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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희비 ‘화물’이 갈랐다…2분기 대형사 ↑, LCC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다. 대형 항공사는 화물 수요에 힘입어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객 수요에만 의존하는 규모가 작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한항공은 매출 1조9508억원, 영업이익 19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 31% 늘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 위축에도 화물 수송 극대화와 전사적 비용 절감 노력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 대한항공]

매출의 대부분을 화물 운송으로 벌었다. 지난 2분기 화물사업이 전체매출의 77%를 차지했다. 화물사업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이전 최고 실적이었던 지난해 4분기 1조3609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에 화물 수요는 늘어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대한항공은 발 빠르게 화물 사업에 집중했다. 중국‧일본 등 전 세계 65개 노선에 화물전용 여객기를 띄웠고, 세계 각지로 수송한 물량이 40만t에 이른다. 1회 왕복 기준 40t, 편도 기준 20t씩 수송한 셈이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월 38회 운항했던 화물전용 여객기는 현재 월 800회 이상 운항하고 있다.

화물 수요가 늘어난 데는 지난해 하반기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보복 소비’로 인한 가전과 정보통신(IT) 제품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직구족’(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수요)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1조1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의 재고 확충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 수요는 늘고 있지만, 운송편은 마땅찮다. 최근 해운 운송 물량이 쌓이면서 항공 운송으로 전환하는 긴급 수송 물자도 적지 않다. 여객 수요가 줄면서 여객기 운항이 회복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여객기 벨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칸)를 활용할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운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 화물 운임 지수인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홍콩~북미 노선의 화물 운임은 1㎏당 7.94달러(약 9285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운임인 5.62달러(약 6572원)보다 40% 이상 높다.

오는 17일 실적을 발표할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예상(컨센서스)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매출은 9830억원, 영업이익은 330억원으로 보인다.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41% 증가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대부분이 화물사업인 것으로 예상한다.

화물 전용기 없는 LCC는 여전히 실적 부진 

대형 항공사가 화물사업 덕을 보고 있지만, LCC는 코로나19 재확산 타격을 고스란히 맞았다. 여름 휴가에서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8~9월 여객 수요 회복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국제선은 사실상 운항이 중단됐고 국내선 운항도 부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항공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 수준인 1667만명이다.

13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상반기 매출은 1158억원, 영업손실은 156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7억원 늘었다. 다른 LCC의 실적 성적표도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LCC는 대형 항공사처럼 줄어든 여객 수요 대신 화물 수요에 기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항공사처럼 화물 전용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화물 운송을 여객기 벨리카고에 의존하는 구조라서다. 여객기 운항이 줄면 화물 운송도 줄 수밖에 없다.

LCC업계 관계자는 “화물 전용 여객기에는 운송물량이 담긴 컨테이너를 그대로 실을 수 있기에 LCC와는 운송 여건이 비교되지 않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률 증가, 백신 여권 도입, 주요 취항국의 입국 제한 정책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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