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연경에 "文 감사인사" 강요…유애자, 부위원장 결국 사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연경(왼쪽)과 유애자 전 대한민국배구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 [유 전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김연경(왼쪽)과 유애자 전 대한민국배구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 [유 전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2020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의 귀국 기자회견에서 주장 김연경(33·중국 상하이)에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감사 강요'로 논란을 빚은 유애자 대한민국배구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한국배구연맹 경기감독관)이 사퇴했다.

유 부위원장은 12일 대한민국배구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여자배구대표팀의 귀국 인터뷰 과정에서 사려 깊지 못한 무리한 진행을 해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대한민국배구협회 홍보부위원장의 직책을 사퇴하고 자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배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배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유 전 부위원장은 지난 9일 김연경에게 포상금 액수를 집요하게 묻고,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수차례 강요해 큰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 기자회견 뒤 이어진 김연경 선수 단독 기자회견에서 유 감독관은 대뜸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된 거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선수가 "아 네, 알고 있다"고 짧게 답하며 넘어가려 하자, 유 감독관은 "금액을 알고 있느냐"며 "얼마?"라고 재차 질문했다. 김 선수는 짧은 침묵 뒤 "6억원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 감독관은 포상금을 지원한 재계 인사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부탁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유 감독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언급하며 감사를 강요한 것. 그는 "우리 여자배구 선수들 활약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시면서 격려해주셨다"며 "특히 김연경 선수에 대해서 따로 국민들께 감명을 준 것에 대해 격려를 해주셨는데, 그것에 대해 답변해주셨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선수는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님한테 뭐…"라고 답한뒤 "그냥 너무 감사한 것 같고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여자배구가 어찌 됐든 많은 분에게 좋은 메시지를 드렸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제가 한 건 크게 없는 것 같은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 감독관은 멈추지 않고 "오늘 (감사 인사를 할) 기회, 자리가 왔다"며 문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를 재차 요구했다. 김 선수가 "지금 했지 않았나"라고 말했지만, 유 감독관은 "한 번 더"라고 했고, 결국 김 선수는 "감사하다"고 재차 말하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스포츠팬 등을 중심으로 진행이 무례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한편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준결승 진출을 이끈 김연경은 이날 대한민국배구협회를 통해 대표팀 은퇴를 발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