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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 합쳐 5%, 그래도 '끝까지 간다'…민주당 마이웨이 4인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김두관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김두관 의원. 연합뉴스

지난 9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항목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하위 4인방’의 지지율 합계는 4.9%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3.2%), 정세균 전 국무총리(1.3%), 박용진 의원(0.3%) 순이었고 김두관 의원은 질문 선택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경기지사(28.4%), 이낙연 전 대표(16.2%)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강윤 KSOI 소장)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4인방은 단일화 등 출구전략 대신 완주를 위한 ‘마이웨이’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 그만두면 웃음거리가 된다. 끝까지 역전을 노려보겠다”(한 후보 측 총괄본부장)는 분위기다.

이재명·이낙연 ‘모두 까는’ 김두관

김두관 의원은 화살을 양강을 향해 난사하고 있다. 11일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는 정말 믿을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했고 윤석열이 검찰권을 남용하며 조 전 장관 일가를 무차별 공격할 때 구경만 했다”며 “대통령이 되면 그 어떤 정책도 책임지지 않고 엄중하게 쳐다보면서 5년 세월 다 보낼 후보”라고 비판했다. 지난 10일엔 “조국 사태의 본질은 윤석열과 이낙연의 합작품”이라고까지 썼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번갈아 비판하고 있다. 이에 한 PK 의원은 "신중한 분인데 주변 조언을 잘못 듣는거 같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번갈아 비판하고 있다. 이에 한 PK 의원은 "신중한 분인데 주변 조언을 잘못 듣는거 같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지사의 음주운전 횟수 논란 중이던 지난 3일엔 “100만원 이하의 모든 범죄기록을 공개하자”며 이 지사를 겨냥했다. 김 의원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지지율이 낮아 발언이 강하지 않으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며 “상대를 가리지 않고 비판하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당 전체에 해를 끼칠 거란 우려도 있다. 영남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2012년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 비판을 주도했던 스텝들이 지금도 김 의원 측에 있다”며 “일관성없는 비판으로 본인의 비호감도만 높일 뿐만 아니라 진영 전체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과 합당론’ 꺼낸 추미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승부수로 택했다.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청해 “(대선은) 우리끼리라도 똘똘 뭉쳐야 겨우 이길까 말까 한 상황”이라며 불을 붙였고 11일 KBS 라디오에 나와서도 “송영길 대표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주장했다. 이에 한 열린민주당 인사는 "추 전 장관 주장보단 송영길 대표 의중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뉴스1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주장했다. 이에 한 열린민주당 인사는 "추 전 장관 주장보단 송영길 대표 의중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뉴스1

출마선언(6월 23일) 이후 한때 5%를 넘겼던 지지율이 점차 하락하자 민주당원들보다 더 극단적 친문 성향을 보이는 열린민주당 지지층의 경선 참여가 절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친문계 재선 의원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 호의적인 이들은 약 1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마저도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쪽으로 흩어지고 있다”며 “추 전 장관의 지지자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의 주장은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지도부 입장에선 부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재선 의원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은 중도 확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당장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집중, 네거티브 불참’ 박용진

박 의원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임기 내 유니콘 기업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며 이른바 ‘바이미식스’(바이오, 2·3차전지, 미래차, 6세대 이동통신 등) 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정책 경쟁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뒤 서울·세종 수도 분할을 뜻하는 ‘양경제’(지난달 26일), 김포공항 이전부지 택지화(지난 4일) 등 정책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11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바이미식스' 산업정책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박 의원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지나치게 세부적인 측면에 무게를 둔다"고 평가했다. 임현동 기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11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바이미식스' 산업정책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박 의원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지나치게 세부적인 측면에 무게를 둔다"고 평가했다. 임현동 기자

박 의원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백제’ 발언 논쟁을 계기로 ‘명·락 대전’이 발발하자 “네거티브할 거면 후보 그만두고 집에 가시라”(지난달 28일)며 두 주자를 동시에 비판하며 거리를 뒀다. 예비경선 단계에서 이 지사를 거칠게 몰아붙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박 의원의 경우 이같은 ‘정책 올인’이 오히려 반등의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안정감 있는 후보의 모습을 보이려는 것”(캠프 인사)이란 의도지만 당내에선 “지지율이 좀 오르니 몸 사리는 거 아니냐”(한 당직자)는 반응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정책에만 집중하면 주목도가 떨어지는 측면을 박 의원이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사수’ 나선 정세균

정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도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에 머물렀다. 지난 3일엔 충북 청주시 소재 오송역에서 “제1 공약으로 충청·대전·세종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충청 신수도권’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일주일만인 지난 10일 대전을 방문해 “대검찰청 등 중앙기관을 대전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첫 경선지인 대전·충남(9월 4일)과 권리당원 30%(21만명)가 있는 호남권에 대한 구애 차원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앞줄 왼쪽 셋째)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우체국에서 전국우정노동조합 주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책간담회’에 참석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직표를 통해 경선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앞줄 왼쪽 셋째)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우체국에서 전국우정노동조합 주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책간담회’에 참석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직표를 통해 경선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임현동 기자

그러나 캠프 내부에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수도권 초선 의원)란 걱정도 나온다. 정 전 총리와 가까운 여권 인사는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조직의 상당 부분이 이탈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9일 자신의 후원회장인 배우 김수미 씨에게 ‘욕 과외’를 받는 유튜브 영상으로 온라인에서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지율 반등 요인이 되긴 역부족”(한 당직자)이란 평가다.

한 친문 재선 의원은 “양강 체제가 굳어져 군소후보들이 틈새를 찾기란 갈수록 어려울 것”이라며 “지지율 상승을 위해 무리하면 되레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 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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