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줄고 취포자 최대 ‘위기의 30대’

중앙일보

입력 2021.08.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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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일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고용센터 앞에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실업자의 구직 급여 지급액은 지난달 1조393억원으로 올해 2월부터 6개월 연속 1조원을 넘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고용센터 앞에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실업자의 구직 급여 지급액은 지난달 1조393억원으로 올해 2월부터 6개월 연속 1조원을 넘었다. [연합뉴스]

신모(30)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취업을 못 했다. 공공기관 두 곳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데 각각 6개월짜리 인턴 자리였다. “정규직 취업이 잘 안 되니 집에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최저임금이긴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공공기관 취업에 필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공부를 하고 있다. 신씨는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사기업 취업은 완전히 포기했다. 공기업 채용이 뜨면 지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 일할 30대 7월 고용쇼크
‘그냥 쉬었다’ 29만2000명 역대 최대
취업 -12만명, 구직 무기력증 빠져
제조업 등 좋은 일자리 채용은 줄고
고령층 단기알바 늘린 한계 드러나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30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7.6%로 1년 전과 비교해 0.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년 사이 유일하게 30대만 경제활동 참가율이 내려갔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취업자는 물론 구직(실업) 인구까지 포함하는 경제활동인구가 해당 연령대 인구 대비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고용 충격을 딛고 다른 연령대는 속속 경제활동에 다시 나서고 있지만 30대는 예외다. 지난해보다 더한 실업난을 겪는 중이다.

7월 기준 3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2000명 감소했고, 고용률도 75.3%로 0.1%포인트 떨어졌다. 취업자 수, 고용률이 떨어진 연령대 역시 10대(15세 이상)부터 60세 이상을 통틀어 30대밖에 없었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더 나쁜 징후는 30대 중심으로 ‘취포자(취업 포기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사·육아·학업·질병 같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30대 인구는 지난달 29만2000명으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7월 기준)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쉬었음’ 인구는 30대와 60세 이상만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 자체는 고령층이 많지만 늘어나는 속도는 30대(전년 대비 15.5%)가 60대(6.5%)보다 훨씬 빨랐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가 사실상 은퇴 연령인 60대 못지않은 구직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다.

취업 무력증 빠진 30대

취업 무력증 빠진 30대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많이 늘어난 정부 공공근로가 20대 청년층, 5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면서 30대 일자리 공백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며 “또 저임금 단기 일자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정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는 연령대가 보통 20대 중후반, 30대인데 코로나19 위기로 이들이 선호할 만한 신규 일자리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공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야 해결될 문제인데 코로나19는 물론 산업 구조 재편으로 양질의 제조업 등 일자리가 앞으로도 증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젊은 층에 부족한 일자리는 낮은 소득 그리고 빚 수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30대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평균 228.9%로 40~50대(223.2%), 60대(221.9%)를 뛰어넘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청년 대상 정부 일자리는 단기 알바가 많은데 당장 고용률 지표 높이기 용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당장은 청년층 고용률이 낮게 나오더라도 실효성 있는 취업 훈련에 정부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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