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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네 번 성폭행" 알리바바 뒤집은 여직원 충격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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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픽사베이]

자료 사진. [픽사베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사내 성폭력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출장지에서 팀장이 여성 팀원을 비즈니스 접대 술자리에 데리고 나갔는데, 이 자리에서 여성이 고객에게 성추행당하고 상사에게 성폭행 당한 사건이다. 여성은 앞서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팀장은 발뺌하고 회사는 묵살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7일 사내 게시판에 사건의 자세한 정황을 8000단어 분량의 글로 고발했다.

여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5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에서 벌어졌다. 그는 “(상사가) 내 호텔 방에서 콘돔을 끼고 네 번이나 성폭행했다. 이 글을 적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난다”며 “내가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악몽을 꾸는 것 같이 두렵고 무기력하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이 내용은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퍼져 8억5000만 뷰를 기록했고 51만건의 토론글을 생성했다.

중국 최고 사정기관도 비판 가세 

지난 8일 오후 중국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 사내 식당에서 피해 여성(검은색 옷)이 "회사가 사내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웨이보]

지난 8일 오후 중국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 사내 식당에서 피해 여성(검은색 옷)이 "회사가 사내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웨이보]

당초 이 팀장은 사내에서 사건이 불거졌을 때 경찰 조사에서 “여성이 주도한 일”이라 했고 실제 회사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 동안 SNS에서 사건이 공론화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알리바바 장융(張勇) 회장은 뒤늦게 공식 사과했고 중국의 최고 사정 기관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장 회장은 “사건을 접한 뒤 충격과 분노, 수치심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중국 검찰 상위 사정 기관인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와 국가 감찰위원회(감찰위)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사건의 배후에는 암묵적인 관행이 자리 잡고 있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10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경찰은 일요일인 8일 웨이보 계정에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고 알리바바는 9일 해당 팀장을 해고했다.

“미인이 비즈니스 선물로 제공되는 中 관행”

나아가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이 중국 기업 내 음주 문화의 치부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사내 게시판 11페이지 분량의 자세한 이야기에는 술자리 관행 외에도 여성·부하직원들이 위계 관계에서 느끼는 압박이 적시됐다. 상사와의 술자리에서 부하 직원은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셔야 하며, 상사와 출장을 떠나면 출장지에서 술자리까지 갖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 등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베이징 사무실. [AP=연합뉴스]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베이징 사무실. [AP=연합뉴스]

WSJ는 동아시아에는 남성이 젊은 여성을 접대 술자리에 데리고 나가 고객과 술을 마시면서 신뢰를 구축하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인’이라 불리는 여성이 고객에게 ‘선물’로 제공되고, 술을 거절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마초적인 음주문화는 중국 비즈니스의 뿌리 깊은 관행”이라고 전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WRH)의 중국 연구원 야키우 왕은 “모든 여성이 어느 정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의 진위를)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SNS에서는 미투 운동이 벌어졌다. 한 여성은 “접대 자리에서 만난 고객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만취 상태에서 알몸으로 호텔에서 깼는데 혼미한 정신 속에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SNS에서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나 역시 새벽 3시에 상사의 술자리 부름에 나가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셔야 했다”고 공감했다.

中알리바바, 이중 악재 속 가해자 해고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 [로이터=연합뉴스]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사건이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그룹 제재 속에 폭발력을 가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 여성 운동가들도 ‘알리바바의 조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아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한 후 중국은 알리바바에 3조원 규모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2017년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에도 중국에서는 미투 참여 여성들이 낙인 찍히는 등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의 운동은 이전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왕 연구원은 “여성들은 훨씬 더 기꺼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것이 이전과 다른 운동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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