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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행복" 외친 우상혁, 인스타 아이디 'woo_238'의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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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상혁아. 후회 없이 하자.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은대로 보여줘!”

2020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혼잣말을 되풀이한다고 했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입 밖으로 말을 꺼내야 그 염원이 실제로 이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벼랑 끝에서 하나씩 뭐가 터지는 것 같다”면서.

우 선수는 “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문을 건다고 생각하고 말로 내뱉는다. 그게 비결”이라며 웃었다.

“항상 꿈꿔온 기회…행복했다”

육상 국가대표 우상혁이 1일 오후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 경기에서 4위 2.35 한국신기록을 달성한 뒤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육상 국가대표 우상혁이 1일 오후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 경기에서 4위 2.35 한국신기록을 달성한 뒤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자가격리 중인 우 선수와 1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행복’이었다. “밝게 운동해야 운동 효율이 높아지고, 행복감이 더 크다. 힘들게 하면 얻는 게 많지 않다”면서다. 기록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 계기도 운동을 재미있게 즐긴 순간부터였다고 한다. 그는 이번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 35㎝를 날아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올림픽을 준비한 2년도 그저 행복했다고 했다. 우 선수는 “항상 꿈꿔왔던 기회였다. 누가 하라고 시켰던 것도 아니고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어서 행복하게 올림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행복해서 하는 건데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바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행복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체중을 10㎏ 넘게 뺀 혹독한 다이어트도 “어차피 아는 맛이고 먹으면 똑같다. 먹고 남는 건 허무함밖에 없다”는 무한긍정으로 이겨냈다. 그는 “대신 올림픽이 끝난 뒤 (자가 격리하면서) ‘1일 1 치킨’ 하고 있다”며 웃었다.

우상혁이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전에서 2.35m를 성공시키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우상혁이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전에서 2.35m를 성공시키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최종 순위 4위로 메달을 놓친 것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우 선수는 “메달 딸 생각은 하지 않았다. 25년 만에 결승을 갔으니 ‘이뤘다’는 생각을 했다”며 “2m 35㎝를 뛰었을 땐 온 힘을 다했다. 결국 4등이었지만, 다른 선수들의 힘든 과정을 다 알기 때문에 인정한다”고 말했다.

2m 39㎝를 넘지 못한 뒤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할 때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군인 신분인 걸 항상 마음에 품고 있어요. 경례를 무조건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경기 끝나고 카메라가 들어오는 순간 자세를 잡았어요. 옷매무새를 다듬자는 생각과 동시에 ‘나 군인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충성!’ 했어요.”

“기분이 좋아야 높이 날죠”

우상혁 선수 평소 사복. "옷을 잘 입는다"는 평과 함께 '패셔니스타'로도 불리고 있다. 사진 우상혁 인스타그램

우상혁 선수 평소 사복. "옷을 잘 입는다"는 평과 함께 '패셔니스타'로도 불리고 있다. 사진 우상혁 인스타그램

우 선수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즐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 후회 때문에 “이번 올림픽은 엄청 즐겼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답변도 높이뛰기처럼 거침이 없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성격이 밝아 보였다. 종목 특성인지. 
그렇다. 기분이 좋아야 높이 뛸 수 있다. 흥이 올라야 중력을 몸에서 더 안 받아들이는 거 같다. 사람이 우울하면 기분이 축 처지지 않나. 높이뛰기도 똑같다. (쳐지면) 잘 안 된다. 
올림픽 끝나고 인기 실감하는지.
연락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다. 귀국 때 공항에서 많은 분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는데 격리하면서 휴대전화 보면서 다시 실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계속 늘어나니까. 올림픽 전에는 3000명이었는데. 인기 선수들이 팔로우 안 받아주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확인이 힘들 정도로 요청이 너무 많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7만4000여명을 넘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는.
격리 중이라 올릴 게 없다. 올림픽에 대한 건 너무 많이 올리는 느낌이라 또 올릴 수도 없고. 똑같은 것만 보면 사람이 질린다. 질리기 싫다. 오래가고 싶다. 오래가서 파리올림픽까지 응원이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다. (웃음)

“2m 38㎝ 향해서 행복하게 운동하겠다”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이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선에서 마지막 시도 실패 후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이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선에서 마지막 시도 실패 후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 선수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이래서 내가 운동했지’라는 초심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행복을 찾았다. 앞으로도 운동에 집중하면서 더 행복해지고 싶다”며 “즐거워지려고 운동하는 건데 이런 제 모습을 보고 많이 좋아해 주신 거 같다. 운동하는 동안에는 행복하게 운동할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최종 목표 ‘2m 38㎝’를 담은 ‘woo_238’이다. “키(188㎝)보다 50㎝ 이상을 뛰는 게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의 벽”이라는 그는 3년 뒤 2024 파리올림픽 등에서 그 목표를 향해서 ‘즐겁게’ ‘행복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메달 압박 없이 준비하겠다. 가능성은 1%라도 줄면 안 되는데 압박을 느끼면 그 1%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전화 인터뷰인데도 긍정 에너지가 직접 전해지는 듯했다. “행복한 인터뷰였다”는 기자의 인사에 우 선수는 “그게 닿았다면, 원하는 메시지가 갔다면 성공입니다. 만족스럽습니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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