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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도 정체성, 배려보다 권리보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9호 20면

우리에 관하여

우리에 관하여

우리에 관하여
피터 카타파노 외 2인 엮음
공마리아외 2인 옮김
해리북스

“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중계방송을 마친다.” 최근 2020 도쿄올림픽 폐막식 중계방송에서 흘러나온 마무리 발언(클로징 멘트)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2020 도쿄패럴림픽’을 환기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식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이어서다. 트위터 등 SNS 네티즌들은 “당연한 말인데 새삼 새롭다”, “진정한 수신료의 가치”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방송 직후 트위터에는 ‘비장애인 올림픽’이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중계를 맡은 이재후 KBS 아나운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의 소리’ 라디오 채널(장애인 등 소외계층 전문 채널)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장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외곽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을 위한 각종 정책은 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기보단, 배려 차원 수준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다. 때론 그 ‘배려’가 비장애인들이 제멋대로 재단한 탓에 장애인의 불편이 가중될 때도 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균열을 내기 위해 장애인들이 직접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다양한 장애인들의 기명 칼럼을 연재했다. 그중 60여편의 글을 책으로 엮었다. 단순히 장애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서 아니다. 장애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 비장애인이 바라보는 장애의 시선이 얼마나 편향적인지를 전하기 위해 현장의 ‘날 것’ 그대로를 담아냈다.

장애는 하나의 정체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정체성을 극복한 영웅 서사를 기대한다. ‘장애를 딛고’ 날아오르고, 뛰어다니는 장애인 선수에게 ‘기적의 상징’이라며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는가. 하지만 에밀리 랩 블랙은 이러한 ‘슈퍼 장애인’에 대해 “대단히 오해”라며 제동을 건다. “내 이야기는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말이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2020 도쿄패럴림픽을 앞두고 중계 방송사 관계자와 시청자 모두가 참고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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