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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원주민과 귀촌인의 갈등을 식초로 푼 고창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97)  

귀촌여지도⑤ 전라북도 편

귀농·귀촌 교육은 기술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해결과 화합의 방법도 모색한다. 많은 귀농·귀촌인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사진 pixabay]

귀농·귀촌 교육은 기술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해결과 화합의 방법도 모색한다. 많은 귀농·귀촌인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사진 pixabay]

전라도라 하면 일단 음식이 생각난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하게 밥상이 차려지는 곳. 그만큼 인심이 후하다고 느껴지는 곳이 전라도다.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지명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주는 전라북도의 중심이다. 전라북도는 전주를 중심으로 상권과 문화권이 형성되어 있다. 전주와 군산, 익산을 아우르는 도시 지역의 인구가 많아 농산물의 수요가 상당하다.

동쪽의 무주는 덕유산이 높아 겨울에 스키를 탈 수 있고 진안과 장수는 고원 지대라 서늘해 수박이 맛있고 인삼이 실하다. 서쪽으로 가면 부안은 갯벌이 좋아 바지락이 많이 나고, 군산은 수산물이 모이고 고창은 그 유명한 장어가 난다. 쌀이 많은 나는 김제가 있으니 전라북도는 밥걱정을 안 한다. 익산은 백제 무왕이 도읍지로 정할 정도의 명당이고, 임실은 치즈가, 순창은 고추장이, 완주는 유기농이 유명하다. 정읍은 내장산 단풍이 일품이고 남원은 지리산을 품은 춘향 골이다. 간단히 소개해 보니 어디 하나 빠질 곳이 없다.

전라북도는 서울에 귀농·귀촌 지원센터 사무소를 두고 있어 교육과 상담이 항상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귀농인의 집’을 141개소를 운영하고 ‘체재형 가족실습농장’을 7개소 갖추었다. 고창군에는 ‘체류형 농업창업 지원센터’가 있다. 귀농 실습 인프라를 꽤 갖추어 놓았다. 전라북도의 귀농·귀촌 활성화 사업으로 멘토 컨설팅, 재능 기부, 마을 이장 간담회, 마을 환영회, 정책 설명회, 동아리 활동, 지역민과 함께하는 실용교육, 주택 및 농지 정보 구축, 화합 행사 등이 있다. 교육과 상담으로 귀농·귀촌을 이끌겠다는 방향이 엿보인다.

농민을 위한 기관 중 전북 농어촌종합지원센터라는 조직이 눈에 띈다. 전라북도 도청 조례에 따라 2017년에 출범한 중간 지원 조직인데, 마을 만들기·농촌관광·귀농·귀촌 3개 조직이 통합되어 맞춤형 원스톱 지원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생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주관해 지역 농민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귀농·귀촌 홍보 활동을 잘해 올해 농림부장관상까지 받았다.

로컬푸드는 농산물을 직거래로 소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와 연대해 양자 간의 이익을 높이고, 운송으로 인한 화석연료를 줄여 탄소 발생을 줄이면서 지역 활성화를 이끄는 효과가 있다. [사진 pxhere]

로컬푸드는 농산물을 직거래로 소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와 연대해 양자 간의 이익을 높이고, 운송으로 인한 화석연료를 줄여 탄소 발생을 줄이면서 지역 활성화를 이끄는 효과가 있다. [사진 pxhere]

로컬푸드 판매센터가 성업 중이다. 로컬푸드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하는데 보통 반경 100km 이내의 거리를 의미한다. 짧은 거리의 농산물을 직거래로 소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보면서 운송으로 인한 화석연료를 줄여 탄소 발생을 줄이는  부수효과까지 얻고 있다. 전라북도는 로컬 푸드 운동을 2008년에 가장 먼저 도입해 실천했다. 전주와 완주군 등에 모두 39개의 로컬 푸드 직매장이 있는데,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도청에서는 로컬 푸드 직매장의 질적 관리를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 인증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익산시는 KTX 역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전라선과 호남선 모두가 익산역을 지나가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물류의 중심이 지다. 익산시는 귀농·귀촌 교육, 귀농인 소득사업 및 생산기반, 귀농인 영농기반구축지원, 귀농·귀촌인 이사비 지원, 마을환영회 등의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익산은 체험마을이 잘 형성되어 있다. 산들 강 웅포마을과 성당포구마을, 두동 편백 마을은 마을 사업이 잘 돌아가 귀촌인들이 자리를 잘 잡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지역이라 병원, 교통, 학교 등의 인프라가 좋아 은퇴하여 귀촌하기 좋은 지역이다.

정읍시는 인구가 10만명을 갓 넘는 도시다. 그러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구 절벽 위기를 예상한다. 그래서 정읍으로 전입하면 인터넷 요금을 감면해 주고 설치비를 무료로 해 준다. 또 전입 지원금을 주고 쓰레기 봉투도 무상으로 주고 있다. 신혼부부에게는 전세 자금 대출이자와 출산 장려금을 주고 대학 신입생은 장학금을 주고 고등학교 졸업생에게는 구직 지원금을 준다. 또한 시에서는 귀농·귀촌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귀농인 멘토 컨설팅단을 운영하면서 귀농인에 대한 영농정착지원금을 15가구에 지원해 준다. 이제 가을이 오면 내장산의 단풍이 좋을 테니 혹시나 가실 일이 있으면 귀농·귀촌 상담도 받아 보시는 게 좋겠다.

남원은 시다. 남원역에 내려서면 춘향이와 이몽룡의 동상이 반긴다. 역시 춘향이의 도시이다. 그래서 광한루원에는 젊은 사람이 많이 보인다. 모두 다 타지에서 왔다. 예전에는 남원에 중년층의 단체 관광객이 지리산 구경하고 추어탕을 먹으러 많이 왔다면 지금은 카메라를 든 젊은 개인 관광객이 많아졌다. 남원 시내가 워낙 고즈넉해서 그렇다. 광한루원도 좋지만 춘향 테마파크가 산책하고 커피 마시기에 참 좋다. 필자도 남원에 가면 괜히 차 마시고 걸어 본다.

남원 시내에서 멀지 않은, 택시 타면 10분이 안 걸리는 곳에 하주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농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되었는데, 사무장을 하는 이성희 씨가 귀농인이다. 부산에서 남원으로 남편과 함께와 사무장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다. 마을 일을 척척 해내길래 마을의 토박이인 줄 알았는데, 귀농한 지 몇 년 안 되었다고 한다. 워낙 친절하고 사근사근해 마을 어르신들한테 인기다. 버섯 농사를 지으며 마을 체험을 도맡아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피자 체험을 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올렸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 사무장과 함께 요리와 라탄 공예, 유튜브를 배우고 있다. 올 추석에는 코로나 19로 고향에 오지 못하는 도시의 자녀들과 유튜브로 합동 차례를 지낼 계획이란다. 그리고 직접 농산물 홈쇼핑 라이브도 할거라니 대단하다. 진짜 대단한 것은 이 마을에 100세 노인이 무려 5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장수의 비결이 무엇일까 여쭈니 모르겠단다. 하루하루가 뭐 배우고 뭐 해 먹느라 바빠서 그런 거 생각 안 해 봤단다.

전라북도의 서남쪽인 고창군은 일단 장어와 복분자로 유명한 곳이다. 둘 다 공교롭게도 정력과 관계가 있는지라 고창 남자들에게 평소에 그렇게 튼튼하냐고 물으니 장어는 비싸서 못 먹고 복분자는 다 팔려서 못 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수산물과 밭작물이 잘 되는 곳이다. 고창군은 체류형 농업창업 지원센터가 있다. 그리고 귀농체험학교를 운영하면서 도시민을 유치하고 있다. 고창군은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간의 갈등 문제를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입해 해결책을 모색하니 바람직하다. ‘면역력을 살리는 식초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은 식초 만드는 과정인데, 귀농·귀촌인과 지역민이 함께한다. 그러면서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식초를 만드는 과정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발효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관계도 익어가나 보다. 귀농·귀촌 교육이 기술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해결도 모색한다. 많은 귀농·귀촌인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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