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웅 ‘나홀로 오해’ 독직폭행 낳았다…재판부 “반성 안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3 05:00

업데이트 2021.08.13 10:01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있지 않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한 바 없다.”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9기)에 대한 선고가 있던 12일 오후 2시 12분경.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양철한)가 정 차장검사에게 한동훈 검사장(48·연수원 27기)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는 유죄라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정 차장검사의 판결문에는 재판부가 이렇게 질책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담겨 있다.

1심 판결문에 나타난 한동훈 독직폭행 전말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인줄 착각, 운전자에게 양해의 손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인줄 착각, 운전자에게 양해의 손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차장검사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증거인멸 시도를 막기 위해 물리력 행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를 정 차장 혼자만의 착각으로 판단했다. 정 차장검사의 ‘오해’가 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정진웅 오해 이유는 아이폰 ‘페이스 ID’ 때문?

판결문에 따르면 정 차장검사의 오해는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아이폰의 비밀번호 해제 방법인 ‘얼굴 인식 방식(페이스 ID)’을 사용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7월 29일 정 차장검사를 비롯한 수사팀 6명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한 검사장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 도착한 건 오전 11시경. 정 차장검사와 A검사는 먼저 한 검사장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왔다”고 고지했다.

이어 한 검사장은 사무실 내 소파에 앉아 압수수색 영장을 건네받은 뒤, 탁자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메모지와 펜을 가져와 메모하며 서류를 열람했다. 그러던 중 한 검사장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겠다”며 자신의 휴대전화인 아이폰으로 통화를 시도했다. 영장 집행 시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정 차장검사 역시 이를 허용했다.

이때 한 검사장은 페이스 ID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비밀번호를 눌러 휴대전화의 잠금화면을 풀었다. 이를 증거인멸 시도로 오인한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뺏으려고 했다. 그러다 한 검사장 몸을 밀착해 눌렀고, 두 사람은 몸이 겹쳐져 의자에서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 차장검사의 몸에 눌리게 된 한 검사장은 ”아, 아“하면서 아프다는 소리를 냈다. 이 과정을 지켜본 A검사는 “조심하십시오, 다치십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9일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몸으로 부딪힌 모습. 오른쪽은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유심 카드. 삽화=김회룡 기자aseokim@joongang.co,kr

지난해 7월 29일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몸으로 부딪힌 모습. 오른쪽은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유심 카드. 삽화=김회룡 기자aseokim@joongang.co,kr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의 행위를 ‘증거인멸 시도’로 오해한 건 압수수색 직전 한 수사관의 보고 때문이었다. 같은 달 21일 피의자신문을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한 검사장을 안내하던 한 수사관은 엘리베이터를 타며 한 검사장이 페이스 ID로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정 차장검사에게 ‘한 검사장이 페이스 ID를 사용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애초 한동훈 폰 사용 허락한 건 정진웅이었다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의 판단에 대해 “(사건이 있고 난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 화면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휴대전화를 재시작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됐을 수 있지만 증거인멸 시도 외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음에도 피고인은 곧바로 유형력 행사로 나아갔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제출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다는 정 차장검사의 주장은 ‘주관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봤다. “피해자의 증거인멸 시도를 인정할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사건 현장에 있던 피고인 이외 사람들은 피해자의 행위에 특별히 이상하다거나 증거인멸 시도를 한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물리력 행사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정당행위’였다는 점 또한 배척했다. 애초 한 검사장의 전화 사용을 허용한 것은 정 차장검사였고, 본격적인 압수수색 절차가 착수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던 만큼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곧바로 건네줘야 할 의무도 없었다고 봐서다. 정 차장검사가 말로서 제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 또한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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