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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카오-SKT 혈맹, ESG 투자펀드에 꽂혔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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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카오와 SK텔레콤이 200억원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를 만든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혁신기술을 가진 중소・벤처 기업이 ESG 경영환경을 갖추며 성장할 수 있게 마중물을 대겠다는 것이다. ESG 테마를 주제로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공동 투자펀드를 조성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이들이 ESG를 협력 키워드로 꼽은 배경을 짚어봤다.

이게 왜 중요해?

· 양사는 2019년 10월 3000억원대 지분을 교환하며 혈맹을 맺었다. 그러나 1년 이상 이렇다 할 협업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vs 카카오모빌리티) , 콘텐트(카카오TV vs 웨이브), 커머스(카카오커머스 VS 11번가) 등 주요 플랫폼 사업에서 경쟁하는 만큼, 협력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올 3월 맺은 MOU로 전환 계기를 마련했다. ESG·인공지능·지식재산 3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
· 평소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온 대기업 두 곳이 '자본을 통해' ESG 벤처를 키우겠다고 나섰다. 사회적 가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핵심 경영 아젠다. 기업의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충돌하지 않으며, 그 둘의 교차점에서 기업은 '소셜 임팩트'(사회적 가치·영향력)를 창출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SK와 카카오, ESG랑 무슨 상관?

·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영향으로 전통 대기업 중 사회적 가치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 정도를 임원평가, 계열사 성과평가에 적용한다. 재무성과로 나타난 경제적 가치와 ESG경영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50%씩 반영. SK그룹은 지난해 10조 3357억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전년(9조 171억원)보다 1조 이상 늘었다. 지난 4월 SKT는 국내 첫 ESG 전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ESG 코리아 2021’도 11개 기업과 함께 만들었다.
· 카카오 역시 김범수 의장의 영향이 크다. 김 의장은 올 2월 "살면서 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디지털 교육격차, 인공지능,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재산을 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엔 카카오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내 오너 중 유일하게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김 의장은 또 카카오 보유지분 5000억원 어치를 매각해 '브라이언임팩트 재단'도 설립했다.

skt esg펀드 조성.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skt esg펀드 조성.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소·벤처기업에 ESG경영, 가능해?

최근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전통 대기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과 중소·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게 ESG 경영 혁신의 지름길이라는 진단이 힘을 받고 있다. 창업 때부터 환경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업모델을 만들고, 기업 지배구조도 투명하게 운영하는 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관련 유망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ESG 생태계에 카카오-SKT 같은 대기업의 역할은 중소벤처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돕나

· 각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망 기업을 발굴, 육성한다. 기업 경영에 ESG를 접목해본 경험이 많은 SKT가 벤처기업에 사업 초기부터 ESG 목표와 방향을 제시해주고, 스타트업 투자 경험이 많은 카카오는 투자·인수합병 등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펀드 운용은 벤처캐피털 UTC인베스트먼트가 맡는다.
· 기술 기반 협력 경험도 있다. 지난 3월 MOU체결 이후 양사는 AI 솔루션을 공동 개발, 코로나19 관련 종합정보 사이트 ‘서울관광안전지수'에 제공한 경험이 있다. 이번엔 벤처 투자로 협업을 확대하는 셈.

글로벌 ESG, 큰 그림은 

구글(탄소제로 프로젝트), 애플(임원 평가에 ESG성과 반영), 마이크로소프트(MS, 친환경 에너지 데이터센터 시범운영) 등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ESG 아젠다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후 첫 업무로 파리 기후변화협정 복귀를 택하며 ESG 열풍은 더 뜨거워졌다.
이러한 흐름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시장이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에 ESG 경영을 요구한다.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CEO)는 “앞으로 모든 투자, 인수 결정에 ESG를 검토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ESG 투자자산 규모는 40조5000억 달러(4경 6453조원). 2012년 12조3000억 달러 대비 3배 증가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자, ESG 관련 기술을 인터넷혁명 이후 가장 큰 투자 기회로 보기 때문이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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