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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웃기지 않아도 됩니다" 유재석은 다 계획이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2 07:00

업데이트 2021.08.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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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MC는 항상 출연자들에게 "웃기지 않으셔도 된다"고 해요. 저희는 정교하게 노려서 짜인 웃음이 아니라, 출연자의 매력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웃음을 지향합니다."

tvN '유 퀴즈 온더 블럭'(이하 ‘유퀴즈’) 김민석 메인 PD의 말이다. '유퀴즈'는 예능과 교양 사이 독보적인 포지셔닝에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지난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진행자 유재석 씨가 TV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었다. 여러 시즌을 거치며, 특히 코로나 19 이후 프로그램 포맷을 바꾼 뒤,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어떻게 초기의 부진을 딛고 '유퀴즈'를 tvN의 간판 예능으로 만들어냈을까.

지난 5월부터 7차례 김민석 PD를 만나 ‘유퀴즈팀이 일하는 법’을 물었다. 공동연출을 맡은 박근형 PD와 김나라·이향란 작가도 일부 자리를 함께했다. 김 PD는 프로그램이 잘 됐다고 메인 PD 한 명만 조명 받는 걸 원치 않았다. “'유퀴즈'의 성과는 24명에 이르는 연출진과 작가진, 총 100여명 스태프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PD와의 일문일답. 인터뷰 전문은 지식콘텐트 플랫폼 ‘폴인’(folin.co)에서 볼 수 있다.

올해로 10년 차가 된 김민석 PD는 “아웃풋이 곧 인풋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에 대해 깊이 ‘공부’하는 프로그램 덕분에 자신 역시 소진되지 않고 채워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최지훈]

올해로 10년 차가 된 김민석 PD는 “아웃풋이 곧 인풋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에 대해 깊이 ‘공부’하는 프로그램 덕분에 자신 역시 소진되지 않고 채워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최지훈]

처음부터 '대박'은 아니었다고요.

론칭 초기에 ‘국민 MC 유재석의 tvN 첫 진출작’으로 회사 내외부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당시 전 tvN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7년 차 PD였는데, 다행히 베테랑 이언주 작가와 함께 만들게 됐죠. 시즌1은 ‘유재석과 조세호의 사람 여행’이란 콘셉트로, 주로 거리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시민과 퀴즈를 푸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하루에 1만보 이상 걸으며 찍었는데 시청률이 저조했죠. 시즌 1이 끝나고 프로그램의 존폐를 결정짓는 회의가 열렸어요(웃음).

다행히 그때 살아남았군요. 

회사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죠. 시즌2에서는 퀴즈보다 출연자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거로 바꿨어요. 여전히 어느 지역으로 가게 될지, 누가 나올지 모르는 오픈 포맷이었죠. 그러다가 회차별 기복을 없애기 위해 출연자를 미리 섭외하는 특집 편을 기획했는데, 이때 자기님(유퀴즈 출연자와 시청자를 가리키는 말. 진행자인 유재석은 큰 자기, 유세호는 아기자기(혹은 작은 자기)라고 불린다)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시청률이 문제였어요. 시즌2도 그렇게 끝내고 잠시 쉬고 있는데 코로나 19가 닥쳤습니다.

유퀴즈는 4년여간 시즌 1, 2, 3를 거치며 상황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며 진화해왔다. [사진 유 퀴즈 온더 블럭]

유퀴즈는 4년여간 시즌 1, 2, 3를 거치며 상황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며 진화해왔다. [사진 유 퀴즈 온더 블럭]

코로나 19 이후 시청자 반응이 달라졌죠?

네, 하지만 시즌3도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어요. 확진자가 한창 나오던 지난해 2월에 시작했거든요. 매일 회의였죠. 촬영을 진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로 계속 의견이 오갔어요. 미룬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죠. 그래서 ‘누군가의 인생을 정성스럽게 담아낸다’는 프로그램의 본질은 유지하되, 콘셉트·방식·장소 등은 상황에 맞게 바꾸기로 했습니다.
거리에서 무작정 사람들을 만나는 대신 모든 출연자를 섭외하기로 했는데, 초반에는 쉽지 않았어요. 그때 ‘섭외를 하려면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걸 팀원 모두가 깨달았죠. '그것이 알고 싶다' 특집이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시청률도 오르기 시작했어요.

방영 3년째에 드디어! (웃음). 섭외 비결은 뭔가요? 얼마 전 예능 출연 안 하기로 소문난 배우 신하균·조승우 씨도 나와서 화제가 됐는데요.

시즌3 이후 제작진 입장에서 체감하게 된 가장 큰 변화죠. 섭외 요청을 드렸을 때 많은 분이 호의적으로 반응해 주시는 ‘선순환’이 펼쳐지고 있다는 거요. 연예인분들 중에 "컴백 방송은 유퀴즈에서 할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세요. 감사한 일이죠. 연예인 출연자의 경우, '노련한 연예인'의 모습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상황을 만들려고 해요. 톱스타만 전담으로 편집하는 PD도 있습니다(웃음).

'유퀴즈' 시즌 1, 2 에서는 오래된 동네나 골목길을 찾아다녔다. 오픈된 포맷이라 동선을 예측할 수 없어 하루에 1만보 이상 걸으며 촬영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거리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는 김 PD. [사진 김민석 PD]

'유퀴즈' 시즌 1, 2 에서는 오래된 동네나 골목길을 찾아다녔다. 오픈된 포맷이라 동선을 예측할 수 없어 하루에 1만보 이상 걸으며 촬영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거리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는 김 PD. [사진 김민석 PD]

'유퀴즈스러움'은 뭘까요. 사람들이 왜 유퀴즈에 호응한다고 보세요?

촬영장에서 유재석 MC가 출연자들에게 항상 이런 말을 건네요. "웃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정교하게 노려서 짜인 웃음이 아니라, 출연자의 매력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웃음을 지향해요. 촬영 전 정말 긴 시간 동안 출연진과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섭외 형식으로 바뀐 후에는, 작가들의 업무 자체가 달라졌어요. 출연자의 나이가 40세라면 40년 인생을 알아야 해요. 출연자의 삶에 나를 푹 담갔다고 여겨질 때까지, 7~10일 동안 그분이 쓴 책이나 필모그래피 등 자료를 봐요. 그리고 현장에서는 긴장을 많이 하면 한대로, 대화에 빠져 긴장이 풀리면 풀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촬영해요.

또 PD가 여럿이지만 출연자 한 명의 편집은 PD 한 명이 모두 담당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같은 시점에서 왜곡 없이 담아내기 위해서죠. 조금 짓궂은 자막을 쓰더라도 출연자를 웃음거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애정을 담고요. 사람들이 ‘유퀴즈’를 좋아하는 건, 이런 자연스러움과 배려가 느껴져서 아닐까요?

“유, 퀴즈?”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유퀴즈팀. 왼쪽부터 박근형 PD, 이향란 작가, 김나라 작가, 김민석 PD. [사진 최지훈]

“유, 퀴즈?”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유퀴즈팀. 왼쪽부터 박근형 PD, 이향란 작가, 김나라 작가, 김민석 PD. [사진 최지훈]

제작진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지금은 14명의 PD와 10명의 작가진이 함께 만들고 있어요. PD팀은 절반이 1~2년 차예요. 아이디어가 넘치고 실행력이 빨라요. 2개 팀으로 나눠서 격주로 제작합니다.

그야말로 MZ세대 연출진이네요(웃음). 일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토크 프로그램을 편집하는 PD들이어서 그런지, 다들 토크를 엄청 좋아해요(웃음). 수시로, 산발적으로, 기약 없이 얘기해요. 농담부터 편집 과정의 고민,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 등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은 잡담이죠. 예를 들면 “다음 주는 ‘한글날’ 특집이니까 유퀴즈 로고에서 이응을 세종대왕 얼굴로 해볼까’라는 식인데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디테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또 생겨요. 100명 중 5명이 좋아해 주면 다음 주에도 해보자고 이야기하죠. 처음에는 반응이 적더라도 계속해서 누적하다 보면 하나의 시그니처가 되더라고요.

유퀴즈 팀에게 유퀴즈가 어떤 곳이 되길 바라나요.

'좋은 연수원'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방송국에는 공식화된 연수 시스템이 없어요. 대신, 하나의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저년차 PD와 작가들에게 일터이자 자신을 단련시키는 장이 되죠. '유퀴즈' 역시 나를 소모하기보다는, 내 성장을 고민하는 일터가 되길 원합니다.

사실 각 출연자를 다른 PD가 담당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실 때 통일성이 떨어지거나 매끄럽지 않은 면도 있어요. 예전에는 한 회차가 한 사람이 편집한 것처럼 물 흐르듯 흘러가길 바란 적도 있어요. 지금은 왼쪽 상단에 ‘유퀴즈’라고만 떠 있으면 톤 앤드 매너의 통일은 충분하다고 보죠.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이 이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게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후배 PD들에게도 “나를 흉내 내려고 하지 말고, 네 말맛에 맞춰서 네 목소리를 이 주제 안에 담아줘”라고 얘기합니다.

PD님에게 유퀴즈란?

매일을 살아내는 아주 작은 힌트를 얻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음식점으로 치면 거창한 코스 요리는 아니지만, 매일 문이 열린 부대찌개 집 같은 곳이죠(웃음).

폴인스토리북 〈팀 유퀴즈: 지금의 유퀴즈를 만든 사람들〉

폴인스토리북 〈팀 유퀴즈: 지금의 유퀴즈를 만든 사람들〉

'유퀴즈' 작가팀의 기획·섭외 비결과 PD팀의 디테일한 제작 방식 대한 이야기는 폴인스토리북 〈팀 유퀴즈: 지금의 유퀴즈를 만든 사람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9일 연재가 시작돼 매주 월·목요일 새 스토리가 공개된다. 폴인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하면 볼 수 있고, 1화는 오는 16일까지 무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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