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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진 반도체 사이클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흔들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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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호 14면

국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휘청이고 있다. 반도체 정점 논란 속 외국인이 시총 1·2위 종목을 팔아치우며 13일 코스피는 석 달 만에 종가 기준 3200선을 내주며 전날보다 1.16% 하락한 3171.29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200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 5월 28일(3188.73)이 마지막이다.

D램 가격 고점론 공방 #증시서 외국인 ‘셀 반도체’ 행렬 #양사 “낮은 재고율, 수요 증가세” #시장조사업체 전망은 엇갈려

외국인의 ‘셀 반도체’ 행렬 속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38% 떨어진 7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7만41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7만5000원을 밑돈 건 지난해 12월 24일(7만4000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하루 보합에 머문 것을 빼고, 최근 7거래일 동안 연일 미끄럼을 탔다.

SK하이닉스는 간신히 7거래일만의 반등에 성공했다. 전날보다 1% 오른 10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 장중 9만8900원까지 하락하며 네이버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했다. 하이닉스는 4일 종가(12만1000원) 대비 16.1% 하락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는 D램 가격 하락 우려와 코로나19재확산이 단기간에 해소될 요인은 아닌 만큼 수급이 주식시장을 끌어내리는 힘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로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줄면서 D램 가격이 연내에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D램 고정가격에 선행하는 현물거래 가격 낙폭이 커지면서 ‘피크 아웃(고점 후 하락)’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현물가격 낙폭이 확대 중”이라며 “이런 상황은 단기간 내 고정거래 가격의 하락과 반도체 업황·실적 둔화를 암시하는 시그널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사용되는 DDR4 8Gb D램의 현물 가격은 13일 기준 4.21달러로 최근 고점이던 지난달 8일(4.86달러) 대비 15% 넘게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전방산업인 PC와 스마트폰 시장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PC 수요 둔화와 PC 제조업체들의 과도한 재고로 D램 가격이 4분기 최대 5%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버용 D램의 경우 3분기엔 5~10%가량 가격이 오르겠지만, 4분기에는 추가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SA) 등은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전망 대비 최대 1억대 낮춘 12억~13억대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제품은 D램 전체 수요 중 약 34%를 차지한다. 서버와 PC는 각각 37%, 13%가량이다 반면 반도체 업계는 상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고점론’ ‘피크 아웃’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낮은 재고 수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일부 D램 제품별로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D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1%, 낸드플래시는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렇게 전망이 제각각인 이유를 ‘반도체 재고 미스매칭’과 ‘짧아진 업다운(Up-Down) 사이클’에서 찾는다. 반도체 업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는 1주 치 미만으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PC 제조업체 등 고객사의 재고 수준은 5~10주, 일부 업체는 10~12주 치에 이른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과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재고를 쌓아뒀던 대형 고객사들이 향후 재고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고를 줄여갈 지 알 수 없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의 재고 소진 여부는 외부에서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짧아진 반도체 업황 사이클도 전망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김선우 연구원은 “과거에는 대략 6분기 내외로 사이클이 형성됐지만, 최근엔 판가 상승기와 하락기의 교차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의 우려대로 올 연말에 D램 가격이 하락하면, 이른바 ‘수퍼 사이클’이 불과 1년 만에 끝나는 셈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지난해 “메모리 사이클이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짧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사용처 확대, 들쭉날쭉한 반도체 재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반도체 시장이 거시경제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과거보다 짧아진 경기순환 주기도 주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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