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로컬 프리즘

코로나 틈 타 번지는 마약사범들의 검은손

중앙일보

입력 2021.08.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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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팀장
최경호 내셔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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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경찰서는 지난 2일 마약 유통책 A씨(40대) 등 4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했다. 국제특송화물 편을 이용해 라오스에서 헤로인을 대량 밀반입한 혐의로다.

경찰은 이들이 들여온 헤로인이 1.2㎏에 달한다는 점에 더 놀랐다고 한다. 시가 40억원 상당의 마약이 계획대로 유통됐다면 4만 명이 투약할 수 있었다. 이들의 총책인 B씨(60대)는 지난해 7월 같은 혐의로 캄보디아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범행을 주도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마약청정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이후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서도 유독 마약사범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필로폰 11㎏을 미국에서 국제특급 항공우편으로 밀수한 30대가 붙잡히기도 했다. 그가 소금으로 위장해 들여온 559억원 상당의 필로폰은 56만 명이 투약 가능한 분량이다.

경찰은 최근 1년새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이용한 마약류 밀반입이 급증하는 것에 주목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마약 밀반입 방식도 진화했다. 11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제우편·특송화물을 이용한 마약 적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배가량 많은 605건에 이른다.

로컬 프리즘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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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의 국내 마약 거래가 눈에 띄게 느는 것도 심상찮은 대목이다. 부산경찰청이 11일 태국인 마약 판매책과 투약자 23명을 구속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부산·경남·경기 등지에서 태국인 출신 노동자들에게 마약을 팔아왔다. 주로 불법체류자 신분인 이들은 마약을 구매한 후 주말마다 경남의 한 클럽에 모여 이른바 ‘환각파티’를 벌였다.

외국인들의 환각파티는 태국인 여성 C씨(30대)가 경남 지역 태국인 노동자에게 필로폰과 야바를 판데서 비롯됐다. C씨가 마약을 팔아 쉽게 돈을 벌자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다른 태국인 노동자들이 너도나도 마약에 손을 댔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마약 자체도 심각한 범죄지만, 각종 대형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을 더욱 경계한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D씨(40대)가 대마초를 흡연하고 포르쉐를 몰다가 7중 추돌사고를 냈다. 당시 D씨는 아우디 차량과 1차로 부딪힌 후 570m를 더 질주하다 7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1년 전보다도 8.6% 늘어난 7565명에 이른다. 더욱이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지난해보다 156.5% 급증한  277명에 달했다. 경찰 안팎에서 “과거 텃밭이나 야산에서 양귀비를 키운 사람들을 사법처리 하느냐 마느냐의 선을 한참 넘어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휘청이는 ‘마약 청정국가’의 입지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마약사범들의 ‘잔머리’를 뛰어넘는 고단수 수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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