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울릉도까지 아열대 기후…빨라지는 한반도 온난화

중앙일보

입력 2021.08.14 12:00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동해 울릉도까지 아열대 기후 지역이 확장됐다. 강찬수 기자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동해 울릉도까지 아열대 기후 지역이 확장됐다. 강찬수 기자

동해 한가운데 북위 37.48도에 위치한 섬 울릉도.

기상청 발표 신평년값 중앙일보 분석
11월 평균 기온 10년 사이 0.2도 상승
대구·광주 도시열섬 탓에 아열대 기후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온과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아열대 기후 범위가 경북 울릉도 지역까지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남해안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아열대 기후 지역이 최근 동해안을 따라 빠르게 북상한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신(新)평년값(1991~2020년 30년 평균) 자료를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로 확인됐다.

신평년값(1991~2020년 평균) 아열대 지역 분포. 강찬수 기자

신평년값(1991~2020년 평균) 아열대 지역 분포. 강찬수 기자

10도 이상 8개월이면 아열대 기후로 분류

울릉도 해중전망대. 천부리 해안가 바닷속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줄돔, 자리돔, 벵에돔 등이 몰려든다. 백종현 기자

울릉도 해중전망대. 천부리 해안가 바닷속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줄돔, 자리돔, 벵에돔 등이 몰려든다. 백종현 기자

기후학적으로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연간 8개월 이상 나타나면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하는데, 국내에서도 남해안 등지는 4~11월의 8개월 동안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어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아열대 지역 포함 여부는 4월보다는 11월 평균기온이 좌우한다.

울릉도의 경우 기존 평년값(1981~2010년 평균)으로는 11월 평균기온이 9.7도였는데, 이번 신평년값으로는 9.9도였다.
더욱이 최근 10년만 따지면 11월 평균기온이 10.0도를 기록했고, 최근 3년(2018~2020년 )은 모두 10도를 웃돌았다.

이래저래 아열대 기후 조건에 들어가고 있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울릉도 식물을 조사해보면 동백나무나 굴거리나무, 털머위 같은 남방계 식물이 많이 관찰된다"며 "울릉도 주변 바닷속에는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자라는 자리돔 같은 어종도 흔하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울릉도에서 관찰되는 동백나무. 현진오

울릉도에서 관찰되는 동백나무. 현진오

울릉도에서 발견되는 굴거리나무. 현진오

울릉도에서 발견되는 굴거리나무. 현진오

울릉도에서 자라고 있는 털머위. 현진오

울릉도에서 자라고 있는 털머위. 현진오

울릉도 인근 독도에는 기상청의 정식 기상 관측지점이 없으나, 주변 해양에서는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팀은 독도 삼형제굴 바위 근처에서 부채꼬리실고기 3마리를 발견했다.
일본·대만·인도네시아와 국내 제주도와 남해안 등 따뜻한 바다에서만 관찰되는 어종인데, 독도 해역에서도 출현하고 있다.

동해 독도 주변 해역에서도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어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동해 독도 주변 해역에서도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어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독도 해역에서 지난해 처음 발견된 아열대성 희귀 어종인 '부채꼬리실고기'(원 안). 연합뉴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독도 해역에서 지난해 처음 발견된 아열대성 희귀 어종인 '부채꼬리실고기'(원 안). 연합뉴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이 2019년 발행한 '수산분야 기후변화 평가 백서'에 따르면 동·서·남해 연근해 표층수 연평균 온도는 최근 51년간(1968~2018년) 1.23도 상승했는데, 동해가 1.43도 상승해 가장 가팔랐다.

특히 울릉도·독도 주변 해역에서는 표층 수온이 1.6도 이상 올랐다.

포항~강릉 사이 동해안도 아열대 근접

강원 강릉시 강릉역 앞에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종려나무가 심겨 있다. 강릉시는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새로운 도심 경관을 만들기 위해 지난 5월 종려나무 46그루를 대형 화분에 심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 강릉역 앞에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종려나무가 심겨 있다. 강릉시는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새로운 도심 경관을 만들기 위해 지난 5월 종려나무 46그루를 대형 화분에 심었다. 연합뉴스

울릉도와 위도가 비슷한 강원도 강릉 지역도 11월 평균기온이 9.5도로 아열대 기후에 근접했다.
강릉 지역은 최근 10년 동안 11월 평균 기온이 9.8도에 이르렀고, 지난 3년 연속으로 11월 평균기온이 10도를 넘어섰다.

남해안 전남 해남·함평·강진·고흥과 경남 고성의 11월 평균기온이 9.3~9.8도인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기상청 재해기상연구부 김백조 목표관측연구팀장은 "동해안의 경우 백두대간이 겨울철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서 풴 현상까지 발생해 서해안 쪽보다 기온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동해안을 따라 구로시오 난류가 흐르고, 거기서 불어오는 동풍 역시 동해안의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강릉보다 남쪽인 경북 포항의 경우 11월 평균기온이 10.6도로 확실한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된다.

강릉~포항 사이에 위치한 동해가 9.3도, 삼척이 9.6도, 울진 9.3도, 영덕 9.2도 등으로 역시 아열대에 근접했다.

강릉보다 북쪽인 양양은 11월 평균기온이 8.9도, 속초는 8.8도에 머물렀다.

서해안은 목포까지가 확실한 아열대 

아열대 및 열대 과수를 연구하고 있는 전남도 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키위. 연합뉴스[전남농기원 제공]

아열대 및 열대 과수를 연구하고 있는 전남도 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키위. 연합뉴스[전남농기원 제공]

서해안에서는 목포와 압해도·흑산도 부근까지가 확실한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됐다.

전북 고창은 북위 35.43도에 위치해 강릉보다는 남쪽이지만 11월 평균기온이 9.1도로 강릉보다 낮다.

서해안은 11월에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동해안보다는 기온이 낮은 탓이다.

서해안도 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군산의 경우 기존 평년값으로는 11월 평균기온이 8.4도였는데, 신평년값으로는 8.7도로 0.3도 상승했다.

한편, 제주 서귀포는 3~11월까지 9개월 동안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었고, 12월도 월평균 기온이 9.4도를 유지해 연평균 기온이 16.9도나 됐다.
그밖에 제주지역과 거문도, 부산·김해 지역은 3월 월평균 기온도 10도에 육박했다.

대구와 광주광역시는 11월 평균기온이 각각 9.4도와 9.6도를 기록해 아열대 기후에 근접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에다 도시 열섬 현상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강원도 태백 등 백두대간 인접 지역과 백령도 지역은 5~10월 6개월 동안에만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웃돌았다.

10년 동안 남한 평균기온 0.3도 상승

기상청은 신평년값을 적용한 결과, 남한 평균 기온이 이전 평년값(1981∼2010년 평균)보다 0.3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 말까지는 평균기온이 3도 가까이 상승하고, 서울·인천·청주와 양양·속초까지 아열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발표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 실무그룹 보고서'에서 "2011~2020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09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2003~2012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0.78도 상승했다고 발표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략 8년 사이에 0.31도 상승한 셈이다.

10년 전 평년값을 바탕으로 아열대 지역 확대를 소개한 2012년 1월 중앙일보 지면.

10년 전 평년값을 바탕으로 아열대 지역 확대를 소개한 2012년 1월 중앙일보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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