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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원점서 재검토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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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호 01면

[SPECIAL REPORT]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패사’

집값, 전셋값의 고삐가 풀렸다. 정부의 주택 공급 시그널도 먹히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0.39%, 전국 평균 0.3% 올랐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단위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셋값도 전국 평균 0.2% 올라 111주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시장 정상화 5대 제언 #무주택자·갈아타기 규제 해소 #다주택자 집 팔게 양도세 완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유지 #재건축·재개발 풀어 공급 확대

지금의 주택시장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글로벌 유동성, 인플레이션 등 집값을 밀어 올리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제공했다. 수요-공급이라는 간단한 경제 원리마저 무시하고 ‘규제에 규제에 규제만’을 거듭한 결과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다주택자와 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진단했는데, 그 이면에는 더 나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며 “진단이 틀렸으니 25번의 대책을 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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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망가진 부동산시장은 한국 사회 전반을 절망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하지만 시장을 정상화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의지만 있다면 되돌릴 수 있다. 중앙SUNDAY는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다섯 가지를 긴급 제안한다.

첫째, 임대차 3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여야 합의로 폐기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임대차 3법은 임대차 기간을 4년으로 늘렸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그 외에는 정책적 이점이 하나도 없다. 정부와 여당은 특히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데도 졸속 시행해 임대차시장에 동맥경화를 일으켰다. 이 법을 조속히 바로잡지 않으면 당분간 전셋값은 계속 뛸 수밖에 없다. 더불어 새 아파트에 대한 거주의무 규제는 최소한으로 적용해야 한다. 대출을 받았다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고 무조건 입주해 살라는 건 시중에 질 좋은 전·월세 물건만 줄이는 규제다. 이를 걷어내 임대차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유리하다.

둘째, 1주택자와 갈아타기 수요를 억압하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정부는 세금 강화와 대출 규제를 통해 1주택자까지도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 고가 주택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세금을 물어야 하고,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옮겨 가고 싶어도 크든 작든 집이 있으면 대출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심지어 무주택자가 집을 사는 비용조차 엄청나게 높였다. 하지만 더 넓고 좋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다. 금융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선 무주택자와 갈아타기 수요의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

셋째, 세율이 최고 75%까지 높아진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다주택자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당장 시장에 매물을 늘리지 않으면 집값 상승세를 막을 수 없다. 집을 새로 짓는 것만이 공급이 아니다. 기존의 물량을 시장에 푸는 것도 공급이다. 3기 신도시가 빨라야 2025년 입주를 시작하므로 이때까지는 기존 주택을 시장에 공급해 수급을 맞추는 게 최선이다. 보유세를 현실성 있게 높이고 거래세는 과감하게 낮춰 다주택자가 시장에서 집을 처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넷째, 주택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유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유율은 57.9%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7.4%에 그친다. 10가구 중 3가구는 민간 임대주택에 전·월세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를 규제하고, 임대차 3법을 시행하니 임대차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인센티브가 과도하면 이를 줄이는 등 제도를 정비해야지 폐기하는 것이 답이 될 순 없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확 끌어올릴 때까지 임대사업자를 임대차시장을 유지하는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걷어내 도심에서도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당장 재개발·재건축아파트값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겠지만,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다. 주택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다양한 양질의 주택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주변 환경이 좀 더 나은  집에 살고 싶은 건 인간의 기본 욕구다.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다. 이런 욕구를 무시해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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