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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3000명 간다" 임박한 병상 동원령…병원들 "인력은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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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환자가 2000명대를 오르내리며 의료체계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급한 대로 민간병원에 SOS를 외쳤지만, 공간과 인력 한계에 병원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환자 병상을 늘려 당장 불을 끈다고 해도 이로 인해 비(非)코로나 중증 환자 진료가 축소될 수 있어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위중증 환자 400명 육박, 증가 우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환자는 1987명으로, 전날(2223명)보다 236명 줄었지만, 이틀째 2000명 안팎을 기록했다. 배경택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단장은 브리핑에서 “현 수준의 거리두기 조치를 계속 유지해도 확진자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추가 조처가 없는 한 2000명대 환자가 고착화되거나 더 많은 환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계단식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정부가 특별한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있어 최악의 경우 3000명대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이동형 음압병상에서 의료진이 cctv를 통해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11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이동형 음압병상에서 의료진이 cctv를 통해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환자 절대 규모가 늘수록 시차를 두고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이나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ㆍ체외막산소공급), 투석치료기인 CRRT 등이 필요한 위중증 환자가 연동돼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12일 기준 위중증 환자는 372명으로 400명에 육박한다. 환자가 2000명대 안팎으로 계속 발생할 경우 여기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위중증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지금은 3차 대유행 때보다 사망자가 적지만 향후 어떻게 달라질지 안심할 수 없다.

1.5% 추가 확보 요청에 병원들 어려움 호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민간병원 병상 동원령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수도권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원장단 등과 잇따라 회의를 열어 상급종합병원에 지난해(1%)보다 높은 수준의 1.5%까지 병상을 추가로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조만간 행정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당겨달라는 요구가 있어 논의 중”이라며 “절대 병상을 늘리고 환자 배정을 효율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천편일률적인 병상 수 늘리기가 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체계 없이 그저 중환자가 늘면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100~200개 만들려고만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침대만 있다고 코로나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병원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문제다. 코로나 중환자는 일반 중환자보다 4~5배 많은 의료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코로나 중환자를 받으려면 동선 분리, 음압기 설치 등이 필요한데 공간·장비 확보가 만만치가 않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괄적으로 배정해 전체 병상 수를 늘리는 것보다 병원별 역량과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다른 곳과 동일하게 병상 1, 2개 늘리는 것보다 최중증 환자 케어에 최대한 역량을 집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현재 에크모 단 코로나 환자 8명을 본다. 유 원장은 “에크모 환자 1명에 들어가는 인력 등 자원은 인공호흡기 치료 환자 2명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특수 전문인력과 오래 훈련된 간호사 3, 4명이 팀을 이뤄 24시간 붙어있지 않으면 환자를 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망 확률이 높은 에크모 환자를 제때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중환자 병상이라고 다 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게 아닌 만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고려해야 한단 것이다.

11일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이동형 음압병상 모습. 뉴스1

11일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이동형 음압병상 모습. 뉴스1

일반 중환자 진료 축소 우려도 

어떻게든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그 후의 의료 공백이 필연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의료 인력이 코로나 진료에 집중하면서 비코로나 환자들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사태가 자칫 벌어질 수 있어서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 환자만 급하게 생각해 모면하려 하는데 비코로나 환자 대책은 없는 상태”라며 “병상을 확보하다 해도 어디선가 균열이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고려대안산병원 같은 경우 지난해 인근 종합병원이 문을 닫아 응급 환자가 집중되고 있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김운영 고대안산병원장은 “500병상의 병원이 문을 닫은 이후 응급실이 넘치고 병상 가동률도 높다”며 “지난해 일반 중환자실 14개를 8개로 줄여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만들었다. 일반 중환자 병상과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일대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병상 수를 확 줄여야 한다. 일반 중환자에 영향이 안갈 수 없다”고 말한다. 경기도 남부권에서는 4개의 상급병원이 1300만명을 맡는다. 응급 환자가 더 많이 몰린다. 이런 상황서 일반 중환자실을 코로나 중환자실로 무작정 늘리면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실려 오더라도 수술 이후 입원할 곳이 없어 제때 치료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상급병원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중환자실도 이미 95% 이상 포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 중환자실 부족 문제가 지속해서 불거지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인력 부분과 관련해선 정부가 병원들에 간호 인력 지원을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환자실 근무 경험이 있어야 하는 데다 지원 받아도 신규 간호사를 바로 투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게 병원들 얘기다.

병상 수만 늘린다고 될 게 아니라 병상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중환자라도 증상이 호전되면 그 아래 단위 병원으로 빨리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에크모 단 최중증 환자를 볼 수 있는 상급병원에선 최대한 그런 환자에 집중하고, 증세가 호전되면 2차 병원 등으로 스텝 다운(Step-Down)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환자 이송이 원활하도록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급병원들이 병실을 한두 개씩 내놓는 것보다 특정 병원을 통째로 코로나 전용병원(코호트병원)으로 만들고 상급병원 인력을 파견해 진료하는 게 효율적이란 제안도 나온다. 지난해 3차 유행 당시 대한의사협회도 이런 방식을 권고한 바 있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은 “체육관처럼 중증 환자를 몰아서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인력을 차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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