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의 귀국 기자회견에서 주장 김연경(33·중국 상하이)에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감사 강요'로 논란을 빚은 유애자 대한민국배구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한국배구연맹 경기감독관)이 사퇴했다.
유 부위원장은 12일 대한민국배구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여자배구대표팀의 귀국 인터뷰 과정에서 사려 깊지 못한 무리한 진행을 해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대한민국배구협회 홍보부위원장의 직책을 사퇴하고 자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전 부위원장은 지난 9일 김연경에게 포상금 액수를 집요하게 묻고,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수차례 강요해 큰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 기자회견 뒤 이어진 김연경 선수 단독 기자회견에서 유 감독관은 대뜸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된 거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선수가 "아 네, 알고 있다"고 짧게 답하며 넘어가려 하자, 유 감독관은 "금액을 알고 있느냐"며 "얼마?"라고 재차 질문했다. 김 선수는 짧은 침묵 뒤 "6억원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 감독관은 포상금을 지원한 재계 인사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부탁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유 감독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언급하며 감사를 강요한 것. 그는 "우리 여자배구 선수들 활약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시면서 격려해주셨다"며 "특히 김연경 선수에 대해서 따로 국민들께 감명을 준 것에 대해 격려를 해주셨는데, 그것에 대해 답변해주셨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선수는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님한테 뭐…"라고 답한뒤 "그냥 너무 감사한 것 같고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여자배구가 어찌 됐든 많은 분에게 좋은 메시지를 드렸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제가 한 건 크게 없는 것 같은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 감독관은 멈추지 않고 "오늘 (감사 인사를 할) 기회, 자리가 왔다"며 문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를 재차 요구했다. 김 선수가 "지금 했지 않았나"라고 말했지만, 유 감독관은 "한 번 더"라고 했고, 결국 김 선수는 "감사하다"고 재차 말하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스포츠팬 등을 중심으로 진행이 무례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한편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준결승 진출을 이끈 김연경은 이날 대한민국배구협회를 통해 대표팀 은퇴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