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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집값 1위' 선전 부동산, 대체 누가 사고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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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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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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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756만의 선전은 평균 연령 33세의 젊은 도시다. 텐센트, 화웨이 같은 IT 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으며, 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第一财经)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선전의 집값은 베이징, 상하이를 제치고 제곱미터(㎡)당 9만 49위안(약 1614만원)으로 전국 1위에 올랐다(신축 제외한 중고주택(二手房) 기준).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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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승 속도도 빠른 선전 부동산은 투자자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다. 투자가 몰리니 집값은 더더욱 치솟는다. 현시점, 아파트 한 채 매입에 10억이 넘는 돈이 필요한 것은 선전에서 이제 예삿일에 불과하다.

의문인 것은 도시 평균 연령과 비교하면 집값이 과도하게 비싸단 것이다. 선전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으로, 직장을 갖고 자산을 모으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나이다. 집주인은 외지의 지갑 두툼한 투자자들일 것이고, 실제 거주하는 젊은 청년들은 대부분 세입자일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사진출처=터우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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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런지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누가 선전 부동산을 구매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전의 부동산을 매수하고, 집값을 올리는데 ‘이바지하는’ 이들은 대체 누굴까?

선전 부동산 구매자들의 인구 특성은?

호적과 현재 거주지

먼저 선전 부동산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현재 거주지와 호적(户口)을 살펴보자.

중국 부동산 중개 플랫폼 러여우자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선전 부동산 구매자의 97.64%가 선전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실제 선전에 거주하지 않고 외지에서 ‘투자’ 목적으로 선전 부동산을 구매하는 투자자들은 지역당 1% 아래로 그 비율이 미미했다. 선전에서 집을 사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선전 거주자라는 것이다.

 선전 부동산 구매자의 현재 거주지(좌)와 호적지(우) 통계 [사진출처= 러여우자(乐有家)]

선전 부동산 구매자의 현재 거주지(좌)와 호적지(우) 통계 [사진출처= 러여우자(乐有家)]

호적을 살펴봤을 때 역시 선전인(深圳人)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산터우(汕头), 메이저우(梅州) 등 가까운 도시부터 시작해 후베이(湖北)성 징저우(荆州), 우한(武汉) 등지에서 온 외지인들의 비중 역시 높았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달리 ‘외지인들이 세운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선전답게 다양한 지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해 거주하며 부동산을 구매하고 있었다.

연령과 성별

연령과 성별을 살펴보면, 또 하나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80허우(1980년 이후 출생자)가 58.12%, 90허우가 23.46%, 그 뒤로 70허우가 14.38%였다. 한국 나이로 보자면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 뒤가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 그다음이 4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의 나잇대 순서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70허우보다도90허우의 '젊은 층'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선전 부동산 구매자의 연령(좌)와 성별(우) 통계 [사진출처= 러여우자(乐有家)]

선전 부동산 구매자의 연령(좌)와 성별(우) 통계 [사진출처= 러여우자(乐有家)]

성별의 경우는 남성 48%, 여성 52%로 비슷한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소폭 높았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남성이 집을 마련해 오는 결혼 풍습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다. 집값이 비싸다 보니 전부 남자 측에서 마련해 오는 것은 어렵고, 결혼 상대와 함께 힘을 합쳐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동산 구매 목적

 선전 부동산 구매자의 부동산 구매 목적 [사진출처= 러여우자(乐有家)]

선전 부동산 구매자의 부동산 구매 목적 [사진출처= 러여우자(乐有家)]

부동산 구매 목적을 보면 선전 부동산 구매자의 특징이 더 명확해진다. 실거주 수요를 나타내는 '강성수요(刚需)'와 '개선(改善)'을 합한 비율이 93%에 달했다. '강성수요(刚需)'는 보통 가격이나 투자 등과 무관하게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하는 '꼭 사야만 하는' 주택을 의미하며, '개선(改善)'은 단어 뜻대로 현재 집보다 더 나은 환경으로 이주하기 위해 구매하는 집을 말한다. 이들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투자' 목적의 부동산 매입은 약 7%에 불과했다.

'선전 거주, 30대 남녀, 실거주 수요자'

위 결과들을 정리하면, 대부분 실제로 선전 부동산을 구매하고 있는 주체는 '선전에 거주하는 30대의 실거주 수요가 있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 의문은 비교적 젊은 나이의 이들이 대체 어떻게 그 비싼 선전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최근 10년 선전 거주자 평균임금과 평균 집값(신축/구축) [사진출처= 러여우자(乐有家)]

최근 10년 선전 거주자 평균임금과 평균 집값(신축/구축) [사진출처= 러여우자(乐有家)]

선전 부동산 시세는 지난 10년간 3배가 뛰었다. 신축 집의 경우 2010년 제곱미터(㎡)당 2만 200위안에서 2018년 5만 4100위안으로, 중고 주택의 경우 2010년 제곱미터(㎡)당 1만 6300위안에서 2019년 6만 1500위안으로 뛰었다. 반면 선전시 거주자의 평균 연봉은 2010년 5만 500위안에서 2018년 11만 1700위안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평균 연봉이 무려 2배 이상 뛸 만큼 빠르게 올랐지만, 부동산 가격은 그보다 더 빠르게, 약 3배가량 상승했다는 얘기다. 2018년 기준, 대출 없이 80제곱미터(㎡)의 부동산 한 채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대략 40년을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부가 힘을 합친다면 20년이다. 물론 지출을 0으로 놓고, 모든 연봉을 전부 저축했다고 가정할 때의 이야기다.

텐센트, 화웨이 등 첨단 IT기업들의 높은 연봉이 화제가 된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고연봉을 받지는 못할뿐더러 대출을 받더라도 20, 30대 젊은 나이에 자신의 힘으로 집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고가 부동산 매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부활한' 컨라오족(啃老族, 캥거루족)?

중국의 한 경제매체에 따르면, 선전의 20, 30대 젊은이들이 고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것은 이들 대부분 '신형 컨라오족(新型啃老族)'이기 때문이다. 즉,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집을 산다는 것이다

컨라오족 [사진출처= 터우탸오 ]

컨라오족 [사진출처= 터우탸오 ]

'컨라오족(啃老族)은 원래 '캥거루족'이라는 의미로, 약 10년 전에 중국 온라인상에서 유행했던 인터넷 용어다. 정상적으로 일하며 사회생활을 할 나이인 30, 40대임에도 캥거루처럼 부모의 품에서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청년을 지칭하는 단어다. 사회 기강을 흩트린다는 이유로 당시 컨라오족들은 중국 관영매체들로부터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신형' 컨라오족들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비교적 좋은 대학, 어엿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재테크, 투자 등에도 밝다. 나날이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다. 10년 전의 컨라오족들과 다르게 이들은 열정적인 자세로 삶을 대한다. 하지만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점에서는 10년 전 그들과 같은 모습이다.

[사진출처= CCTV 프로그램 다장당(大讲党) 캡처]

[사진출처= CCTV 프로그램 다장당(大讲党) 캡처]

지난 2018년 중국 관영매체CCTV2에서 방영한 경제방송에서 한 경제전문가는 "부모나 가족 등 주변 모든 이들에게 손을 벌려서라도 부동산 매입에 돈을 보탤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라"고 젊은이들에게 조언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10년여 전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아 선전의 집 한 채를 구매할 땐 어쩐지 죄책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모님과 가족들로부터 당시 내 선택이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와 같은 댓글들도 보인다.

중국 여론은 이들 '신형 컨라오족'을 긍정하는 분위기다. 과거처럼 일도 안 하고 부모에게 무조건 빌붙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투자' 방법의 하나로 부모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격려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터우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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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 1선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 대부분은 집을 살 때 부모의 경제적 도움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중국청년보(中国青年报)에서 1선 도시 청년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부동산 매입 시 부모에게 의존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97%에 달했다.

선전의 부동산을 구매하는 사람들, 선전 부동산 시세 상승을 주도하는 주체는 외지의 투자자들도, 오랜 기간 일하며 일정 수준 이상 자산을 형성한 40, 50대 중장년층도 아닌, 20, 30대 선전에 거주하는 젊은 청년들의 '부모님'들이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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