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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의장이 맞았다?…美 물가상승세 둔화, 새 변수는 임금·집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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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맞았다. "인플레이션 상황은 일시적"이라던 그의 진단이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폭이 둔화하며 인플레이션 동력이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들썩이는 물가가 잠자던 '인플레 파이터'의 본능을 깨울까 걱정하던 시장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달러화. 셔터스톡

미국 달러화. 셔터스톡

미국 노동부는 7월 CPI가 5.4%(전년동월대비) 올랐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달보다는 0.5%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이 내놓은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면서 시장은 안도했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이틀 연속 최고점을 경신했다.

투자자들이 초조하게 바라보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기저효과로 인해 1년 전과 비교한 CPI 상승률은 지난 6월(5.4%)에 이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전달과 비교한 상승률은 6월(0.9%)보다 줄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뺀 근원 CPI(4.3% 전년동월대비)는 5개월만에 상승 폭이 둔화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린스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시마 샤 수석 전략가는 이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지표는) Fed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는 Fed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

中물가·美주거비 등 인플레 불씨 여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된 것은 지난 2분기 물가 상승을 유발한 품목들의 값이 내려간 영향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고차 가격이다. 올해 4~6월 석 달 내내 10% 내외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던 중고차 가격은 7월 0.2%(전월 대비) 오르는 데 그쳤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 완화로 신차 생산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항공운임을 비롯한 운송서비스 비용도 주춤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낮췄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사라졌다고 보기엔 곳곳이 지뢰밭이다. 요주의 대상은 미국 CPI에서 가장 큰 비중(42.4%)을 차지하는 주거비 상승이다. 가계의 주택 구입 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금 상승세도 물가 압력을 키우고 있다.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 활동 재개 등으로 인해 노동 수요가 늘면서 임금은 오르고 있다. 식당과 슈퍼마켓 등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역사상 처음으로 15달러(약 1만7400원)를 넘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10%에 달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껑충 뛴 것도 불안한 요인이다. 지난 7월 중국 PPI는 1년 전보다 9% 상승했다. 생산자 물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이유다.

들썩이는 원자재 가격도 언제든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날 백악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 요구를 한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연장선상에서 있다. 고유가가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급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로버트 플란 미 댈러스 연준 총재. [중앙포토]

로버트 플란 미 댈러스 연준 총재. [중앙포토]

인플레이션 압력이 언제든 커질 수 있는 만큼 안도한 시장이 경계감을 아예 풀 수는 없을 전망이다. 지역 연준 총재들이 잇따라 테이퍼링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와의 대담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계획을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발표하고, 10월에 이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도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통화정책으로 제공하는 지원을 축소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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