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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값 폭락 경고하는데…"일본식 버블붕괴 없다"는 그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15 01:18

업데이트 2021.08.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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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도심 전경. 도쿄 시내 단독주택 단지와 맨션이 보인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일본 도쿄 도심 전경. 도쿄 시내 단독주택 단지와 맨션이 보인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아파트값이 2014년부터 8년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역대 최장기 상승 레이스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0년대 초·중반에도 집값이 오랫동안 올랐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1999년부터 5년 연속 상승하다 6년째인 2004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동산 위키]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인터뷰

최근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연간 전국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각 19%로 모두 2002년(각 23.1%, 30.8%) 이후 19년 만에 최고다.

정부가 '휘슬'을 꺼냈다. 집값이 고점이라는 ‘상투’ 경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잇따라 경고성 발언을 했다.

'큰 폭' 조정 가능성 

홍 부총리는 "서울 아파트값이 실질 가격 기준으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인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말한 데 이어 “하향 조정 내지 가격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예측보다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며 폭락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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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집값이 과거 일본을 따라갈 수 있다는 말인가. 국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의문이다. 1990년대 초반 ‘버블’(거품) 붕괴 이후 폭락을 경험한 일본 주택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다.

박상준 교수

박상준 교수

‘한·일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를 인터뷰했다. 박 교수는 경제학으로 서울대 학사·석사, 미국 위스콘신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9년부터 일본 대학에서 가르치며 일본 주택시장 버블 붕괴를 직접 겪었다. 한국과 비교를 곁들여 일본 경제를 깊이 있게 다룬 『불황터널』(2016년)과 『불황탈출』(2019년)을 출간했다. 올해 안식년을 맞아 국내에 머물고 있다.

도쿄 집값 15년새 40% 올라 

코로나 이후 일본 집값도 많이 올랐나.  

“버블 붕괴로 1992년부터 2005년까지 14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장기 폭락한 뒤 2006년부터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등락을 거듭하며 조금 올랐다. 지난해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2006년 분양받은 도쿄 아파트값이 40%가량 오른 것 같다. 매입할 때는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올랐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적다.”

(OECD에 따르면 일본 집값이 1992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부동산연구소 통계를 보면 도쿄 집값이 1993년 6월 대비 58% 떨어진 뒤 2005년 11월 바닥을 쳤다. 지난 5월 기준 40% 상승했지만 1993년 6월의 60% 수준이다. 근 30년간 40% 하락한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은 180% 올랐다.)

그래픽

그래픽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값이 평(3.3㎡)당 1억원을 넘어섰다. 일본 집값은 어떤가.

“일본에서도 60평대 이상 대형 고급 아파트는 한국보다 비싸거나 비슷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평균 주택 가격은 그렇지 않다. 5~6년 전엔 일본이 더 비쌌는데 지금은 역전됐다.

서울에서 괜찮은 지역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15억원이라면 일본에선 10억원 정도다. 일본보다 낮은 한국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한국 집값이 훨씬 비싼 셈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 사라져 

일본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는 이유는.

“경제가 노쇠해 전체 수요가 부족한 영향이다. 고령화·인구 감소 등으로 젊은 층을 비롯해 수요가 적다. 버블 붕괴 이후 2005년까지 장기 하락을 경험하며 집값 상승 기대가 사라진 심리적 요인도 크다.

일본에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사는 수요가 없다. 세입자가 원하면 얼마든지 거주할 수 있고 임차인 보호가 지나칠 정도로 강해 집이 없는 데서 오는 공포도 없다.

주인이 들어가 살고 싶어도 세입자가 계속 살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뒷돈을 줘야 할 정도다. 너무 과도한 세입자 보호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도 높은 규제에도 한국 집값이 많이 올랐다.  

“정부가 수요 억제 위주로 정책을 펴면서 공급을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이 ‘고령화’하면서 많지 않은 새집에 수요가 집중됐다. 집값이 오르자 전세를 활용한 투기적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가 늘며 집값이 더 뛰었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이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신을 키웠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본 틀은 달라지지 않는 일관된 정책이 중요하다.”

소득이 집값 움직임 좌우 

한국 집값에 버블이 끼었다고 보나. 

“2년 전 ‘불황탈출’을 쓸 때만 해도 걱정스러운 정도였다. 그사이 엄청나게 올라 지금은 버블이라고 말할 수준이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는 것을 전제로 집값이 내려갈 것이란 의미가 아니다.

한국 주택시장 구조가 일본과 많이 달라 일본식 버블 붕괴는 없을 것으로 본다. 특히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전세제도가 있어서 집값 하락 버팀목 역할을 한다. 앞으로 집값은 소득·경제성장에 달렸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소득이 늘어나면 소득과 집값 괴리가 줄어들고 현재 집값도 굳어지게 된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외곽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선 도심 회귀로 신도시가 실패하지 않았나.  

“일본에서 망한 신도시는 도쿄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다. 출퇴근 시간이 신도시 성패를 좌우한다. 자급도시이거나 서울 접근성이 좋으면 신도시도 서울 주택공급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시간거리를 단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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