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07일만에 가석방 출소…"정말 죄송" 고개부터 숙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3 10:05

업데이트 2021.08.13 13:15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내년 7월 형 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보호관찰을 받으며 이후 5년간 취업제한도 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두고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어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두고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어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저에 대한 걱정, 비난, 기대 잘 듣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5분께 경기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왔다. 마스크를 쓰고 남색 정장의 노타이 차림을 한 이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 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경제활성화 대책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승용차에 올라탔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이 부회장 등 810명에 대한 가석방 결정을 승인했다. 박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석방이란 징역 또는 금고형을 복역 중인 사람 가운데 그 행상(行狀·태도)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뚜렷한 때 나머지 형벌의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다.

석방에 앞서 이 부회장은 가석방 기간 준수 사항을 교육받았다. 보호관찰법 따라 대상자가 지켜야 할 사안들에 대한 공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신분 확인, 재수감 전 영치한 본인 물품을 돌려받는 절차를 거쳤다. 법무부는 서울구치소 앞의 질서 유지를 위해 다른 출소자들을 먼저 내보낸 뒤 이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석방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됐고 같은 달 28일 재판에 넘겨졌다. 그해 8월 25일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2월 5일 2심에선 징역 2년 6개월의 집행유예 4년형을 받고 석방됐지만, 올해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판결로 법정 구속됐다. 이후 207일 만인 이날 다시 출소한 것이다.

정주교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이재용 특혜 가석방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중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환영하는 시민이 옆에 깃발을 들고 서 있다. 2021.8.13/뉴스1

정주교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이재용 특혜 가석방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중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환영하는 시민이 옆에 깃발을 들고 서 있다. 2021.8.13/뉴스1

“환영”, “재벌 특혜” 서울구치소 앞 북새통 

이 부회장 출소를 앞두고 서울구치소 앞에는 시민단체 회원, 유튜버 등이 몰려들었다. 보수 성향 유튜버 50 여명은 피켓을 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이 부회장 출소를 환영하는 발언을 했다. 반면 진보단체 회원들은 “이재용은 경제 사범”이라며 정부의 출소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 간에는 고성이 오가고 가벼운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에는 민주노총이 ‘이재용 가석방 규탄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이에 보수 유튜버들이 집회를 방해하려 하기도 했다. 경찰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에 따른 집회 해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50여 명의 경찰이 나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기간인 내년 7월까지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는다. 주거를 이전(移轉)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할 것 등의 의무를 진다.

취업제한도 받는다.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인 지난 2월 법무부는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을 통보했다. 특정경제범죄법 14조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는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간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액은 86억8000만원에 달한다.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부회장 직함 단 이재용…취업제한 해석 두고 논란

이 부회장이 미등기 비상근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상황이라 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선 “신규 취업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앞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부당 합병,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들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확정받아도 가석방이 취소되진 않는다. 오는 12월 개정 시행될 형법에 따른 전망이다. 다만 가석방 기간 고의로 지은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면 가석방이 취소될 수 있다.

이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등도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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