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악보읽기 등 3세트…살벌했던 ‘음악 올림픽’[고전적하루]

중앙일보

입력 2021.08.14 09:01

만일 요즘 누군가 이런 일을 벌인다면 ‘예술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겠죠. 피아니스트 두 명을 한날 한시에 불러다가, 정해진 시간동안 즉흥 연주를 연이어 시켜보고, 가장 자신 있는 자작곡을 쳐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1세트 경쟁입니다. 그 후에 악보 빨리 잘 읽기 경쟁도 시킵니다. 처음 보는 악보를 준 다음에 누가 더 잘치는지 보는 거죠. 마지막 3세트는 '복식'입니다. 같은 악보를 함께 연주해보게 해보는 거죠. 말 그대로 ‘클래식 음악 배틀’입니다.

언뜻 '비음악적'으로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음악 배틀은 성행했습니다. 특히 18세기에 그랬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오디오 콘텐트인 고전적하루 8번째 시간엔 우선 가장 유명했던 클래식 배틀을 이야기합니다.

1781년 12월 24일 오스트리아 빈. 출전자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당시 26세, 오스트리아 태생)와 무치오 클레멘티(당시 30세, 이탈리아 태생)였습니다. 경기의 주최자는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황제입니다. 클레멘티는 이미 유럽을 휩쓸고, 제자들도 두텁게 키운 음악계의 대부이자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모차르트는 고향 잘츠부르크를 박차고 음악의 수도인 빈으로 와서 막 소문이 나기 시작한 인물이었고요.

우선 클레멘티의 1차 시기입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대로 즉흥곡을 연주하고, 그 다음엔 자랑할만한 자신의 작품, 피아노 소나타(Op.24, No.2)를 들려줍니다. 웬만한 피아니스트는 손이 꼬여서 연주하기도 힘든 자작곡 토카타(toccata, '연주하다'는 뜻의 작품으로 주로 기교적인 작품에 붙는 제목)도 한 곡 치고요.

이제 모차르트 순서입니다. 모차르트도 즉흥곡을 하나 치고, 그 다음엔 오히려 서정적이고 음악적인 곡을 들려줍니다. 클레멘티와 확실한 대비 효과였겠죠?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귀족 하나가 악필로 휘갈긴 악보를 하나 내놓습니다. 클레멘티와 모차르트 둘 다 처음 보는 악보인데 즉석에서 연주하는 대결이죠. 모차르트가 빠른 악장을, 클레멘티는 느린 악장을 연이어 연주합니다.

이제 3세트가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둘이 한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작품을 연주해보는 순서입니다. 피 말리는 경쟁의 긴장감은 웬만한 올림픽 경기 못지 않았을 터입니다. 주최자인 황제가 긴장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연출했죠.

이런 무자비한 음악 경연은 모차르트 시대보다도 먼저 시작해 베토벤 시대 이후까지도 이어졌답니다. 1709년 독일의 헨델과 이탈리아의 스카를라티도 건반 악기를 놓고 배틀을 붙었습니다. 피아노의 전신 악기인 하프시코드에서는 스카를라티가, 오르간에서는 헨델이 이겼다고 합니다.

무참히 상대방을 물리치곤 했던 음악가는 바로 루트비히 판 베토벤. 독일 본이라는 시골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상경’한 베토벤은 이미 자리를 잡은 수많은 음악가와 경연을 벌여야 했습니다. 베토벤은 절대 신사적으로 경연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인정사정 없는 출전자였죠.

경연의 전통은 리스트 vs 탈베르크, 즉 19세기까지도 이어졌습니다. 경연 전통의 동력은 크게 둘입니다. 그때까지는 작곡가가 곧 연주자였으며, 후원자가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작곡가 따로, 연주자 따로 분화되기 전이라 모차르트나 베토벤 모두 연주자이면서 작곡가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연주하고 작곡하는 일이 가능했으니 무궁무진한 경쟁 종목도 가능했습니다. 또 후원자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두 음악가를 한자리에 모으는 일도 어렵지 않았죠. 음악가들은 그렇게 생계를 이어가야 했으니까요. 요즘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이런 ‘피아노 배틀’ 또는 ‘작곡 올림픽’은 단지 흥미용이었을까요? 모차르트는 경연 경쟁자인 클레멘티를 두고 “기술자”“사기꾼”이라고 비난했지만, 나중에는 클레멘티의 선율을 이용해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을 쓰기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엇보다, 모차르트와 클레멘티 중 누가 이겼을까요? 고전적하루 8번째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J팟 채널 ‘고전적하루’(https://news.joins.com/Jpod/Channel/9)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고전적하루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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