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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여름철새 낙원’→‘낚시꾼 낙원’…연천 군남댐 아래 임진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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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은 ‘여름 철새들의 낙원’이다. 민간인 출입통제선과 접한 이곳 임진강은 물이 맑은 데다 수심이 얕고, 사람들의 방문이 뜸한 곳이라 새들이 온종일 진을 치고 일부는 번식까지 하는 공간이다. 수십여 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바위에 올라앉은 채 휴식을 취하다 물속으로 자맥질해 물고기를 잡아먹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여름 철새인 물총새도 공중에서 쏜살같이 물로 곤두박질하길 반복하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물 속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 이석우씨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물 속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 이석우씨

물총새·검은댕기해오라기·민물가마우지 등 서식

할미새 수십여 마리도 이곳에 터를 잡고 산다. 숫자가 많은 할미새는 물총새가 나타나면 위협적인 몸짓으로 몰아붙여 물총새를 쫓아내며 먹이터 사수 전쟁을 벌이는 광경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조용히 물가에 서서 먹잇감을 노려보다 순식간에 개구리를 잡아먹는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모습도 목격된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 인근 임진강에서 목격된 ‘물총새’. 이석우씨

지난달 20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 인근 임진강에서 목격된 ‘물총새’. 이석우씨

지역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이 요즘 붙박이 조류에서부터 여름 철새에 이르기까지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나날이 낚시꾼들이 이 공간을 점령해 가는 실정이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 댐에서부터 170∼700m 구간 임진강에는 낚시꾼 10여명이 차지하고 있다. 넓은 공간에 흩어진 채 포진한 이들은 강 가운데까지 들어가 물속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연신 낚싯줄을 던졌다가 감기를 반복하며 물고기를 낚았다.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개구리를 잡아먹는 모습. 이석우씨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개구리를 잡아먹는 모습. 이석우씨

군남댐 아래 임진강 낮과 밤 낚시꾼 몰려  

일부는 해가 넘어간 밤까지 남아 밤낚시를 이어갔다. 밤낚시는 불법이다. 댐으로부터 하류 170m 구간인 선곡 취수장 구간은 위험구역이다.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댐 방류 시 위험하기에 출입은 물론 낚시, 야영 등이 모두 금지돼 있다. 하지만 간간이 이 위험구역으로 무단 진입해 낚시하다가 청원경찰에 적발돼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페이스북 캡처

게다가 요즘 군남댐 하류 지역 일대 임진강변에서는 야간에 차량을 몰고 와 차에서 쉬거나 잠을 자는 ‘차박’까지 빈번하다. 이들은 주변 임진강에서 밤낚시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불법이다.

군남댐 하류 지역에서는 현재 낚시, 야영 등이 야간에 금지돼 있다. 적발 시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연천군 관계자는 “이런 조치는 2009년 9월 6일 북한 황강댐의 무단 방류로 연천 임진강 야영객 6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안전대책으로 마련돼 시행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북한 황강댐의 예고 없는 방류는 이후에도 지난해 여름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엔 북한의 일방적인 방류로 연천 임진강 수위가 역대 최고치까지 상승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었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에서 낚시꾼들이 낚시 중인 모습. 이석우씨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에서 낚시꾼들이 낚시 중인 모습. 이석우씨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에서 낚시꾼들이 낚시 중인 모습. 이석우씨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에서 낚시꾼들이 낚시 중인 모습. 이석우씨

“주요 조류 서식지, 낚시객으로 서식환경 저해”  

이와 관련해 연천 지역 시민단체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새들의 주요한 서식처이자 야간엔 낚시와 야영이 금지된 임진강 상류에서 낚시객들이 밤낮으로 몰려드는 것은 조류 최적 서식지의 서식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접경지역 임진강의 평화로운 조류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북한 황강댐과 군남댐 위치도. 중앙포토

북한 황강댐과 군남댐 위치도. 중앙포토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시 낚시객 안전 위협”  

이석우 대표는 “군남댐 하류 임진강에서의 낚시행위는 북한 황강댐의 무단방류가 이뤄지게 되면 ‘위험 구역’ 바깥이라도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위태로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밤에만 예고 없이 방류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인데 낮에는 임진강 상류 지역의 낚시를 금지하지 않는 이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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