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첫날 장외 '노마스크' 시위 강행…주말 방역 '빨간 불'

중앙일보

입력 2021.08.14 17:18

업데이트 2021.08.14 17:24

광복절 연휴 첫날 서울 도심에서 열리기로 한 시위들이 강행되는 과정에서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포착됐다. 여기에 연휴를 맞은 나들이객들의 대규모 이동이 겹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14일 오전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 행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미리 주요 도로를 통제한 경찰에게 저지당했다. 앞서 주최 측은 이날 행사를 집회가 아닌 ‘자발적 1인 걷기 운동’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를 변형된 불법 집회로 간주했다.

집회가 불발된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중구 일대에 흩어져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시청역 1호선 출입구가 전부 폐쇄되자 일부 지지자들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난 (국민혁명당) 당원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온 건데 왜 못 지나가게 하느냐”며 항의했다. 한 지지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확성기에 대고 “문재인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더니 이제 시민의 자유까지 말살하려 한다”고 외쳤다.

14일 시청역 인근에서 한 보수 단체 지지자가 마스크를 내린 채 발언하고 있다. 박건 기자

14일 시청역 인근에서 한 보수 단체 지지자가 마스크를 내린 채 발언하고 있다. 박건 기자

진보 단체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서대문역 인근에서 ‘한·미 전쟁연습 중단’이라는 구호가 적힌 헬륨 풍선을 들고 70m 간격으로 선 채 행진했다. 진보 성향 단체가 모인 ‘광복 76주년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대회 추진위원회’도 서대문 독립문공원, 국방부 인근, 종로3가 일대 등 거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연휴 첫날부터 주요 시위들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경찰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경찰은 14일 서울 도심권에 임시 검문소 81개소를 설치하고, 186개 부대를 동원해 차 벽과 펜스 등으로 도로를 통제했다. 경찰은 검문소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목적지와 방문 이유, 경우에 따라서는 신분증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도로는 통행이 전면 통제돼 경찰이 우회를 요청했다.

주말을 맞아 외출한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서울역에서 숭례문 방향으로 가던 한 시민은 “집회를 막으려면 광장만 통제하지 왜 길을 막느냐”며 “차도 건너편엔 코로나바이러스가 없고 여기에만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대학생 유모(24)씨는 “광복절에만 집회가 열리는 줄 알고 나왔다가 길이 막혀서 당황스럽다”며 “집회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회와 경찰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유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2000명을 넘은 만큼 (단체들이) 자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직장인 권모(38)씨는 “방역이 중요한 건 맞지만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는 1인 시위까지 막느라 통행을 제한하는 건 과잉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남은 광복절 연휴 기간에도 집회·시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연휴 기간에 금지를 통고한 집회와 시위는 41개 단체, 316건이다. 신고 인원은 12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휴가 등으로 인한 시민들의 이동까지 더해지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도 광복절 연휴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3일 “대체 공휴일을 포함한 이번 연휴가 위기 극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모임과 이동을 자제해달라”며 “휴가를 다녀오신 국민께서는 가급적 신속하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광복절 연휴 첫날인 1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930명으로 사흘째 1900명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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