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오히려 독 된 항변 5가지…재판부는 8쪽으로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2 05:00

업데이트 2021.08.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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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1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심담·이승련)는 정경심(59) 교수에게 1심과 같은 징역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2심에서는 펀드 비리 혐의 일부가 무죄로 바뀌었는데 벌금이 크게 줄었을 뿐 징역형은 1심과 같게 나온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양형은 오롯이 재판부의 판단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입시 비리의 형을 무겁게 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法ON] 조국 부부 2라운드 ⑮

항소심 재판부는 정 교수의 양형 이유에 판결문 8쪽을 할애하며 정 교수측 주요 항변을 두루 비판 했습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에서 정 교수 측 '전부 무죄' 주장이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고, 오히려 진실을 찾는 데 방해가 됐다고 봤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양형 이유로 돌아온 정 교수측 주장 5가지를 [法ON]에서 짚어봤습니다.

항변① “스펙 쌓기, 당시 입시제도 요구를 따랐을 뿐”

정 교수 측은 항소심에서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폈습니다. 1심이 ‘7대 허위스펙’이라고 인정하거나 ‘스펙 품앗이’로 지적한 다수의 인턴 확인서에 대해 “당시 입시 제도 요구에 따랐을 뿐 불공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변호인은 “학부모들이 알음알음 체험 활동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은 특목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비교적 부모가 사회 지도층에 속해 남들보다 체험학습 기회를 쉽게 만들었을 뿐인데 이걸 불공정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조민 ‘7대 허위스펙’ 1·2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 이미지.

조민 ‘7대 허위스펙’ 1·2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 이미지.

하지만 항소심은 정 교수 측의 이런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정 교수가 저지른 입시 비리는 “단순히 가족 인맥으로 활동 기회를 얻어 과장된 평가를 받은 정도에 그친 게 아니다”라는 것이 항소심의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 과정 내내 당시의 입시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태도로 범행의 본질을 흐렸다”고 정 교수 측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인들은 최대한의 선의로 사실과 다른 확인서를 써줬고, 입학 사정 담당자들은 이를 진실로 믿고 심사했는데도 확인서를 써준 것이 잘못이라거나 허위성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책임을 전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조민씨가 아니었다면 합격했을 다른 지원자가 입은 피해나 우리 사회 입시 제도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항변② “동양대 보조금, 연구원이 제대로 안 해 딸이 일 해”

정 교수는 동양대에서 경북교육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협력사업으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딸을 연구보조원으로 신고해 수당을 받았다는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도 받았습니다. 이때 받은 돈은 딸 조씨가 모두 사용했는데, 항소심은 이마저도 정 교수가 ‘남 탓’을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교수 측은 재판에서 “당초 보조연구원이었던 다른 학생이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딸이 하게 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학생이 지금 와서 내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한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다른 사람을 탓하는 태도만을 보인다”고 정 교수 측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항변③ “고위공직자 배우자가 아닌 투자 피해자”

정 교수측은 남편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운영한 코링크PE 사모펀드에 거액을 투자한 자신이 오히려 투자 피해자라는 취지로도 주장했습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런 주장도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교수는 조씨로부터 받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고, 이익 유무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시장경제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는 거죠.

정 교수에게 뼈아픈 말도 나왔습니다. 항소심은 “미공개 중요정보 취득과 관련해 비록 피고인이 고위공직자 배우자로서 지위를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그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 이를 묵인, 이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했습니다.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민정수석의 부인’이라는 점을 서로가 잘 알고 이용했다는 판단입니다. 또 민정수석의 배우자면서 재산 신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 차명 거래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백지 신탁 제도를 무력화하고 객관적 공직 수행에 대한 기대를 해쳤다” 비판하며 ‘공직자 배우자’라는 정 교수의 당시 지위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정경심 교수 1·2심 쟁점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경심 교수 1·2심 쟁점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항변④ “나중에 조용히 보려고 PC하드디스크 숨겼다”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장은 정 교수 측에 “검찰에 제출되지 않은 조국 전 장관 PC 하드디스크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간 정 교수 측은 자산관리사 김경록씨에게 하드디스크나 PC를 숨기라고 지시한 이유에 대해 “사건이 조용해지면 나중에 살펴볼 목적이었다”고 항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날 재판부의 물음에 대한 판단은 판결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굳이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김씨에게 자택과 사무실에 있는 PC 및 저장 매체를 숨기게 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고, 김씨가 결국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게 했다고 봤습니다.

또 “2심 선고 때까지 정 교수는 조국 PC 저장 매체나 본인이 쓰던 노트북을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보려 했다면 외장 저장장치에 자료를 복사해뒀으면 됐고, 피고인 말대로 습관적으로 자료를 백업해두는 편이라면 이미 별도의 저장장치가 복수로 존재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항변⑤ “증인의 정치적 의도 의심…허위 진술한다”

항소심은 정 교수 측이 재판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들에게 취하는 태도도 문제 삼았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나와 진술한 사람들은 진술의 신빙성 유무나 피고인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사법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인데도 그들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보이며 비난을 계속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는 비판입니다. 앞서 정 교수 측은 “조민에게 표창장을 발급해준 적 없다”고 증언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1심도 비슷한 취지의 양형 이유를 판결에 남긴 적 있습니다. 당시 1심은 “정 교수는 동양대 총장, KIST 센터장, 동양대 직원과 조교 등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해서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해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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