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원순 태양광' 업체들, 보조금 120억 챙기고 폐업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2 05:00

업데이트 2021.08.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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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미니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협동조합·업체 68곳 중 14곳이 현재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미니태양광 사업에 투입한 예산만 10년 간 680억원에 달하지만 정부 보조금을 챙기고 당해에 바로 폐업 신청을 한 곳도 있어 혈세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20억 챙긴 태양광 업체들, 3~4년만에 자취 감췄다

아파트 경비실 미니태양광

아파트 경비실 미니태양광

11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에 참여한 업체 68곳 중 14곳이 폐업 상태다. 이들 14개 업체는 정부와 시로부터 7년간 총 120억원에 달하는 보조급을 지급받았다. 설치 건수는 2만6858건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사업에 참여한지 3~4년 안에 폐업 신고를 했다.

특히 이들 중 3개 업체는 지난해 사업에 참여해 정부보조금을 받은 뒤 당해에 바로 폐업했다. 해당 업체로부터 미니태양광 제품을 구매한 시민들은 설치 1년도 되지 않아 업체가 사라지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됐다. 미니태양광은 아파트 베란다, 주택 옥상 등에 설치하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로 소비자가 보급업체를 선택해 자부담금을 내면 보급업체가 서울시에 보조금을 신청해 수령하는 구조다.

A업체는 지난해 1억4635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은 뒤 12월에 폐업했다. 2019년에 사업에 참여해 각각 6400만원, 3621만원가량 보조금을 받은 B업체와 C업체도 그 해에 폐업 신고를 했다. 5개 업체는 정부보조금을 받은 이듬해에 폐업했고, 3개 업체가 보조금지급 3년 안에 폐업했다. 사업 참여 이후 4년 이상 유지한 업체는 3곳에 불과했다.

태양광 사업은 그동안 막대한 정부보조금을 노린 부실 업체들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왔다. 2019년 감사원은 서울시가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보급사업을 진행하면서 특정 협동조합만 참여하도록 특혜를 주고 보조금 집행도 부적절했다며 시에 ‘주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일부 업체들이 ‘불법 하도급’으로 부정하게 보조금을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세금으로 AS 충당…"특혜 협동조합 마구잡이 선정 말로"

2017년 가정용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2017년 가정용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당시 친여(親與) 성향 협동조합 세 곳이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의 50%를 독차지해 특혜 의혹도 빚어졌다. 이중 한 곳이 이번에 드러난 폐업 업체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2월 폐업한 해드림협동조합의 박승록 이사장은 진보 인사들이 주도한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사무국장을 지냈다.

(※당초 이 기사에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서울시민)이 2018년 3월에 폐업했다고 적시했으나, 확인 결과 폐업 업체는 서울친환경에너지기술협동조합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민’은 2014년부터 매년 미니태양광 사업에 참여해오고 있습니다.)

업체들의 줄폐업으로 사후관리(A/S)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결국 지난해부터 유지보수 업체를 별도로 계약해오고 있다. 지난해 유지보수 업체 2곳에 약 1억5000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었다. 태양광 설비 점검과 고장 수리 비용까지 합쳐 보조금을 타냈던 협동조합 등이 사라지면서 그 책임을 시민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탈원전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의원은 “120억의 세금을 받은 업체들이 3-4년 만에 줄줄이 폐업한 것은 이른바 ‘먹튀’나 다름없다”며 “전문성 없는 업체를 마구잡이로 선정한 사유가 무엇인지 감사원과 서울시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미니태양광 유지관리비용을 폐업업체에 청구할 수도 없고 밑 빠진 독처럼 계속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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