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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배짱···'기본 시리즈' 난타 당해도 "계속 포퓰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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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성장론’을 앞세웠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 시리즈’ 공약에 다시 무게를 실었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고전했던 당내 경선은 물론 향후 본선 대결까지 ‘기본 대 반(反)기본’ 구도로 끌고 나가기 위한 승부수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을 상위 12%까지 포한한 전 도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을 상위 12%까지 포한한 전 도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표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13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상위 12%는 제외하고 지급하기로 한 5차 재난지원금을 전 도민 대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도민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촉진하는 경제정책”이라고 말했다.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에 대해 “1인당 25만원 기본소득을 눈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기본소득 시범사업’ 실시 선언”(민주당 수도권 의원)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5차 재난지원금을 전 도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5차 재난지원금을 전 도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기본 시리즈’에 대해 여·야 양쪽에서 비판에 쏟아지지만 이 지사 측은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캠프의 한 핵심 의원은 “우리의 핵심 전략 중 하나가 정책 주도성이다. 본선에서도 ‘기본 시리즈’를 두고 매우 분명하게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 10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저는) 포퓰리즘이라 비난받는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한 것 때문에 (인정받았다)”“저는 계속 앞으로도 포퓰리즘을 하겠다”고 밝혔다.

① 기본소득: 연간 59조원 재원 조달이 쟁점

기본소득은 정치인 이재명의 ‘대표 상품’이다. 성남시장 재선 시절(2014~2018년)부터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연간 50만원을 ‘청년 배당’으로 지급했다. 2018년 경기지사 당선 이후엔 청년기본소득(만 24세 연간 100만원)을 실시했고,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때마다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며 ‘기본소득=이재명’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난달 22일 이 지사가 발표한 기본소득 정책공약 역시 이런 경험이 녹아있다. 이 지사는 대통령 당선 이듬해인 2023년부터 전 국민 1인당 연간 25만원의 일반기본소득 외에, 만 19~29세 청년에겐 추가로 연간 100만원을 주는 청년기본소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본소득 공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재명 기본소득 공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막대한 예산 규모다. 이 지사는 임기 내 일반 국민엔 연간 100만원, 청년에겐 연간 200만원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는 모두 5167만명으로 일반기본소득에 필요한 예산만 51조6700억원이 넘는다. 19~29세 청년층(725만명)에 추가 지급할 청년기본소득 예산(7조2500억원)까지 합치면 연간 59조원이 든다. 이는 올해 정부 총예산(558조원)의 10.6%다.

이 지사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재정구조 개혁과 예산 절감 등을 통해 25조원을 마련하고, 조세감면분을 통해 추가로 25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소득 토지세와 기본소득 탄소세를 신설해 추가 예산을 조달하기로 했다.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선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민주당 안에서도 “52조 원을 기존 정부 재정에서 빼내는 일은 불가능하다”(이낙연 캠프 오영훈 수석대변인)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정부 예산엔 인건비가 보통 절반이고, 계속사업·법정지출 등이 있어 지출 구조조정엔 제약이 많다”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예산 마련을 위해 최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했을 때도 7~8조원밖에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② 기본주택: 현실성·입지 놓고 공방

기본주택 공약은 “33평형짜리 집에서 네 가족이 역세권에서 월세 60만원에 평생 살 수 있게 하겠다”(이 지사)는 말로 요약된다.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넓은 평수에, 30년 이상의 장기 거주 기간을 두는 양질의 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임기내 100만호’를 공약한 이 지사는 연간 소요 예산을 44조원으로 추산한다. 일단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55조7000억원)을 기초로, 공공임대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아 조달한다. “시장가치로 치면 원가보다 비싼 자산이 있기 때문에 재원조달은 문제가 없다”는 게 이 지사의 설명이다. 부족한 자금은 공사채와 펀드·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채운다.

이재명 기본주택 공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재명 기본주택 공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본주택에 대한 비판은 ‘실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저런 유토피아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돈이 없어서 못해낸 일”(유승민 전 의원)이란 비판이 대표적이다. 부지 문제도 쟁점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최근 TV 토론회에서 “분당 신도시 10개에 해당하는 토지를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지 모르겠다”며“봉이 김선달이나 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연간 50만호 정도 신규 주택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그 중 일부를 기본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하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③ 기본금융: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 논란

기본금융 공약은 ‘전 국민 1000만원 마이너스 통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을 장기간 저리로 대출받고 마이너스 대출 형태로 수시 입출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1000만원이라는 한도는 대부업체 이용자 평균 대출금 900만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고, 금리는 시중 우대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현재 기준 3% 안팎)으로 마련하겠다는 게 이 지사 측 설명이다.

이재명 기본금융 공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재명 기본금융 공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본금융 비판은 부작용에 집중되고 있다. “부실 또는 신용불량으로 이어지면 경제적 혼란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박용진 민주당 의원), “금융시장의 시스템을 철저히 무시한 사회 초년생들 ‘빚쟁이 만들기 프로젝트’”(원희룡 전 제주지사)라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항상 빠듯한 저신용 저소득 계층은 기존의 빚을 상환하거나 기타 용도의 소비로 사용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불과 1천만 원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라며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삶과 처지를 이해한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캠프 “기본 시리즈 더 간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0일 유튜브 '이동형TV' 방송에 출연해 “(저는) 포퓰리즘이라 비난받는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한 것 때문에 (인정받았다)”며 “저는 계속 앞으로도 포퓰리즘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이동형TV' 캡처

이재명 지사는 지난 10일 유튜브 '이동형TV' 방송에 출연해 “(저는) 포퓰리즘이라 비난받는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한 것 때문에 (인정받았다)”며 “저는 계속 앞으로도 포퓰리즘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이동형TV' 캡처

이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후 발표될 내용 가운데에도 기본 시리즈가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선명한 정책 노선을 내걸고 ‘미래 청사진’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이 지사의 ‘정책 선명성’이 독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구체적인 지급 액수까지 공약으로 던져 놓은 이상 본선에서 자칫하면 기나긴 방어전을 벌여야 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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