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성탁의 시선

민주당 후보 경선, 흥행이 안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8.13 00:24

업데이트 2021.08.1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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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낙연(왼쪽부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낙연(왼쪽부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11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6명이 참가한 3차 TV토론이 열렸다. ‘명낙 대전’으로 불리던 상위 후보 간 비난전이 줄고 후보별 공약에 대한 공방이 오가는 모습이 보이긴 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 경쟁이 본궤도에 오른 토론이 아닌가 생각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과정으로서 열리고 있는 토론회가 국민의 관심을 끌 정도라고 하기에는 함량 미달이었다.

토론서 백신 차질, 전세난 안 다뤄
지금 못하는데 대선 이겨야 가능?
야권 실책 기대 말고 책임 다해야

 명색이 대선 후보 토론회인데 ‘집안 잔치’처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이 현재 가장 크게 고통받는 현안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장기간 강력한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들은 저녁 장사를 못 해 "이젠 정말 생존이 문제"라고 호소한다. 모더나 백신 도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와중에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은 선호도가 떨어져 폐기되는 이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권 대선 후보들이라면 거리 두기 강화를 중심으로 짜인 현 방역 대책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영업자에게 해줄 답변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 의견을 내야 한다. 이미 늦긴 했지만 백신 추가 도입을 위해 어떤 방안이 있는지, 백신 배분은 어떻게 할지 청와대나 정부, 당과 함께 점검하고 나와 국민에게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론회에선 코로나19 확산이 총리 재임 기간과 겹친 정세균 후보가 방역과 민생이 공존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죄송하다고 하고, 역시 총리를 지낸 이낙연 후보가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지혜를 짜내겠다고 짧게 발언한 정도가 전부였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실책을 인정할 정도로 민심 이반의 주원인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면서 정부 여당은 공시지가 현실화를 발표했는데, 집값이 치솟으면서 지방 1주택자까지 “세금 걷을 궁리만 하느냐”고 비판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도 부동산과 세금 문제가 최대 화두였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세난을 부추기던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없애는 등 민주당이 정책 수습에 나섰지만, 임대차3법이 초래한 부작용 등에 대해선 여전히 대응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 대선 후보들은 수백만호 건설 등 많이 들어본 듯한 공급 대책을 주로 강조한다. 공급 대책은 이미 정부도 발표했지만 실현되려면 수 년이 걸린다. 대선 후보라면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에서 전셋값이 세 종류나 등장하는 오늘의 과제에 대해 대안을 말해야 한다. 민감한 사안에선 모두 발을 빼고 장밋빛 공약을 놓고 토론을 하고 있으니, 당장 분통이 터지는 국민 보기에 관심이 쏠릴 리가 없다.

 여권 대선 후보들이 간과해선 안 될 또 다른 사항은 민주당이 과반 정당이라는 점이다. 모든 정책을 관철할 권한을 준 만큼 국민이 여당에 지우는 책임도 크다. 지금도 모든 사안에 대해 원하는 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권한이 있는데, 지금 못하는 일을 대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이 갑자기 할 수 있다고 누가 믿겠는가. 대선은 내년 3월이고 아직 8개월가량이나 남았다.

 여권은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낮아지니 이대로면 승산이 있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 윤 전 총장이 ‘1일 1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실수를 하고 대선 후보로서 정책적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스스로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 신참’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윤 전 총장 등에 대한 지지의 대부분은 정부 여당의 실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라 할 수 있다. 윤 전 총장 등 야권 대선 후보들은 속속 캠프를 꾸리면서 정책 공약을 마련 중이다. 윤 전 총장 등 외부에서 입당한 인사들과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 기존 인사들이 벌이는 신경전이 벌써 뜨거운 것을 보면 야권 대선 후보 경선에는 흥행 요소도 담겨 있다. 야권 주자들은 이미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을 단골로 공격하고 있다. 임대차3법 중 일부 즉각 폐지 등의 공약이 이미 나왔다. 현 정부와 책임도 함께 져야 하는 여권 대선 후보들이라면, 당선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가 아니라 당장 이번 달, 다음 달, 내년 대선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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