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8번' 사과 전담 정은경? 美·獨선 바이든·메르켈이 그렇다[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14 05:00

업데이트 2021.08.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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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촉: 정은경의 18회 사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왼쪽)과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오후 합동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인사하고 있다. 모더나 백신 도입 차질에 사과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왼쪽)과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오후 합동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인사하고 있다. 모더나 백신 도입 차질에 사과했다. 연합뉴스

"수급 불안정에 따라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진다는 말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백신 수급의 불안정으로 접종 일정을 변경하게 돼서 송구하다는 말씀드리고요."

정은경 질병 관리청장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렇게 머리를 숙였다. "백신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서 혼란이 발생해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고 또 이것이 저조한 접종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정 청장의 이날 사과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18번째이다. 지난해 10회, 올해 8회이다. 올해 들어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부쩍 사과할 일이 많아졌다. 올해 사과의 대부분이 백신과 관련된 것이다.

지난해는 주로 방역·독감백신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서울 이태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처음 사과했다. 정 청장은 "유흥·종교 시설에 (집단감염 발생을) 많이 우려했는데, 그런 우려가 집단발병으로 나타나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그냥 "죄송하다" "송구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매우, 굉장히, 대단히,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같은 부사를 붙인다.

올해는 허리를 굽히며 사과의 강도를 더 높였다. 이달 9일 모더나 백신 공급이 반 토막 났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날 허리를 90도 숙였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도 그랬다. 정 청장은 지난달 중순 50대 백신 예약을 갑자기 중단하고서는 하루는 국회에서, 다음날은 대국민 브리핑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9~10월 독감백신 상온 노출 사고가 났을 때 8회 반복해서 사과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식 때 방역 수칙 위반 논란이 일었다. 위반한 게 아니었는데도 사과했다. 자영업자들께 고통을 주고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면서. 본인 잘못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불편을 야기했다면 그것도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올해 첫 사과는 4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때 나왔다. AZ 불신이 클 때 솔선수범한다며 접종에 나섰다. 그때 "(국민보다) 제가 먼저 맞게 돼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 사과의 밑바탕에는 백신 도입 실패 책임이 깔려있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확산도 본인의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8일 4차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반성문을 썼다.

백신 도입 실패의 실무적 책임은 질병청과 보건복지부에 있다. 더 엄밀히 말하면 질병청이다. 하지만 백신 도입 실패는 K방역, 치료제, 국산 백신 개발이라는 세 가지 엇박자에서 나왔다. 이 엇박자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청와대라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우리의 질병청 격인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사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3월 부활절 봉쇄 계획을 철회하면서 "전적으로 내 실수"라면서 "부활절 완전 봉쇄는 시간상 실행할 수 없고, 비용이 실익을 넘어서 하지 않기로 했다"고 사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취임 하루 전, 취임 후 2, 6, 7월 "그들의 삶을 기억하겠다"며 코로나19 희생자를 애도했다. 내셔널몰을 비롯한 전국 명소에 불을 밝히고 백악관에 500개의 촛불을 켜고 묵념했다. 바이든은 일정 카드를 들고 다니는데 카드 뒷면에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적혀있다. 게다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사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는 지난달 22일 저조한 백신 접종 완료율 관련, “우리는 연초에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며,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과를 안 한 건 아니다. 지난달 23일 청해부대 감염사태와 관련 "송구한 마음"이라고 '트위터 사과'를 했다.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때 “코로나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지 못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사과했다. 그런데도 사과라고 받아들이는 이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하루 확진 2000명 시대가 되면서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백신 도입 실패에서 야기된 백신 혼란의 끝도 보이지 않는다. '사과 청장' 정은경, 그가 얼마나 더 고개를 숙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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