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명에게만 허락된, 금강소나무숲을 걷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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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다자우길 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은 나라가 지키는 숲이다. 조선 숙종 연간부터 지켰으니, 일반인의 출입을 막은 지 300년이 훌쩍 넘는다. 이 금단의 숲을 구석구석 헤집는 트레일이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이다. 이틀을 걷고 왔더니 몸에 솔향이 밴 듯하다.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은 나라가 지키는 숲이다. 조선 숙종 연간부터 지켰으니, 일반인의 출입을 막은 지 300년이 훌쩍 넘는다. 이 금단의 숲을 구석구석 헤집는 트레일이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이다. 이틀을 걷고 왔더니 몸에 솔향이 밴 듯하다.

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숲은 나라가 지키는 숲이다. 산림청이 보호하는 이 숲의 면적은 자그마치 37.05㎢. 축구장 5189개 넓이에 해당한다. 울진 금강소나무숲은 “여느 금강소나무 군락지와 비교를 불허하는 국내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지(조병철 남부지방산림청장)”다.

축구장 5189개 면적 최대 군락지
200년 넘은 나무만 8만5000그루
산림청·주민 손잡고 솔숲길 운영
예약 탐방제…숲해설가가 동행

이 광활한 숲을 구석구석 헤집는 트레일이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이다. 단언하는데, 국내에서 생태관광의 본령에 가장 충실한 길이다.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이 힘을 합쳐 숲을 지키고 길을 가꾸는 모습이 솔숲 못지않게 아름답다. 여기 솔숲길은, 솔숲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것처럼, 아무나 걸을 수 없다.

금강소나무숲

나라가 금강소나무를 지키는 건, 그만큼 금강소나무가 귀해서다. 조선 시대 왕실의 관곽과 건축재로 금강소나무가 사용됐다. 금강소나무는 여느 소나무보다 나이테가 세 배 더 촘촘해 뒤틀림이 적고 강도가 높다. 송진이 적은 편이어서 쉽게 썩지도 않는다.

황장봉계표석. 숲의 출입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황장봉계표석. 숲의 출입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나라가 산의 출입을 막는 걸 봉산(封山)이라 한다. 조선 시대 봉산에 들어갔다가 발각되면 곤장 100대를 맞는 중형에 처했다. 울진 금강소나무숲은 1680년(숙종 6년)부터 출입을 통제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미인송. 최소 200년 이상 묵은 노거수다. 금강소나무는 미인송처럼 높고 곧고 바르다.

미인송. 최소 200년 이상 묵은 노거수다. 금강소나무는 미인송처럼 높고 곧고 바르다.

울진 금강소나무숲에는 얼마나 많은 금강소나무가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다만 다음과 같은 현황은 알 수 있다. 수령 200년 이상 금강소나무 약 8만5000그루, 문화재 복원용 지정수 4137그루, 수령 500년 이상 보호수 세 그루. 미국 국립공원이 야생동물 수를 파악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에선 금강소나무 수를 어림짐작도 못 한다.

못난이 소나무. 이름과 달리 아름답다. 높이가 23m다.

못난이 소나무. 이름과 달리 아름답다. 높이가 23m다.

금강소나무숲길은 모두 7개 코스 79.18㎞ 길이의 트레일이다. 7개 코스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가 5.3㎞ 길이의 가족 탐방길이다. 이 코스에 산림청이 지정한 보호수 두 그루가 있다. 소나무숲 어귀에 우뚝 솟은 소나무가 제일 오래됐다는 ‘500년 소나무’다. 숲에 들어서면 또 다른 보호수 ‘못난이 소나무’가 나온다. 이름과 달리 나무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울진국유림관리소 천동수 주무관이 “못생겼다는 건, 목재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지 아름답지 않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막 싹을 틔운 아기 금강소나무.

막 싹을 틔운 아기 금강소나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소나무들 아래로 막 싹을 틔운 아기 소나무가 보였다. 검지손가락만 할까.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이 어린 생명을 들여다봤다. 최근에 조우한 가장 기특한, 아니 거룩한 장면이었다.

보부상길

보부상길은 옛길이다. 옛길은 이렇게 다 움푹 패였다.

보부상길은 옛길이다. 옛길은 이렇게 다 움푹 패였다.

보부상길은 조선 시대 보부상이 넘어다녔던 십이령길의 한 구간이다. 십이령길은 보부상이 동해안과 경북 내륙지역 사이를 행상할 때 넘나들었던 열두 고갯길이다. 열두 고개 중에서 세 번째 고개인 바릿재부터 샛재, 너삼밭재, 저진터재까지 네 고개를 보부상길이 넘는다. 13.5㎞ 길이로, 울진금강소나무숲길 7개 코스 중에서 가장 험하다.

길에 밴 이야기는 구구절절하다. 길이 시작하는 두천리 주막촌부터 바리바리 짐을 싣고 올랐다는 바릿재, 새도 쉬어간다는 샛재, 보부상들이 돈을 모아 차린 성황사까지, 길을 앞장선 장수봉(68) 숲해설가가 풀어놓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마을 주민이 만든 산채비빔밥 점심.

마을 주민이 만든 산채비빔밥 점심.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이 국내 생태관광의 본보기인 이유는, 국내 최대 산림유산을 체험하는 유일한 방법이어서만은 아니다. 산림청이 주민과 함께 길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7개 코스 모두 마을 주민이 만드는 점심이 제공된다. 마을 형편에 맞게 도시락이나 산채비빔밥을 만든다. 탐방객을 위한 숙소도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탐방객을 안내하는 숲해설가도 지역 출신이 맡는다. 우리나라에 트레일이 538개나 있다지만,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처럼 마을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트레일은 없다.

울진국유림관리소 현황판에는 주변 마을의 연도별 수입이 적혀 있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연 2억 원이 넘었던 마을 수입이 작년에 65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도 사정이 여의치 않단다. 꼬박 네 시간을 걸은 뒤 찬물내기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날 당번은 두천1리 주민 윤정자(63)씨였다. 곤드레·엄나무순·고사리 같은 산나물을 넣은 비빔밥이 꿀처럼 달았다.

길 정보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예약 탐방제로만 운영된다. 숲나들e(www.foresttrip.go.kr)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숲길 안내센터 054-781-7118. 울진 금강소나무숲길는 한 개 코스에 하루 최대 80명만 걸을 수 있다. 숲해설가가 동행한다. 점심으로 마을 주민이 만드는 도시락이나 산채비빔밥이 제공된다. 1인 7000원. 금강소나무숲길 1, 2, 3, 3-1코스 종점인 소광 2리에 마을이 공동 운영하는 금강송펜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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