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단골집 가서 배워라"…20년차 셰프도 어려운 막국수 레시피

중앙일보

입력 2021.08.13 10:30

업데이트 2021.08.13 15:25

10년간 프렌치 가스트로 펍 ‘루이쌍끄’의 오너 셰프로 받은 사랑을 뒤로하고, 2019년 돌연 “평생 해보고 싶었던” 국숫집에 도전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유학 시절 배운 유럽 면 요리에 이어, 우리나라 전국 곳곳은 물론이고 라멘의 나라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지를 다니며 면을 공부했다. 면 요리 전문점 ‘유면가’에 이어, 현재 요리연구소 ‘유면가랩’을 운영 중이다. 그동안 면을 공부하며 알게 된 면 요리의 이야기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이유석의 면면면〉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첫 화는 막국수다.

이유석의 면면면 ①막국수

강남에서 프렌치식당을 10년간 잘 운영하다, 3년 전 평생 해보고 싶던 면집에 도전했다. 사실, 당시 나는 일본을 오가며 라멘과 소바를 공부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일본에 대한 국내 정서가 좋지 않아지며 평양냉면으로 방향을 선회했는데, 이미 평양냉면을 하고 있던 두 선배 셰프의 만류로 답보상태에 있던 터였다.

그러던 중에, 마장동의 한 고기 브랜드 회사에서 요리 시연을 한 적이 있었다. 일을 끝내고 사람들과 함께 인근 답십리의 어느 막국숫집을 찾았는데 그때 먹은 막국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살짝 두꺼운 면발에 다소 투박한 느낌의 양념, 그리고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염도 높은 시골식 무짠지와 보쌈의 조합은 가히 충격이었고, 돌아오는 내내 막국수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유면가랩에서 선보였던 막국수. 전국의 유명한 막국수집을 찾아다니는 막국수 투어를 하며 자신만의 막국수 레시피를 완성했다. 사진 이유석.

유면가랩에서 선보였던 막국수. 전국의 유명한 막국수집을 찾아다니는 막국수 투어를 하며 자신만의 막국수 레시피를 완성했다. 사진 이유석.

이후에 나는 국수를 좋아하는 절친과 강원도로 수차례 막국수 투어를 떠났다. 유명한 가게마다 특색을 알아가는 과정이 해외의 유명 맛집 순방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만의 면집을 차렸고 드디어 막국수를 개시했다. 오픈을 석 달이나 연기하면서까지, 면발과 양념의 완성도에 집중해서 만들어낸 나름의 결과는, 정말 대참패였다.

‘ㄷ’자 모양의 바(bar)를 갖춘 식당 구조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마주 보고 앉은 손님들은 강원도에 고루 펼쳐져 있는 본인들의 단골집 막국수와 내 막국수를 친히 비교해주셨다, 심지어 “거기 가서 먹어보고 좀 배워와라”란 말을 듣고 막국수를 말 때의 심경은 정말 참담했다. 프렌치 셰프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요리사의 도전이라 손님들의 기대가 큰 것도 이유였겠지만, 막국수처럼 대중적인 음식은 평가의 잣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새삼 깨달았다.

잔뜩 오기가 생긴 나는 맛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양념장은 보름 이상 숙성해서 쓰기로 했다. 통 메밀을 빻아 막국수의 면발에 넣어 살짝 거친 느낌을 주되, 면발은 아주 얇게 뽑았다. 씹을 때 거친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국물은 동치미 국물을 베이스로 하고 초계탕 느낌의 새콤달콤함을 가미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후 막국수에 대한 평가도 다행히 좋아졌다.

돌이켜보면, 그해 여름도 참 무더웠다. 육수와 면 삶는 해면기 앞에 서서 종일 땀 흘리는 그 기분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사우나에서 땀 흘려 일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주방 뒤쪽에는 갈아입을 속옷을 두세 벌 정도 항상 비치해뒀다. 땀을 그렇게 흘리는 이유는 무척 습한 주방 사정도 있었지만, 면을 얼음물에 빠는 것도 한몫했다.

맛있는 막국수를 위해 면을 체크하는 이유석 셰프. 사진 연규일.

맛있는 막국수를 위해 면을 체크하는 이유석 셰프. 사진 연규일.

물론 얼음물에 면을 헹구면 손은 동상에 걸릴 만큼 시리다. 하지만 시린 손을 추스를 틈 따위는 없다. 면이 뭉치지 않게 손가락으로 최대한 빨리 한올 한올 풀어 줘야 한다. 집에서 비빔면 끓이듯 설렁설렁했다간 면이 온통 붙고 가닥가닥 붙어 떡이 되어버린다. 4인분의 면을 삶는다 치면, 얼음물에서 30초 이내로 면을 모두 빨아 사리를 틀어야 한다. 불과 몇십 초라도 늦어지면 손가락 끝으로 면의 탱글함이 확 줄어드는 게 선명히 느껴진다. 특히 주문이 밀리는 시간대면, 육상경기를 하듯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속도를 내야 했다. 손은 시리지만 몸은 온통 땀에 젖는 이유다. 위안이 되는 것은 얼음물의 보습효과 덕분인지 거친 피부가 다소 좋아진 느낌이 드는 정도다.

올해 폭염은 3년 전 그 더위를 생각나게 한다. 게다가 코로나 19까지 2년째로 접어들었다. 어느 해보다 더 덥고 더 지치는 여름이다. 입맛 없는 요즘이라면,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으로 지친 하루를 달래보는 건 어떨까. 인근 국숫집을 찾아도 좋고, 직접 만들어보는 하루가 되어도 좋다. 여름이라면, 막국수 한 그릇 정도는 먹어줘야 하니까 말이다.

집에서 만드는 이유석의 ‘막국수’ 레시피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이유석 셰표의 막국수. 사진 이유석.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이유석 셰표의 막국수. 사진 이유석.

재료
양념장 재료: 고운 고춧가루 3큰술, 사과식초 3큰술, 황태 가루 1작은술, 진간장 5큰술, 매실청 1큰술, 올리고당 2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옵션으로 소고기 맛 조미료 1작은술)

양념장 부재료: 배 50g, 양파 20g은 강판에 거칠게 갈아 놓는다, 마늘 2쪽은 곱게 갈거나 빻는다.

만드는 법

양념장은 냉장고에서 일주일 숙성하면 완성이다. 사진 이유석.

양념장은 냉장고에서 일주일 숙성하면 완성이다. 사진 이유석.

1. 위의 재료들을 모두 섞고, 냉장고에서 일주일 숙성하면 완성이다.
2. 삶은 다음 찬물에 헹군 면은 물기를 꼭 짜내어 그릇에 담는다. 면 위에 동치미 육수(시판용) 반 컵 분량을 붓는다.
3. 참기름을 반 큰술 정도 면에 뿌려서 면을 살짝 코팅해준다. 본인의 취향대로 양념장을 담아주고 고명으로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참기름은 1인분에 세 큰술 정도를 선호한다. 고명으로 삶은 달걀이나 오이, 배를 채 썰어 올려도 좋다.

▶셰프의 노하우

 삶은 면은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짜내어 그릇에 담는다. 사진 이유석.

삶은 면은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짜내어 그릇에 담는다. 사진 이유석.

① 면을 삶을 때는 깊이가 있고 두께가 있는 큰 냄비에 삶아준다. 거품이 갑자기 흘러넘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긴 젓가락으로 냄비 바닥을 긁듯이 자주 저어줘야 바닥에 면이 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② 메밀면을 삶을 때는, 면에 살짝 소금 간을 하면 면 자체에 맛이 더 좋아진다. 개인적으로는 시판용 곰탕 육수를 소량 섞어서 삶는 것을 선호하는데, 면이 더 구수해지는 효과를 준다.
③ 면의 익힘 정도는, 1~2인분 기준으로 한 가닥을 맛보았을 때, 살짝 쫄깃함이 남아 있으면서 전부 다 익은 정도가 좋다. 3인분 이상은, 면을 헹구는 시간과 담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살짝 덜 익히는 편이 좋다. 면을 헹굴 때는 미리 준비해 놓은 적당히 찬물에 한 번 헹궈 열기를 뺀다. 그다음 2차로 얼음물에 헹궈줘야 면발이 다시 탱탱하게 살아난다.
④ 양념은 만들어서 바로 쓰면 깊은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일주일 이상 숙성을 권장한다. 보통 업소에서는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조미료를 필수로 넣지만, 면면면 레시피에서는 황태 가루를 넣어 천연 감칠맛을 더했다.

이유석 셰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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