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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때보면 다 노인들 뿐" 中 유흥중심 KTV의 씁쓸한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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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사교의 장'이던 KTV, 점점 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노래방(이하 'KTV')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교의 장이자 유흥의 중심지였다. 사람이 여럿 모였는데 딱히 놀 거리가 없을 때, 생각나는 건 KTV였다. 너 한 곡, 나 한 곡 부르면서 어색함을 풀기에 KTV만 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가장 왕성하게 하는 20, 30대가 KTV의 주 고객층이었다.

[사진출처= quanjing.com]

[사진출처= quanjing.com]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KTV는 사양산업 중 하나이자, 점차 사라지고 있는 업종 중 하나가 됐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치차차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KTV 업체의 수는 약 5만 8000개로 확인된다. 주목할 것은 신규등록 수다. 신규 KTV 업체 등록 수는 2016년 이래 1만개 안팎을 유지하다 2020년 약 6300개 정도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전년인 2019년 대비 38.8% 감소한 수치다.

KTV 관련 업체 신규등록 및 성장률 추이(좌) / 2020&2021 상반기 KTV 관련 신규등록 업체 수 통계 [사진출처= 치차차(企查查)]

KTV 관련 업체 신규등록 및 성장률 추이(좌) / 2020&2021 상반기 KTV 관련 신규등록 업체 수 통계 [사진출처= 치차차(企查查)]

작년보다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치차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TV 관련 업체 수는 1652개로, 작년 2816개 대비 41.3% 줄었다. 특히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한 수치를 보인다. 작년과 올해의 큰 감소 폭을 볼 때 코로나 19가 그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음을 살펴보면 KTV의 쇠퇴가 꼭 코로나19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최근 5년 등록 말소된 KTV 관련업체 수 추이를 보면, 2016년부터 시작해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5년 KTV 관련 등록 말소 업체 수 추이 [사진출처=치차차(企查查)]

최근 5년 KTV 관련 등록 말소 업체 수 추이 [사진출처=치차차(企查查)]

'사라지는' 업체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단 얘기다. 게다가 사라지는 속도가 생겨나는 속도보다 빠르다. 2016년부터 시작해 약 4년간은 매년 1만개 안팎의 업체가 생겨났지만, 사라지는 업체 수는 2016년 2264개에서 2019년 5254개로 빠르게 늘었다. 코로나 19 이전부터 KTV의 인기는 이미 사그라지기 시작하고 있던 것이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KTV 말고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CCTV재경, 치차차 등 다수 경제 매체들은 업계가 내리막길을 걷는 원인을 '20, 30대가 잘 안 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 KTV의 주 고객이었던 이들이 이젠 무언가 다른, 색다른 유희 거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KTV를 지나친 이들의 발길은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방 탈출 게임(密室逃脱)', '쥐번샤(剧本杀)' 같은 곳들에 닿고 있다. 방 탈출 게임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말 그대로 여럿이서 함께 단서를 찾아 방을 탈출하는 게임이다. 쥐번샤는 '중국판 마피아 게임'으로, 극본 리딩을 하면서 대본 속에 감춰진 숨겨진 범인을 찾는 게임이다.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방탈출게임'(좌)와 '쥐번샤'(우) [사진출처=터우탸오]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방탈출게임'(좌)와 '쥐번샤'(우) [사진출처=터우탸오]

이들 게임은 비교적 동적이고, 스릴감 넘치며, 협동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서로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노래 잘하는 친구 한 명이 마이크를 독점할 때, 노래 못한다고 '기죽을' 일도, 스마트폰을 보며 내 차례를 기다릴 일도 없다. 모두가 동시에, 함께, 평등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게임은 젊은이들에게 더 매력적인 선택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집에서 노래방 앱을 이용해 부른다", "예전에 KTV를 좋아하던 젊은이들은 이제 다 중장년이 됐다", "젊은이들은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996(9시부터 9시까지, 주6일 일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 하느라 힘도 없다" 등 젊은이들이 KTV에 가지 않는 이유를 저마다 밝히기도 했다.

[사진출처=터우탸오 기사 댓글 캡처]

[사진출처=터우탸오 기사 댓글 캡처]

젊은이들 사라진 노래방 찾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빠진 KTV 자리를 채운 새로운 고객층은 '노년층'이다. 올해 초, CCTV 재경에서는 KTV 현장 영업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광시(广西)성 난닝(南宁)시 노래방들을 취재했다. 이날 취재한 3층 건물에 약 40개 이상의 방을 겸비한 KTV에서 사람이 들어가 있는 방은 5개에 불과했다.

[사진출처=CCTV 재경 캡처]

[사진출처=CCTV 재경 캡처]

KTV를 나오는 한 남성은 인터뷰에서 "계산하러 나올 때 보니 다른 방 손님들이 다 내 또래 노인들이었다. 전반적으로 노래방 가격이 인하되면서 (KTV가) 노인들의 오락거리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고 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KTV 업계의 전반적인 고객 유입은 70~80%나 줄었다. 코로나 19의 영향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오락거리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업주들은 쓴 한숨을 내쉬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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