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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당할 뻔한 '세손가락 경례' 대사 "속으로 많이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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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모 툰 유엔 미얀마 대사가 지난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유엔 총회 당시 군부 쿠데타에ㅐ 대항하는 의미의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발언을 마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초 모 툰 유엔 미얀마 대사가 지난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유엔 총회 당시 군부 쿠데타에ㅐ 대항하는 의미의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발언을 마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얀마 유엔 대사관의 한 자원봉사 경호원이 초 모 툰(52) 유엔 대사에게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음모가 있다”고 제보했다. 누군가 그를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도록 대가를 지불했다는 얘기였다. 초 모 툰 대사는 제보받은 내용을 유엔 본부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알렸다. 사흘 만에 두 명의 미얀마인 용의자가 검거됐다.

15일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초 모 툰 대사는 “겉으로는 웃기도 하지만 속으로 많이 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유엔 총회에서 고국에서 벌어진 군부 쿠데타에 대항해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일로 유명해졌다. 세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에서 군부에 저항하는 의미로 쓰인다. 군부는 그를 해임하고 유엔 대사직에 새 인물을 임명했지만 툰 대사는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뉴욕에 거주하는 미얀마인 표 헤인툿(28)과 예 헤인 조(20)는 뉴욕주(州) 웨스트체스트 카운티 지역에서 툰 대사에게 중상을 입히거나 살해하려고 공모한 혐의로 지난 6일 체포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에 무기를 판매하는 태국의 무기 거래상이 툿에게 접촉해 청부업자를 고용하도록 공모했다. 미얀마 군부는 9일 성명을 내고 “미얀마와 상관없는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FT는 실패한 공모는 정치적 망명자들을 살해해온 북한의 행동에 비유된다고 꼬집었다.

툰 대사는 또 유엔 총회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일을 두고 “내가 내린 결정 중 매우 어렵고 큰 개인적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대사는 당시 떨리는 목소리로 미얀마 군정을 향해 국제 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툰 대사의 운명은 조만간 다시 기로에 놓인다. 다음 달 유엔 총회가 새 회기를 열면 미얀마 대표 교체건을 심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군부에 대항해 수립된 임시정부인 민족통합정부(NUG)는 9월 유엔 총회를 앞두고 유엔 위원회가 지난 1960년 아파르트헤이트 사태 당시 남아프리카의 불법 정부가 임명한 특사를 거부한 일과 쿠데타로 전복된 정부가 임명한 사절을 인정한 선례를 인용하며 툰 대사의 직 유지를 촉구했다. 툰 대사는 서방 국가, 남미, 아프리카 외교관들과 “매우 고무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항상 최선을 바라지만 동시에 최악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아웅산 수지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가 해체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티 슈래러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별대사는 10일 이같이 밝히며 “미얀마 군부의 최근 행보는 정권에 대한 국제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것으로 유엔은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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