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경수 위원장-전광훈 목사…극과극이 통하다, 광화문에서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김승현 사회2팀장의 픽 : 민주노총과 국민혁명당 ‘도플갱어說’

“Extremes meet”라고 했던가요.
“극과 극은 통한다”는 동서양의 속담이 최근 서울 도심의 상황과 맞아 떨어집니다. 왼쪽의 끝, 오른쪽의 극단이 모두들 종로ㆍ광화문으로 몰려들고 있어섭니다.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느라 거리두기 방역과 재택 근무에 지쳐가는데, 공동체의 전염병 위기는 안중에 없습니다.

먼저 왼쪽의 극단에 선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그는 지난 11일 경찰이 신청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올해 5월부터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일엔 서울 종로 일대에서 8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주도했습니다. 결국 집시법 위반과 함께 감염병예방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7월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7월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위원장, 영장 청구에 “권력의 협박”

영장실질심사는 피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그가 심사에 나서지 않은 건 본인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니 굳이 비판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법원은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 여부를 조만간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데, 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담은 입장문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산업전환과 플랫폼노동의 증가, 거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고, 삶은 더더욱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안전망은 느슨해졌고, 노동자들의 권리는 후퇴하고 있으며, 노동현장에서 생명과 안전은 등한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데 왜 막느냐는 취지로 보입니다.

전광훈 목사, 집회 금지에 “폭력적 인권탄압”

다음은 오른쪽의 끝에 있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의 기자회견. 지난 12일 “8ㆍ15 국민 걷기운동을 협박하는 문재인 오세훈에 경고한다”는 회견문에서 이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폭력적인 탄압을 예고하였어도 우리 당은 8월 14, 15, 16일에 국민 걷기운동을 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기 방역을 이유로 정당 활동을 차별하고 방해한다면, 폭력적 인권탄압으로 간주하고 대한민국의 인권탄압 상황을 유엔인권위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외신에 전파할 것이다.”

지난해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과 극의 주장은 절묘하게 닮았습니다. 정부의 거리두기와 방역 조치를 향해 ‘권력의 협박’(민주노총), ‘폭력적인 탄압’(국민혁명당)이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의 권리 후퇴’(민주노총), ‘폭력적인 인권 탄압’(국민혁명당)이라는 명분도 비슷해 보입니다. 이쯤 되면 ‘도플갱어’ 수준 아닌가요.

이들을 수사하고 경비해야 하는 경찰의 한 간부는 취재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번 연휴에 폭우나 내렸으면 좋겠다.”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 광화문 집회 대책 마련을 위해 마라톤 회의를 하고, 경찰의 3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며 영장심사에도 안 나온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켜보는 경찰관들의 심경이 비슷할 겁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한여름 광장에 경찰차벽이 설치되고 경비력이 총집결하는 세기말적 풍경을 지켜봐야 하는 일반 국민도 분노를 넘어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7월 23일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본부 앞에서 집회를 마친 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7월 23일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본부 앞에서 집회를 마친 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이참에 광화문 언저리에서 서로를 보게 될 양극단의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서로 닮아가는 듯한 반대쪽의 행태가 이해가  되시는지. 잘했다 박수 쳐주고 싶으신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