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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같은 독한놈 또 온다? 중국 손에 달린 '지구의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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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 [픽사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 [픽사베이]

 유엔환경계획(UNEP), 유럽연합(EU) 기후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등 여러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했던 2019년보다 약 24억t의 이산화탄소(CO²)를 덜 배출한 것이다. 다른 온실가스도 마찬가지 비율로 추정된다.

[알지RG] #2020년 한해 탄소 배출 7% 감소 #코로나 팬데믹 탓 뜻밖의 목표 달성 #지구 더워지면 전염병 창궐에 유리 #과학자들 "코로나의 시사점 새겨야"

‘7% 감축’은 의미 있는 숫자다. 기후 변화 ‘1.5도(℃) 상승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기 때문이다. UNEP는 지난 2019년 11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매년 7.6%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 1.5도 미만 상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공교롭게도 UNEP 보고서 발행 몇 달 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2020년에는 뜻밖에 탄소 배출 7% 감축이라는 목표에 근접하게 됐다. 그렇다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자체에 별다른 변화가 있진 않았다. 대기 중 농도는 수백년간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기후 과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탄소 배출 감축, 중요 시사점”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기후시스템전공 교수 및 IBS 기후물리단 연구위원. 송봉근 기자.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기후시스템전공 교수 및 IBS 기후물리단 연구위원. 송봉근 기자.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 총괄 주저자로 참여한 이준이(47)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가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축하는 앞으로의 경로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줬다”면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실질 배출량 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얼만큼의 사회·경제적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은 이산화탄소 배출 궤적을 근본적으로 변경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글로벌 배출량 감소를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BBC도 코로나19로 전 세계 주요국이 봉쇄령을 내렸던 지난해 3월부터 과학자들은 의미 있는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제 부문과 국가별 봉쇄 전후 배출량의 변화 정도를 추산할 수 있었고, 이는 활동을 어느 정도 줄일 때 탄소 배출이 그만큼 주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지표가 됐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관찰된 지표를 활용해 지난해 5월, 연말까지 총배출량 감소분이 전년 대비 7%가 될 것으로 예측했고, 이는 그대로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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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으로 고통스러운 변화를 겪으며 탄소 배출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기후변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는 것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 향후 인류가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는 단기적인 환경으로 향후에는 고강도의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리즈 대학의 국제기후센터 소장 피어스 포스터 교수는 BBC에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한 정책은 여전히 충분치 않으며, 봉쇄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영향 없이 그 정도 배출량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EU 탄소 배출량 꾸준히 감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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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코로나19 전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여온 국가들은 코로나19 기간에 더 큰 폭의 기여를 했다. 미국은 탄소 배출을 12%, EU는 11% 줄였다. 인도도 9% 감소했다. 반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위인 중국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일찍 벗어나면서 1.7% 감소했다. 팬데믹 이전 값에 근접했을 뿐 아니라 현재는 그 이상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EU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켜왔다. 특히 1인당 배출량의 경우 미국은 24~25tCO²e에서 20GtCO²e까지, EU는 13tCO²e에서 약 9tCO²e까지 줄였다. 반면 고도성장 중인 중국은 1인당 배출량이 상승하면서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2019년 총 배출량 13GtCO²e를 넘기면서 2019년 지구촌 전체 배출량의 28%까지 차지하게 됐다.

중국 변화해야 목표 달성, 한국도 ‘기후 깡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BBC는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중국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적극적인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을 촉구한 이유다. 두 정상은 최근 독일과 중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이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도 주요 탄소 배출국(전체 9위)으로 꼽힌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아 국제 사회에서 '기후 깡패'로 불려왔다.

재생에너지 비중 40%에도 메르켈은 반성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앞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온 독일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80~9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탈 석탄 정책은 꾸준한 재생 에너지 지원 정책을 동반해 현재 재생 에너지 비중이 40% 수준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내부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연방환경부장관은 "독일은 2040년까지 갈탄발전에서 탈출할 수 있다"며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부문의 탈 석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2일 임기 중 마지막 연례 회견에서 "독일의 탄소배출량 감소 기록이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고 반성했다.

“기후변화 못막으면, 반대로 전염병 또 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 [픽사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 [픽사베이]

뼈를 깎는 노력 없는 '코로나19 효과'만으론 장기적으로 온난화를 막는 데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각종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반대로 지구온난화는 코로나19같은 전염병의 확산을 가속할 수 있다고 하버드대학교 기후변화 연구진은 말한다.

하버드대 애런 베른슈타인 박사는 "기후 변화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지구 변화의 근본 원인 중 상당수는 전염병의 위험도 증가시킨다"고 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동물들이 대규모로 서식지를 이동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을 발생, 확대할 여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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