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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천덕꾸러기? 10년 만에 효자노릇 하겠네 [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부활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있죠. 마치 부상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스포츠 선수 느낌입니다. 오늘은 중환자실(완전 자본잠식)까지 들어갔다가 살아난 기업, 삼성엔지니어링입니다.

턴어라운드, 삼성엔지니어링

대규모 적자를 안겨줬던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 프로젝트. 사진 삼성엔지니어링

대규모 적자를 안겨줬던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 프로젝트. 사진 삼성엔지니어링

·플랜트 시장, 유가 상승으로 다시 호황 사이클
·경쟁강도 줄어 '저가수주 악몽' 없을 전망
·주가는 미리 올라...하반기 수주 실적이 관건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즉 전력·석유·가스·담수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주는 일을 합니다. 국내에선 주로 삼성계열사 공장을 짓고, 해외에선 주로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많이 짓습니다.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발주처는 아시다시피 주로 중동이죠.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에서 플랜트 발주를 쏟아내던 호황기(2009~2011년)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습니다. 주가 치솟고 직원 왕창 뽑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죠. 하지만 2011년을 꼭지로 가파른 내리막. 왜냐? 수주실적 올리려고 무리해서 싼값에 대형 수주를 따냈거든요. 막상 공장을 짓기 시작하니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겁니다. 2013년부터 막대한 적자를 낸 끝에 2015년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2017년 완공한 이라크 바드라 가스프로젝트. 사진 삼성엔지니어링

2017년 완공한 이라크 바드라 가스프로젝트. 사진 삼성엔지니어링

마침 에너지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플랜트 시장 전체가 한동안 빙하기. 유상증자 수혈 받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직원수를 줄이며(2012년 7249명, 현재 5275명)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그렇게 버티길 10년. 이제야 분위기가 되살아납니다. 2분기 잠정실적 매출 1조6958억원, 영업이익 1503억원. 2012년 4분기 이후 9년 만에 최대 실적이라네요.

삼성엔지니어링 실적 전망이 좋아진 건 유가 영향이 큽니다. 코로나로 지난해 배럴당 16달러까지 폭락했던 유가는 70달러 선에 머물고 있죠. 유가가 오르자 곳간이 두둑해진 중동의 국영석유기업(아람코 등)들이 다시 공장 짓는데 예산을 쓰기 시작하는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가가 100달러까지 급등했던 2009~2011년과 비슷한 분위기인 거죠. 실제 지난해 연기됐던 사우디 아람코의 줄루프 프로젝트(가스오일 분리 플랜트)도 입찰 재개. 다시 돌아오는 호황기!

 2013년 완공한 사우디 주베일 JER 프로젝트. 사진 삼성엔지니어링

2013년 완공한 사우디 주베일 JER 프로젝트. 사진 삼성엔지니어링

드디어 중동에서 발주 시동이 걸렸는데, 경쟁자는 전보다 줄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허리띠 조이고 버티는 동안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같은 국내 건설사는 사실상 해외 플랜트를 접었거든요.

물론 해외에 쟁쟁한 업체가 많죠. 스페인 TR, 이탈리아 사이펨이 주로 맞붙는 경쟁사인데요. 그런데 이 기업들도 (삼성엔지니어링이 그랬듯이) 재무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그말인즉슨 저가수주 치킨게임을 벌일 여력이 없다는 것. 그래서 예전 같은 저가수주 악순환에는 빠지지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또 그러면 다같이 죽자는 얘기...)

물론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는 많이 올랐습니다. 올 들어 100% 넘게 올랐다가 좀 빠진 상태.

여기서 주가가 더 가느냐 마느냐는 결국 수주를 얼마나 따내느냐에 달렸죠. 하반기 삼성엔지니어링이 입찰에 참여했거나 검토하는 화공 플랜트 프로젝트는 10건, 약 170억 달러 규모. 중동 발주사들은 요즘 무조건 최저가라고 수주 주진 않는다네요.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데요. 그래서 더욱 입찰에 성공할지, 그 결과는 예측 불가. 대박일지 쪽박일지는 두고봐야 합니다.

혹시 '유가가 고꾸라진다면?'이란 걱정을 하실 수도 있는데요. 실제 지난달 배럴당 76달러까지 올랐던 유가가 요즘 주춤하죠. OPEC+가 생산쿼터를 늘리기로 합의도 했고요. 하지만 글로벌IB들은 “증산을 해도 시장 내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라 전망합니다.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롱손 석유화학 프로젝트. 사진 삼성엔지니어링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롱손 석유화학 프로젝트. 사진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중에서도 EPC(상세설계·구매조달·시공)를 주로 합니다. 주택에 비유하면 인테리어 업자와 하는 일이 비슷하죠. 설계에 맞춰 현지 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맡기는데, 이익을 많이 남기긴 어렵습니다. 이보다 돈이 되는 건 EPC 이전의 기본설계(FEED). 이 분야는 선진국의 톱티어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꽉 잡고 있죠(노는 물이 달라~). 삼성엔지니어링은 요즘 FEED 쪽을 키우는 중인데요(FEED부터 EPC까지 다 해버리겠다는 전략). 과연 여기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미래는 달려있겠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10년 버틴 끝에 이제야 빛 볼 날 왔다 

이 기사는 8월 9일 발행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 https://maily.so/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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