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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멧돼지 키우며 사는 70대 자연인, 백신 전도사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현지시간) 세르비아의 자연인 판타 페트로비치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속세에 있는 사람들에게 백신접종을 독려하고 나섰다. AF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세르비아의 자연인 판타 페트로비치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속세에 있는 사람들에게 백신접종을 독려하고 나섰다. AFP=연합뉴스

세르비아의 산속 동굴에서 은둔하며 혼자 살아온 70대 '자연인'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문명과 단절된 채 살아온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수개월 이어진 뒤에야 전염병의 존재를 알게됐다고 한다.

14일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비아 남부 스타라플라니나산 속 동굴에서 혼자 거주하는 자연인 판타 페트로비치(70)이 지난 9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백신 회의론자들에게 접종을 독려하고 나섰다.

1990년대까지 해외노동자로 일했던 그는, 20년 전 고향인 세르비아로 돌아왔고 돌연 속세를 떠나 산속 동굴에 자리를 잡았다. 페트로비치는 속세를 떠나기 전 자신이 벌었던 돈을 고향에 기부했고, 마을은 이 돈으로 세개의 다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정부로부터 복지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마을에 기부하고 있다.

그는 "도시에선 바쁜삶을 살았고 자유롭지 않았다"며 "항상 누군가가 나를 억압하고 논쟁을 벌이는 나날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은 저주받았고, 이는 사람들을 망친다"며 "돈만큼 인간을 타락시킬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베프토비치가 반려멧돼지 마라를 돌보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베프토비치가 반려멧돼지 마라를 돌보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페트로비치는 산속 동굴에 홀호 살고 있다.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다 떨어진 신발과 옷을 입고 있다. AFP=연합뉴스

페트로비치는 산속 동굴에 홀호 살고 있다.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다 떨어진 신발과 옷을 입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연인'이 된 뒤엔 주로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산에서 나는 버섯을 따먹으며 살아왔다. 그가 '집'이라고 부르는 동굴은 인적이 아주 없는 곳이다. 그마저도 가파른 오르막에 위치해있어, 심장이 약한사람들은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고 한다. 동굴엔 그가 화장실로 사용하는 낡고 녹슨 욕조가 있고, 벤치와 함께 침대역할을 하는 건초더미가 놓여있다.

젊을적 결혼을 여러번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족 없이 혼자다. 산속에서 반려 멧돼지 '마라'와, 염소·닭·개·고양이 등 동물 30여 마리를 키우며 살고있다. 마라는 그가 8년 전 숲속 덤불에서 발견해 보살핀 멧돼지다. 직접 젖병을 물려 건강을 회복시켰고, 지금은 무려 몸무게가 200㎏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마라는 나에게 모든 것이다. 나는 마라를 사랑하고, 마라는 내 말을 잘 들어준다"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진정한 반려동물"이라고 말했다. 멧돼지에게 사과를 먹이며 장난칠 정도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져 남은 음식을 가져다 동물들에게 먹인다. 얼마전 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구하기 위해 인근 마을을 찾게 됐고, 전세계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진 사실을 알게됐다. 그 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결심했다고 한다.

페트로비치는 "바이러스는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갈 수 있다. 이 동굴까지 쫓아올 수 있다"며 "백신 회의론자들이 접종하지 않겠다고 소란을 피우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스터샷까지 총 3회의 접종을 모두 마치고 싶다"며 "나처럼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트로비치가 직접 만들어 세운 비둘기집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비둘기에게도 먹이를 준다. AFP=연합뉴스

페트로비치가 직접 만들어 세운 비둘기집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비둘기에게도 먹이를 준다. AFP=연합뉴스

한편 그는 최근 산속에서 늑대의 습격을 받았다. 늑대의 공격으로 여러마리의 동물을 잃었다고 한다. 늑대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그는 최근 거처를 마을 외곽의 외딴 오두막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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