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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만' 하는 손님 안받는다, 해외여행 목마를 때 가는 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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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아지트였던 그때 그곳의 유산을 담은 공간이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조선 팰리스'다. 코로나 19로 국내 여행지와 호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많은 사람이 이곳 직원인 나에게 어떤 공간인지 관해 묻는다. 그래서 준비했다. 지하 입구 설계의 비밀부터 객실 침구가 진짜 타이태닉호에 쓰였던 것인지, 강남 스카이라인을 물들이는 노을 배경으로 가장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폿까지. 일주일에 3일씩 방문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시시콜콜한 조선 팰리스 리뷰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지하1층에 위치한 조선 팰리스의 정문. 조선호텔의 설립 연도인 숫자 '1914'와 품위·부활을 의미하는 사자·봉황이 새겨져있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지하1층에 위치한 조선 팰리스의 정문. 조선호텔의 설립 연도인 숫자 '1914'와 품위·부활을 의미하는 사자·봉황이 새겨져있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 팰리스의 뜨끈뜨끈한 소개 부탁해요.

혹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호텔이 '조선호텔'이란 걸 아시나요. 1914년 10월 10일 지금 호텔이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에 문을 열었답니다. 100년이 넘는 헤리티지를 계승한 게 바로 조선 팰리스예요. 정식 명칭은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이하 조선 팰리스)인데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의 최상급 브랜드 ‘럭셔리 컬렉션 호텔’ 브랜드를 결합한 형태랍니다. 럭셔리 컬렉션 호텔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고요. 위치는 역삼동 센터필드 웨스트타워로, 총 254개의 객실을 갖췄어요.

[민지리뷰] #조선호텔·메리어트의 최상위급 호텔 #조선 팰리스 강남, 럭셔리 컬렉션

SNS와 미디어에 공간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가 많이 올라와요. 누구의 작품인가요.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듀오 움베르트 & 포예가 맡았어요.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 아티스트의 대표주자로도 손꼽히는데, 도심과 휴식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기반으로 모던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요. 조선 팰리스에선 전통과 현대의 럭셔리를 연결시켰죠.

호텔 입구부터 화제예요. 국내 호텔 중 처음으로 지하에 정문을 만들었다는 게 정말인가요.

맞아요. 센터필드의 한쪽 타워를 사용하는 입지 특성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호텔은 1층에 거대하고 웅장한 입구를 만들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선 그렇게 할만한 공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발상의 전환을 했죠. 차를 타고 오는 고객이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공간인 주차장에서 들어오는 지하 1층 입구를 정문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최상급 호텔의 이미지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4m 높이의 게이트와 길게 연결된 황금빛 천장으로 화려함을 살렸어요.

조선 팰리스는 지하1층을 정문으로 만드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4m 높이의 게이트와 이를 밝히고 있는 황금빛 천장이 화려하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 팰리스는 지하1층을 정문으로 만드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4m 높이의 게이트와 이를 밝히고 있는 황금빛 천장이 화려하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이곳을 리뷰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사람들의 관심이 국내로 쏠리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 문을 여는 호텔, 그것도 최상급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커졌고요. 조선 팰리스도 오픈 첫날부터 객실 숙박과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답니다. 이곳의 직원으로서 조선 팰리스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고 싶었어요. 오픈전부터 시작해 지금도 1주일에 3일은 방문해 호텔의 객실, 레스토랑, 웰니스 클럽, 연회장은 물론 전시된 예술 작품을 소개해왔어요. 호텔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에게 이곳에 왔을 때 개인적으로 '놓치지 않았으면'하는 꿀팁을 소개해주고 싶어서입니다.

100년 헤리티지를 담았다고 했잖아요. 어떤 부분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예요. 서비스는 호텔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정문으로 들어올 때 도어맨이 직접 문을 열어줘요. 오래된 럭셔리 호텔처럼요. 정문에서도 헤리티지를 바로 느낄 수 있는데, 문에 새겨진 숫자 '1914'는 조선호텔의 설립 연도랍니다. 함께 새겨진 사자 문양은 고귀함과 품위, 봉황은 부활과 영원, 은행잎은 호텔의 긴 역사를 뜻해요. 활짝 피어난 석류꽃에는 번영의 화려함을 담아 호텔이 지향하는 '최고의 환대'를 표현했답니다.

1910년대 조선호텔의 모습.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1910년대 조선호텔의 모습.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호텔이 1924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프렌치 레스토랑, 팜코트의 모습. 당시 모던걸, 모던보이들의 사교 모임장으로 쓰였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최승희커피]

조선호텔이 1924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프렌치 레스토랑, 팜코트의 모습. 당시 모던걸, 모던보이들의 사교 모임장으로 쓰였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최승희커피]

다른 호텔과는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나요.

앞서 말한 서비스와 연결된 것인데요. 호텔이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객실만 판매하는 상품’이 없어요. 숙박과 함께 호텔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호텔을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일반 객실에 해당하는 '스테이트 룸'에 투숙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투숙객은 체크인 후 먼저 그랜드 리셉션에서 애프터눈 티로 웰컴 쿠키와 커피를 마셔요. 저녁에는 와인과 핑거푸드를, 이튿날 아침엔 조식을 먹죠. 이렇게 호텔에 들어와서부터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을 맞았을 때까지, 호텔에서의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어요.

호텔 선택에 침구도 영향을 주잖아요. 최상급 브랜드인 만큼 특별한 침실 아이템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 점에 착안해 모든 객실에 이탈리아 침구 브랜드 '프레테'의 최상위 제품군인 '안드레아' 라인을 제공해요. 수건·가운 등 욕실용 린넨류도요. 프레테는 1860년대에 설립된 침구 회사로, 이탈리아 왕실과 전 세계 이탈리아 대사관 사저에서 사용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해요. 가격도 250만~1000만원대에 이르죠. 해외 최고급 호텔에서만 쓰는 것으로 유명하고, 타이태닉호의 침구였기도 했어요.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성당의 제단에도 이곳의 원단을 사용합니다.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지난 6월 말로 얼마 되지 않았어요. 호텔에 이들의 베딩을 사용하기 위해 한국 지사가 정식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협업을 시작했어요. 매트리스는 '시몬스'의 럭셔리 컬렉션(뷰티레스트)으로 편안한 잠자리에 신경을 많이 썼죠. 어메니티로는 뉴욕 기반의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샴푸와 비누를 사용하고 있고요.

다니엘 아샴의 대리석 작품 'Blue Calcite Eroded Moses'. SNS에 조선 팰리스에 대해 올라오는 사진 대부분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다니엘 아샴의 대리석 작품 'Blue Calcite Eroded Moses'. SNS에 조선 팰리스에 대해 올라오는 사진 대부분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아트 컬렉션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갤러리 못지않게 많은 작품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던데요.

호텔의 품격을 예술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 400여 점을 전시했는데, 가장 화제가 된 건 웰컴 로비에 있는 다니엘 아샴의 대리석 조각 작품(Blue Calcite Eroded Moses)이랍니다. 아샴은 1980년대생으로 100만 팔로워를 가진 트렌드세터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죠. 이외에도 요한 크레텐의 설치물과 칸디다 회퍼의 사진 등 감각적인 현대미술 작품이 호텔 곳곳에서 있어요.

일을 떠나 일반 고객 입장에서 이용해본 적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개인적으로 식음업장을 몇 번 이용했는데, 해외의 어느 도시에서 럭셔리 호텔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특히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요. 두 도시에서 방문했던 호텔 바 역시 최고층에 있어 야경이 인상 깊었는데, 조선 팰리스에서 서울의 야경을 보며 낯선 곳에 여행 온 기분이 들었어요.

1914 라운지 앤 바. 개인적으로 꼭 들러보길 권하고 싶은 포토스폿이다. 숙박을 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칵테일 한잔과 함께 일몰을 즐기길 추천한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1914 라운지 앤 바. 개인적으로 꼭 들러보길 권하고 싶은 포토스폿이다. 숙박을 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칵테일 한잔과 함께 일몰을 즐기길 추천한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이것만은 꼭 즐겨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은 것은요.

단연 호텔 어디서든 한눈에 들어오는 강남의 스카이라인입니다. 그중에서도 놓치면 안 되는 것은 아름다운 일몰이에요.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하는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 딱 2시간만 허락된 호사죠. 더 구체적으로 일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면, ‘1914 라운지 앤 바’와 수영장이랍니다. 라운지 바는 투숙하지 않아도 식사나 술을 마시러 방문할 수 있어요. 저녁 시간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일몰을 즐기는 것을 추천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스파 공간이 없어요. 공간의 부족함도 있었고 스타필드 내 '더 샵스 앳 센터필드'로 스파가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대신 웰니스클럽 내의 사우나 시설이 충분히 마련돼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해외여행에 목마르거나 인테리어 명소를 찾는 MZ세대가 온다면 매우 만족할 거예요. 하루를 머물며 호캉스를 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숙박 대신 라운지 바에 들러 빙수나 애프터눈 티세트를 즐기는 것도 추천할만합니다.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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