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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투기, 헬기 다 띄웠는데…주가만은 날지 못했다 왜[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3월 19일. 코로나 충격으로 증시가 근래 최저점을 기록한 날. 이후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현재 주가와 코로나 충격 전 주가를 비교해 보는 건데요. 물론 당시보다 많이 올랐다고 비싸다 할 건 아닙니다. 덜 올랐다고 앞으로 오른다는 보장도 없고요. 어쨌든 코스피 상당수 종목은 충격 전보다 몸값이 뛰었습니다. 2200대였던 코스피가 바닥을 찍고, 3200대까지 상승했으니 당연한 결과!

FA-50. 한국항공우주산업

FA-50. 한국항공우주산업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 한국항공우주도 그렇네요. 지난해 3만원 초반에서 출발한 주가는 크게 고꾸라졌다가 가파르게 반등해 올해 초 4만원 등정을 노렸지만 여기까지. 다시 내리막길을 타 3만원 초반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크게 기대하긴 어려운 분위기라는데 차근차근 살펴보죠.

한국항공우주

‘국내 최고 기술력’ 장기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코로나로 막힌 하늘길에 부품 수출 보릿고개
신규 수주도 차질…우주산업 육성은 먼 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999년 현대, 삼성, 대우그룹의 항공 부문을 통합해 만든 회사입니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의 결과물이죠. 엄밀히 민간기업이지만 공기업 성격이 강한데요. 항공분야 방산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는 데다 최대주주도 한국수출입은행(26.41%). 사장도 거의 관료 출신이 맡아온 건 안 비밀.

방산업계는 정부의 지원을 먹고살죠. 방산하면 한화그룹이 먼저 떠오르는데 공중전에선 KAI가 월등히 앞섭니다. 국내에서 완성된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거든요. 기본훈련기 KT-1,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이 현재 주력 제품.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도 만듭니다.

경찰청에 공급한 수리온.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찰청에 공급한 수리온.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난해 매출은 2조8251억원. 매출 비중을 보면 각종 국내 방산사업이 67%, 전투기 수출이 11%, 항공기 부품사업이 22% 정도입니다. 국방 예산을 바탕으로 한 국내 방산사업은 매출이 크게 줄거나 늘지 않는데요. 안정적인 운영에 도움이 되지만 큰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죠. 나머지 사업이 잘돼야 하는데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2019년만 해도 매출의 3분의 1 정도를 담당했던 부품사업이 확 쪼그라든 상황인데요. 코로나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주 고객인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주문량 역시 큰 폭으로 감소. 분기 2500억원 정도였던 부품사업 매출이 지난해 2분기부턴 1500억원대로 확 줄어든 거죠. 아무래도 이쪽이 마진율이 높은데요. 매출이 줄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48%나 감소하는 원인으로 작용.

KT-1 최종 조립 라인. 한국항공우주산업

KT-1 최종 조립 라인. 한국항공우주산업

회복 타이밍을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 재확산을 고려하면 수요 위축이 길어질 거란 예측이 타당해 보입니다. 항공기 제조사의 실적 회복이 부품사 실적에 영향을 주는 시차까지 고려하면 빨라도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터널 끝이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항공기든 부품이든 제작 기간이 깁니다. 미래의 일감(신규 수주)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업종인데요. 코로나는 신규 수주에도 악영향. 협상 중인 나라가 여럿 있었지만, 비행기 구매 이런 건 아무래도 급한 일이 아니니 뒤로 미루는 겁니다. 게다가 뭘 만나야 팔죠. 전투기가 한두푼도 아니고. 올해 수주 목표액이 2조9000억원인데 상반기에 1656억원.(또르르…)

LAH(소형무장헬기). 한국항공우주산업

LAH(소형무장헬기). 한국항공우주산업

다행히 7월부터 힘을 내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에 T-50 6대(2745억원)를 팔기로 했고, 태국(896억원)과도 도장을 찍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세네갈과의 협상도 기대할 만. 수주 목표는 그럭저럭 채울 거로 보이지만 실제 인도까진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장 매출에 기여하는 건 아닙니다. 전투기 수출은 2023년 인도 예정이고, 얼마 전 영국 업체와도 체결한 부품 공급 계약(7546억원)도 2026년부터 시작.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조립 현장.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조립 현장. 한국항공우주산업

일단 내년까진 보릿고개? 이럴 땐 섹시한 미래 동력 하나가 큰 힘이 될 텐데요. 마침 회사 이름에 요즘 핫하다는 ‘우주’가 들어가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 우주 관련주가 큰 관심을 받고, KAI 역시 우주산업 TF 출범 소식 덕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내 제자리로.

KAI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내 우주 관련주의 대장격이지만 관련 매출은 1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 전체 매출의 5%도 안 됩니다. 위성 제작 기술을 보유했고, 발사체 분야로도 발을 넓힌다는 구상까지 세웠지만, 문제는 시간. 돈이 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커서 훌륭한 사람 될게요”와 크게 다르지 않은.

KF-21 보라매 시제기. 한국항공우주산업

KF-21 보라매 시제기. 한국항공우주산업

시선을 좀 멀리 가져간다면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최악의 구간을 지나고 있으니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규모가 큰 한국형 전투기 KF-21(무려 초음속!) 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소형무장헬기(LAH)도 내후년쯤 출격하죠.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지는 것. 장기 목표(2030년 매출 10조원) 달성 여부는 의문이지만 기술력, 잠재력엔 큰 이견이 없습니다. 굵직한 M&A, 대규모 수주 소식이 나와준다면 예상보다 빨리 날아갈 수도!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장기 비전 Good? 그럼 나중에 사지 뭘.

이 기사는 8월 1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 https://maily.so/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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