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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한강 수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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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오래전부터 한강은 서울시민의 휴식처였다. 특히 무더운 여름이면 한강은 멱감기에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역사편찬원이 2015년 발간한 『일제강점기 경성부민의 여가생활』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한강 백사장 인근에 조성된 인도교, 뚝섬, 서빙고 수영장은 매년 2만~3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던 단골 피서지였다.

1980년대 들어 한강은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대대적 정비가 시작됐다. 체육시설과 휴게시설,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 등이 마련됐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콘크리트 수영장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1989년 잠원 수영장을 시작으로 곳곳에 수영장과 물놀이 시설이 만들어졌다. 현재 한강공원 내에는 수영장 5곳(뚝섬·여의도·광나루·망원·잠실 등)과 물놀이장 2곳(난지·양화)이 조성돼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매년 한강공원 수영장을 찾는 사람만 4만명에 달한다. 실제로 한강 수영장은 폭염 때마다 TV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기도 했다. 무더위를 피해 한강공원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도심 피서객의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시원한 대리 만족을 선사했다. 하지만 최근 2년째 이런 모습은 사라진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잠실한강공원 수영장은 이달 말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1990년에 조성된 낡은 시설을 확 바꿔 자연형 물놀이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코로나19로 인한 운영 중단 때문에 내려진 결정은 아니고, 원래 예정에 있던 공사이긴 하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해 새 단장 계획을 수립한 후 설계 공모에 나서 당선작(‘Wonderful Land-환상의 대지 그리고 경이로운 공간’)을 선정한 바 있다.

공사가 끝나면 여름철 물놀이는 물론이고 사계절 내내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나들이 공간이 조성된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특히 4450㎡ 규모인 ‘원더풀’에는 한강 방향으로 인피니티 월(Infinity wall·대형 미디어 아트)을 조성해 마치 강에서 수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금 같은 코시국(코로나 시국)엔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지길 기대한다. 메마른 바닥을 드러낸 수영장이 내년 이맘땐 ‘물 반 사람 반’으로 가득 차기를….