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대 曰] 코로나 대책, 여론조사로 정하나

중앙선데이

입력 2021.08.14 00:28

업데이트 2021.08.1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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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호 30면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끝이 어딘지 불투명한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사회적 건강 3차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확진자 규모 통제’ 중요성 묻는 설문
서울대 보건대학원, 일반인 의견 부각

이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문항은 ‘확진자 규모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현행 방역체계에 관한 질문이었다. 설문은 이런 방식이었다. “확진자 증가는 변이 바이러스 진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비접종자의 중증환자 비율 등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확진자 규모 통제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는 지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그렇다’ 혹은 ‘그렇지 않다’ 둘 중 하나의 대답을 요구했다. 설문이 좀 길고 난해해 보이는데, 그 요지는 확진자 통제가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를 묻는 것이다.

여러분이 응답자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만약 의료 관계자가 답을 한다고 해도 아마 고민을 좀 했을 것이다. 고민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이 문제가 코로나19의 대책과 관련해 마치 일종의 화두처럼 전 세계 과학계에 던져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도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예컨대 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는 방역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집단면역이 원래 불가능한데, 델타가 확 번지면서 더 분명해졌다. 지금이 대응 전략을 바꿀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는 방역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확진자 추적에서 사망·중증화 방지로 정책을 전환하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방역을 강화하고 집단면역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8월 12일자 중앙일보 3면 인터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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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의료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확진자 통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면 그 의미가 매우 깊었을 것이다. 일반인의 의견이 필요했다면, 적어도 찬반 양측 전문가의 인터뷰 정도라도 제시하면서 예스냐 노우냐를 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전문적 내용에 대한 일반인 설문조사가 마치 중요한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발표되는 형식도 아쉬웠다. 11일 배포된 보도자료의 머리 제목을 보면, “확진자 통제 ‘여전히 중요’ 90.6%…방역체계 전환 ‘시기상조’ 76.1%”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일반인 대상 설문조사가 마치 코로나 대책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처럼 과장되어 활용된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설문 관련 보도자료에는 이런 문항도 있었다. “코로나19 치명률이 떨어져 크게 낮아진 지금부터는 어느 정도 확진자가 발생해도 코로나19와 일상이 공존하도록 방역체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질문이 있는데, 응답자의 56.9%가 동의했다고 한다. 이와 달리 “현재 국내 백신 접종률이나 확진자 숫자 등을 볼 때 방역체계의 전환을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는 문항에는 76.1%가 동의했다고 한다.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상당수 공존하는 모습이 흥미롭지 않은가? 이밖에 이번 설문조사에는 백신 접종이나 거리두기 등에 대한 시민들의 일반적인 느낌을 두루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문항이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확진자 통제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바람에 다른 주목할만한 내용이 묻혀 버린 것 같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했는지 보도자료 말미에 이런 문구가 보인다. “지금은 사실상 누구도 내놓지 못할 정답을 추구하기보다는 다수의 유력하고 좋은 답안지를 비교 탐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바로 그 다수가 일반인인지, 의료 전문가인지를 구분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대책과 같은 전문적인 문제에선 특히 그러할 것이다. 한 나라의 방역 정책을 일반인 설문조사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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