요 접종 대상자인 18~49세 연령층의 접종 동의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숙제다. 40대 이하 연령층의 경우 지난 9일부터 ‘10부제’로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데 기대보다 예약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끝자리가 9, 0, 1, 2인 이들의 경우 60.6%가 예약을 완료했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최소 기대치인 70%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국 “변수 발생해도 목표 달성 가능”

광복절인 15일 오전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출국 전 보안검색을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인 15일 오전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출국 전 보안검색을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방역당국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1·2차 접종 완료 목표를 달성할 만큼 백신 수급 상황이 안정적이냐’는 질문에 “수급 상황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다. 변수들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이 정도는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공급 차질이 중대하게 발생할 경우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일각에선 급변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에 언급했던 수치에만 몰두하며 안일한 태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 때문에 인구의 70%를 접종 완료해도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건 계속해서 대두된 문제”라며 “과학적 방식에 따라 치밀하게 계획을 짜야 하는데 현실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연초에 계획했던 수치만 연연하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도 “2~3월 백신을 맞은 이들은 이미 6개월이 지나 항체가 많이 떨어졌을 거다. 접종률이 오랜 기간 지지부진해 집단면역은 어차피 물 건너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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